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붙이면 처벌?
내가 뽕이라도 맞은 건지 해가 X구멍에 비치도록 잠이 덜 깬 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중앙일보: [강찬호의 시선] 대통령 비판 대자보 붙였더니 '건조물 침입범'
이게 일단은 신뢰도가 뚝떨어지는 언론사의 오피니언인지라 에이, 설마 그럴리가 하고 여기 저기 검색을 해봤더니 아무래도 진짜인 듯하다. 미안하다, 중앙일보. 꼬우면 잘 하든가. 아무튼 알려진 사실을 두고 보자면 경찰이 오바질을 한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 도대체 경찰이 왜 이 꼴값을 떠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정권에 잘 보이려고?
과거 이명박 G20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다가 결국 공용물건 손상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사건이 있었다. 소위 '쥐벽서' 사건이었는데,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당시 사건은 흉흉한 인심에 불을 질렀는데, 아니 도대체 그라피티까지 처벌을 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 거냐, 기본권 보장은 대통령 면전에서 멈추는 거냐 등등 말이 많았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대법원이 이걸 공용물손상이라는 죄로 벌금 때린 건 이해가 가질 않고.
그런데 이번 대자보 사건은 형식만 그때와 다를 뿐 실질이 똑같다. 당사자는 한 대학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였다. 그런데 대자보의 내용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건조물 침입죄를 물게 생겼다. 누구나 다 들어가는 학교에 들어간 것이 건조물 침입죄면 공용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를 쓰는 건 절도죄냐?
해당 대학에서조차 황당해하고 있단다. 보는 사람이 죄다 황당하다. 이러니 이명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 감싸고 도는 건 노무현 때와 똑같고, 노동친화 운운하는 입에 발린 소리 하면서 정작 노동을 내쳐버리는 것도 그렇고. 집권 3년차에 구멍이 너무 숭숭 많이 크게 뚫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