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시민'이 진영에 따라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악다구니를 쓰면서 '검찰개혁'과 '조국수호'의 의제를 두고 박을 터뜨리고 있는 와중에, 정작 이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인사권자인 문통은 뭘 하고 있었느냐 하면, 

뷰스앤뉴스: 文대통령, 삼성DP공장 방문, "과감한 투자 이재용에 감사"

기사에 나와 있는 문통의 발언들은 그것을 문통이 했다는 것을 모르고 읽는다면 삼성의 보도자료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삼성의 이병철이 문통에게 신내림을 한 건지 모르겠다만, 문통은 삼성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기사에도 나왔듯이, 문통은 올해만 7차례 이재용을 만났고, 작년 7월 인도 이래 세 번째 삼성 사업장을 직접 방문했다.

조만간 대법원은 이재용과 박근혜의 유착에 대한 선고를 할 것이다. 이재용은 구 정권 적폐의 상징이 되었고, 실제로 그가 삼성승계를 목적으로 정권과 유착하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말을 제공하는 등 경제적 도움을 주면서 간접적으로 박근혜의 민원을 해소하고 그 결과 국민연금 등을 움직여 승계를 완료했다. 이게 법적으로 처벌 될 것이냐 아니냐 판가름을 할 시간이 다가오는 이 때 문통이 보여주는 이재용과의 밀접한 관계는 사법부로 하여금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재용의 정경유착만이 아니라 삼성은 노동권과 노동3권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모범사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삼성전자본관 앞에는 삼성으로부터 노동권을 박탈당한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하늘에 매달려 있다. 그동안 삼성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박살내왔던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 공장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노동자들처럼 노동안전, 노동시간 등 노동권의 보장은 우습게 여겨왔다. 법적 단죄는 물론이려니와 행정적 처분이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할 사안들임에도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함구하고 있다. 그 수장이 문통이다. 노동친화적 정권을 표방하며 나온 그 정부의 대통령이다.

좋다. 모든 걸 차치하고, 당장 국가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여 인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경각에 달려 있기에 어떤 문제든 다 제쳐놓고 일단 일자리 늘리고 신규투자 확대하는 걸 장려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고 치자. 정말 백보 양보해서 이런 정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짓는 것이 어느 정도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제 돈 투자해서 이윤빨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통령이 쫓아가서 삼성의 보도자료 수준 덕담을 내놓고 함께 활짝 웃으며 사진찍는 것이 어느 정도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2025년까지  13조를 투자하고 8만 5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2025년이면 문통이 대통령 끝낸 후고, 그때까지 이재용이 밀어부치는 OLED가 어느 정도나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수 틀려서 이재용이 OLED사업 때려친다고 하고 몸 빼버리면 누가 그거 책임져줄 수 있을까? 그래, 뭐 다 잘 될 거라고 믿어보자. 하지만, 지금 문통이 이재용 쫓아 다니는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 그것은 경제회생을 위해 달리고 있는 문통 옆에 이재용 빼곤 보이는 게 없다는 거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바로 노통 정부 당시 노정권과 삼성의 유착관계. 기실 노통의 말년을 둘러싼 모든 사달의 출발은 거기였다. 삼성을 제어하기는 커녕 삼성의 프로그램에 맞춘 경제정책들, 그리고 그로 인한 지지층의 분열과 방향성 상실, 이후 지지율의 하락은 물론 후계 자체가 허당이 되어버리는 과정들, 퇴임 후 찾아온 최악의 선택. 이 나비효과의 출발이 바로 삼성이었다. 노무현 트라우마가 있는 현 정권이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투쟁의 한 축이 검찰을 두드려 패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트라우마를 만든 한 축인 삼성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할까?

자유주의 정권의 한계, 이들을 '범진보'라고 우겨넣어버린 진영주의,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좌파의 무능이 '명징하게 직조'되어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참사. 눈을 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전복의 위력을 행사할 주제도 없는 상태. 차라리 그냥 세상사 멋대로 흘러가게 두고 눈 돌리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인가.

뭐 어쨌거나 간에 도통 이 정권의 목표가 뭔지, 촛불정권이라는 자칭의 위상은 뭐였는지 알 수 없게 되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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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10:16 2019/10/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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