강의 가는 길
4년만에 학교 강의를 시작한다. 그러고보면, 지난 몇 년 간은 강의만이 아니라 모든 게 침잠했던 시간이었구나. 글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고 괴로웠다. 그나마 이제 조금 나아진 듯 하여 서툴게나마 용기를 내본다. 다시 학생들 앞에 선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인지 밤잠을 설쳤다. 강의안 준비하는 것도 조금은 버겁기도 했고.
강의할 장소로 가는 길에 낯선 고양이 한마리. 동네에서 못 보던 녀석인데, 저렇게 천진하게 앉아 사람을 쳐다본다. 웬지 뭔가 기분 좋은 느낌. 하루가 잘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친구였다. 그리고 그녀석 앉은 자리 옆 화단. 예쁜 꽃들. 난 요즘 이렇게 꽃과 화초에 자꾸 마음이 간다. 물론 쳐다보는 것만으로 만족. 화초를 키우는 데에는 잼병인지라 괜히 손대지 않는 게 좋다.
강의장소로 가는 길에 만난 참새. 코 앞의 화단에 앉아 뻘쭘히 쳐다보던 참새 한마리는 카메라를 꺼내는 동안 포르르 날아가버렸다. 그놈 날아간 쪽 표지판 위에 앉은 그놈 친구들이 보인다. 귀엽기도 하지, 쫘식들...
너무 오랜만에 하는 강의이다보니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강의실 들어가기 전부터 등줄기에 땀이 밴다. 날도 서늘한데. 건물 앞 화단에는 가을꽃이 만발했다.
강의실 칠판이 정겹다.
학습관 옆엔 공사가 한창이다. 일요일인데도 공사판은 여지없이 돌아간다. 건설노동자들이 붙여 놓은 현수막이 인상적이다.
하루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