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대한 어떤 사회적 대화가 또 필요할까?

얼마전에도 최근의 로스쿨 논의가 답답하게 진행되는 점에 대해 글을 올렸었다. 최근 법무부가 변시 합격자 조정에 관하여 내부 논의에 들어간 상황인지라 간헐적으로 로스쿨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가보다. 이번엔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가 일간지에 기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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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나는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는 전제에서 법무부의 대안이라는 건 기껏해봐야 변시 합격자 수를 1700명~1800명 수준으로 맞추는 것에서 끝날 거라고 봤다. 이번 변시 합격자 수가 1691명인데, 합격율을 50.78%에 맞춘 선에서 합격자 수를 조정한 것이다. 50%도 합격율이 안 나온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꼴랑 몇 명 더 붙여준 셈이다. 법무부 수준이 이 정도이고,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예상컨대 1700명 남짓 정도가 법무부가 내줄 수 있는 합격자 수의 최대치일 거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김준우 변호사의 저 글은 참으로 좋은 내용이기는 하나 뭐 썩 화끈한 제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거야 누가 모르겠나.

그런데 그 사회적 대화의 주제는 뭔가? "로스쿨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방안, 로스쿨 교육의 실질화와 풍부화를 위한 교육과정의 개편, 로스쿨 교육비용을 비롯한 교육기회의 균등제공, 변호사시험 제도의 자격시험화와 응시횟수 제한 문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방안, 변호사 연수제도의 전면적 개혁, 적정 변호사 배출 인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 같은 것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걸 왜 20년 다 되어서 다시 또 해야 하나? 2007년 한나라당에게 사학법 넘겨줄 때, 왜 이거라도 제대로 정리하고 로스쿨 도입하지 못했을까?

애초 로스쿨 도입 논의 과정에서, 로스쿨 도입론자들이 내세운 가장 중요한 도입 이유는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을 넘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과거 사법시험은 일단 합격을 시켜놓은 다음에 합격자를 대상으로 법조실무 등의 교육을 함으로써 획일적 수험법학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로스쿨은 교육과정에서 전문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육성함으로써 수험법학의 한계를 넘어서 보자는 취지였던 거다.

당시 제안되었던 로스쿨의 체계는 그냥 신림동 고시학원을 대학원으로 옮겨놓는 것에 불과했다. 이 생각은 이후 로스쿨이 본격 도입되어 운영되는 과정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물경 10여년 전에 했던 이야길 다시 구구절절히 이야기하긴 귀찮고. 암튼.

로스쿨이 이렇게 망쪼가 들게 된데 대해, 당시 로스쿨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애초 설계대로 로스쿨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모양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 설계는 훌륭했는데, 이걸 법무부와 교육부 관료들이 주무르고 변협 등 이해단체가 뗑깡을 부리고 이런 저런 잡것들이 낑궈들면서 누더기가 되는 통에 이리 되었다는 거다. 

이건 마치 자유시장의 실패에 대해 시장자유주의자들이 시장을 완전히 가만 두면 되는데 괜히 정부가 나서고 시민사회가 낑궈들며 경제민주주의가 어쩌고 운운하는 통에 제대로 된 자유시장이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흡사한 변명이다. 그 변명만 하다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단다.

다시 노무현 정권때로 돌아가보자. 그 때, 정부와 로스쿨 추진자들은 "로스쿨 찬성=개혁, 반대=반개혁"의 프레임을 만들어놓고서는 사회적 대화보다는 로스쿨 굳히기에 전념했다. 그럼에도 좀체로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결국 사학법 개악을 한나라당에 던져주면서 로스쿨법을 통과시켰다. 기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면 로스쿨 찬성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먼저 책임을 지고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거 없이, 이제 와서 법무부와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탓하고, 변협이 밥그릇만 지킬려고 하면서 로스쿨을 망쪼들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학교교육이 엉망진창이 되어간다고 하소연하는 건 많이 우습다. 아니 그럼 교육부와 법무부, 변협이 그럴 거라고 예상을 못했나? 학교교육이 이리 될 거라는 걸 그렇게 지적할 때는 그럴리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왜 이제 학교 교육을 탓하나?

아, 김준우 변호사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김준우 변호사에게 이런 불만을 토로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저 칼럼을 여기 저기 퍼나르면서 로스쿨 문제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로스쿨 추진했던 분들에게 불만이 있을 뿐이다. 뭐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화'가 생성되고 거기서 여러 대안이 나온다면 나도 좋겠다. 하지만, 마치 변호사가 학교에서 교육 받으면서 완전체 변호사가 되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이 이상한 로스쿨에 대한 환상이 제거되지 않는 한 대안은 아마 나오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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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16:37 2019/04/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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