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에게 칼부림 당한 자들의 말로
민주당이 정치개혁연합 뒤통수를 호되게 갈기는 통에 녹색당과 미래당은 완전히 새 돼버렸고, 정치개혁연합 비벼서 어떻게 낑궈보려던 민중당은 그냥 듣보잡 취급 당해버렸다. 앞서 한겨레 단독기사 보면서 며칠 남지 않은 동안 기어들어오든지 걍 굶어 죽든지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임을 확인했지만, 아무튼 이 난장판의 와중에 저 녹색당, 미래당, 민중당은 호구노릇 단단히 했다.
더불당 사무총장이 선을 그은 건 곁꾼 때문에 책임질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문제나 이석기 문제 등은 귀찮은 여론의 공세가 예상되니 그런 건 처음부터 피해가자는 취지다. 더불당 수준은 딱 여기까지다. 수준은 여기까지지만 그 수준을 관철하는 방식은 생양아치들이나 진배없다. 일단 뭐 떡고물이라도 던져줄 것처럼 여기저기 쑤셔놓고, 그중에 말 좀 들을만 하면 우쭈쭈 해주지만 영업에 조금이라도 손실이 있을 듯 싶으면 그냥 등뙈리에 칼 꼽아버리는 거다.
그런 양아치인줄 뻔히 알면서도 뭐 얻어먹을 거 있나 싶어 주변을 배회하다가 결국 양아치에게 칼침 맞은 자들의 표정이 대개 이렇다.
사진은 경향신문에서 업어왔다.
경향신문 3월 18일자, 정치개혁연합 소수정당 "민주당 입맛 맞는 세력만 함께 하겠단 선언"
표정들을 보면 불쌍해보이지만, 양아치들과 한 패가 되려 했던 걸 생각하면 고거 참 쌤통이다라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이들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피해자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나 기실 이들이 저 양아치들과 함께 했다면 결국 이들도 그들의 습속대로 행동했을 터.
난 이 대목에서, 정치개혁연합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민사회 원로대접을 요구했던 자들의 면면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다. 87년 이래 지금까지 주요한 선거국면마다 등장해서 통 큰 단결과 비판적 지지를 요구해왔던 그 사람들의 행위가 결국 이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들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도 병풍 뒤에서 향내를 맡을 때까지 그런 반성은 하지 않을 듯한데, 그들의 뚝배기에는 자신들의 행위가 오로지 구국의 열정에서 나온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여기는 강고한 신념만 그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오는 감언이설로 자신들의 생각과 같은 사람들을 대거 양성했다는 것과, 그 덕에 저 더불당류의 양아치짓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들이 양성한 후신들은 아직 레테의 강을 건너기엔 너무나 젊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이상한 비판적 지지와 통 큰 단결의 망상이 남한사회 곳곳을 배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로부터 더불당류의 양아치들은 아직 장기간 득세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양아치들을 배양하는 건 그들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까 짱구를 굴리는 사람들이다.
후보등록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았으므로, 결국 정치개혁연합에 낑궈든 자들은 빠른 결단을 해야만 한다. 생양아치에게 칼침을 맞았지만 다시 돌아갈 곳이 별로 없어보이는 이들이 선택할 길은 몇 가지 없다. 정치개혁연합은 결국 더불당+시민을위하여 팀에 기어들어가야 한다. 그 길밖에 방법이 없다. 그냥 슬금슬금 흩어지기엔 벌려놓은 일이 감당이 안 된다. 특히 하승수는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어들어가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쌓았던 모든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정치개혁연합에 낑궈들었던 미래당이나 녹색당도 선택지가 없을 것 같다. 끝내 더불당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다시 독자노선을 걸어야겠지만, 이미 가오 빠진 상황에서 그것도 쉽지 않다.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당원총투표까지 불사하면서 정치개혁연합에 들어가자고 진두지휘했던 사람들의 책임론을 반드시 불거질 거고, 그 책임 따지다 보면 그냥 당 쪼개지고 박살난다. 그거 피하려면 결국 더불당이 요구하는 성소수자 비례대표를 빼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방식으로 색깔을 지워야 할텐데, 그건 그냥 더불당 식구 되는 거지 녹색당의 가치고 뭐고 다 날라가는 거다.
미래당은 애초에 듣보였으니 뭐 더 이야기할 것도 없고, 패스.
민중당은... ㅆㅂ 저것들은 이걸 망신이라고 생각이나 할런지 모르겠네. 거기서 쌔빠지게 활동하면서 그나마 뭐 좀 하려고 했던 활동가들 다 멘붕시켜놓고. 아무튼 이 상황에서 연합 내부의 갈등은 더 심해질 거다. 그나마 겨우 동거하고 있던 경기동부와 울산은 치고박고 난장판이 벌어질 거고, 인천은 이제 남은 정마저 뗄려고 하겠고, 광전은 뭐 답 없고. 물론 이들은 서로 치고박다가도 조국통일이라는 명목과 통일전선이라는 전술을 끝까지 놓지는 않을 것이므로 시기마다 언제나 한 몸처럼 움직이겠지만. 그건 그렇고 일단 이 국면에서 그나마 정치개혁연합 합류를 완료하기 전에 사태 터진 걸 천만 다행으로 알고 그냥 국으로 닥치고 있으면 본전이라도 건질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