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확장에 대하여-피터 싱어의 동물권과 관계하여

권리는 추상적 개념으로서는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겠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나름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도덕 윤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권리의 개념이 단지 윤리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제적 규범으로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인지이다. 최근 나는 동물권이라는 '권리'이론에 대해 상당히 골을 썩고 있다. 이 권리는 과연 법적 개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피터 싱어
연암서가, 2012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은 동물권 운동의 바이블이라고 알려져 있는 책이다. 예전엔 그냥 한 번 훑고 넘어갔는데, 그 당시에 뭘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이 책을 읽고 난 후 '동물권'을 법적 권리체계로 유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또는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책 자체는 사실 '채식'을 하자는 결론을 위해 씌여졌다고 본다. 피터 싱어는 꼭 그런 뜻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게 논리타당하다고 계속 중언부언한다. 채식을 하자고 주장하기 위하여 이렇게 실제 사례를 찾아 넣고, 거기에 철학적 주제, 즉 종차별주의와 같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를 부여하는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

그러나 피터 싱어의 주장은 오히려 동물의 해방보다는 인간과 동물의 적대관계가 극복되기 어려운 것임을 보여준다. 물론 그 적대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기도 한데, 이 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피터 싱어가 제시한 것은 채식이며 동물권이다. 인간이 채식을 하고 동물권을 보장하면 인간과 동물의 적대는 해소될 것인가?

법적 차원에서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 즉 동물을 법적 주체로 설정한다는 건 내 입장에서는 아직 그 타당한 논리적 배경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은 차라리 인간의 오만함을 달리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피터 싱어가 주장하는 종차별주의의 철폐를 위해서는 동물권을 부여할 일이 아니라 차라리 인간의 멸종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인간이 존재하면서 지금과 같이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착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의 형식을 유지하는 한, 인간이 가진 법적 권리에 필적할만한 동물의 법적 권리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인가?

요컨대 피터 싱어가 이야기하는 동물해방이라는 건 그 자체로 피터 싱어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인간으로서의 이기심과 오만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동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일지는 몰라도 동물의 해방을 추동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우월함을 재확인하는 장치로 전락할지 모르겠다.

나는 동물권이라든가 동물해방이라는 거창한 말로 인간이 할 수도 없는 일, 더 나가 동물이 스스로 할 수도 없는 일을 의제하는 건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관점에서 볼 때, 답 안 나오는 '동물권'을 운운할 일이 아니라, 차라리 인간 자체의 윤리적 도덕적 지위를 기반으로 동물을 매개로 하는 인간과 인간 간의 권리의무를 더 강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더 합리타당하게 동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듯하다.

공부를 더 해야겠지만, 피터 싱어의 논리는 오히려 그동안 인간의 이성이 개화하면서 쌓았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인권의 보장을 기반부터 흔들 우려가 있다. 인간에 대해서는 우생학적 논리를 적용하면서 동물의 권리를 운운하는 건 존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발상을 현실의 법체계로 만들고 그 극단의 결과를 보여준 자들이 바로 나치다. 동물보호를 위한 법률을 만들었던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는 법률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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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10:06 2019/04/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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