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골목길 식당] CAROT의 담백한 한 끼
애초에 특별한 장소를 물색해서 간 여행이 아닌지라 가까운 반경 내의 발 닿는 곳 이곳저곳은 다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내내 걸었다. 당연히 배가 고플 밖에. 출발 전에 맛집 같은 건 아예 검색도 하지 않았다. 가서 눈에 띄는 곳 어디든 맘이 내키면 들어간다는 기준만 세웠을 뿐. 하나 더 기준을 세운 건, 호텔 조식 포함 하루 7끼 정도는 먹어준다는 거였다. 물론 그 기준을 다 채우진 못했다.
호이안 구시가지에 들어서기 직전에 우리는 배가 약간 출출하다는 걸 동시에 느꼈다. 하루 7끼 식사를 하기로 했으므로, 이 신호는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식당을 찾아야 했다. 선뜻 발이 가는 식당이 보이질 않자, 먹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특별한 촉을 발휘하는 짝꿍이 모퉁이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옆에도 공사장이고 앞쪽에도 공사장인 조그만 골목 안에서 달랑 탁자 두 개를 내놓고, 의자라고 해봐야 전부 합쳐 예닐곱 개 정도밖에 없는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RESTAURANT CAROT'
CAROT이라고 해놓고 당근 둘이 웃고 서있는 메뉴판이 놓여 있다. 뭐 뜻만 통하면 되지 R이 두 개 있던 하나 있던 먹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앉았다. 테이블이 골목에 바로 위치해 있었는데, 조리는 집 안에서 해 나오는 그런 구조였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마루턱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밥을 드시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집 쥔장의 시어머니였다. 어린 아이가 둘 있고, 두 번째 왔을 때는 아마도 쥔장의 시누이인듯 한 사람이 있었고, 세 번째 왔을 때는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요리며 접대며 계산은 전부 쥔장이 했고,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쥔장은 피곤해보였지만 친절했고, 특히 웃는 모습이 여행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맛있다고 하자 좋아하는 모습이 천진할 정도였고.
흔하게 아는 베트남 음식들이 있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지만, 맛이 남달랐다. 번듯한 가게의 실내에서 먹는 것도 아니고, 노점 좌판보다는 그럴싸하지만 어차피 상 내놓고 길거리에 앉아 먹는 음식들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솔직히 조금은 놀라게 만드는 음식솜씨를 보여주었다.
이 가게 바로 앞에는 그럴싸한 레스토랑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골목의 너비는 기껏해봐야 택시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인데, 테이블 두 개짜리 노천식당과 번지르르한 레스토랑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그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천천히 음식을 먹으면서 보아하니, 간간이 택시들이 그 레스토랑 앞에 멈춰서고 한국인들이 택시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그 레스토랑도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서 바깥에서 보기에는 테이블 대여섯 개 정도인 듯 한데, 음식 먹으러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인들인 걸로 봐서는 아마도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집인듯 싶기도. 하지만, 이 CAROT의 음식들이 맛있으니 그다지 끌리진 않았다.
그런데 아뿔사... 어찌된 영문인지 이 집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 거의 없다. 우선 먹방에 익숙칠 않다보니 이 집에서 밥을 다 처묵한 다음에야 앗차, 사진을 안 찍었군... 이런 식이 반복되었다. 특히 이 집에서 그랬는데, 거참...
호이안에 가면 꼭 다시 가보고픈 집이다. 다만, 그 시엄씨와 시누이와 남편이 거 음식 만들고 나르고 접대하고 그러는 거 좀 같이 하는 걸 보면 좋겠다 싶다. 구글지도 검색해서 위치라도 찍어놓으려고 했더니 구글 지도에서도 나오질 않는다... 앞의 레스토랑 이름이라도 기록해놓을 걸...
여기 음식사진은 남은 게 이것 뿐이라 좀 미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