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재편론에 대한 어떤 소고
경상대 김공회 교수가 시민포럼에서 발제한 글을 공유했다.
김공회 - 불평등에서 경제민주주의로, 그리고 소유권의 재편으로 : 새로운 결제질서 상상을 위한 실마리들
인상에 남는 대목 몇 부분을 보면,
화폐화된 소득 그 자체보다 훨씬 더 불균등하게 배분된 이러한 '관계'의 가치를 돈으로 환원하면 어떨까? ... 이 맥락에서 화폐적 환산은 유용한 방식인가? ... 고용시장이나 노동현장에서 성별 불평등도 결코 임금수준의 격차로만 환원될 수는 없는 것이고, 사실 그러한 불평등의 해소는 경제의 영역을 거뜬하게 벗어나는 문제다.(4쪽)
보통 자본주의 경제는 생산-분배-지출(소비)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여겨지며, 각 영역은 그 고유의 내적 논리를 가지면서도 서로 구조적으로 얽혀 상호결정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분배는 생산의 결과이고, 상이한 분배패턴은 상이한 소비패턴을 낳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경제에 대한 핵심 문제제기를 분배 영역에 대고서 한다는 것은 생산 그 자체의 결과는 수용한다는 태도를 은연중에 함축하는 셈이기도 하다.(6쪽)
자본주의 내에서도 소유가 생산에 입각해 결정되었다면 착취란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착취를 놓아두고 '생산에 입각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7쪽)
오늘날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을 사적인 소유권의 제한 또는 대안적 소유제도의 창출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가 . 그토록 걱정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소유권의 재구성만큼 과감한 해법이 있겠는가 이? ‘ ’ 지구의 주요 지역에서 소유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 진보진영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 .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서 경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도 움틀 것이다.(15쪽)
글은 시론적 성격이 강하므로, 예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을 다른 대안체제로 잇는다거나, 경제민주화의 본령에 관한 논의의 상술이라던가, 소유권 재구성의 해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내용은 없다. 다만 각각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으며 이 문제들이 공통으로 함의하는 본연의 근본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음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글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기본소득의 경우, 이 글에서 지적한 내용은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소유권 체제의 해체와 사회주의적 재구성이며, 고민의 과제는 이러한 재구성을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갈 것이냐라는 실천경로의 수립이다. 여기서 걸리는 건 기본소득론자들과의 관계인데, 이들을 전술적인 연대대상으로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배제대상으로 설정할 것인지 같은 문제가 남는 거다. 아, 내가 뭘 이런 생각까지 다 하고 있냐... 모양 빠지게...
암튼 몇 번 더 읽어보고 숙지할만한 문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