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분열지묘는 무슨... 그냥 이낙연이 급했던 거지
이낙연이 이명박근혜를 사면하자는 뜻을 냈다. 당장 난리가 났다. 진보진영과 더민류 측에서는 전노사면에 버금가는 폭거라는 반응들이 나오는가 하면, 국힘쪽은 낙연둥절, 쟤가 왜 저래? 이러면서 속셈 파악에 분주하고, 뭔 공화당인지 지난 시기 내내 박근혜 석방운동한다는 자들은 물만난 듯 신나보인다.
여러 분석들이 나오는 중에 가장 흥미로운 분석은 이게 다 이낙연이 던진 떡밥이라는 거. 어디에? 국힘에. 당 집행부가 아직도 비대위체제로 굴러가고 있는 국힘이 해 바뀐 후 본격적인 보궐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체계정비하기 직전에 폭탄을 던짐으로써 내분을 유도한다는 거다. 아주 삼국지를 써라...
관심법 수준의 종특을 발휘하는 무속인들과는 달리 난 그런 거 할 줄 모르므로 그냥 본 대로만 정리하자면, 이낙연이 이제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는 거. 대선 꼴랑 1년 남은 지금까지, 대선후보로서 이낙연의 존재감이라는 게 없다.
이재명 치고 올라오지요, 느닷없이 윤석열이 뜨지요, 더민 안에서조차 슬금슬금 정세균 까라 제3인물론이 피어오르죠, 86 의장님 서열대로 이제 돌아가며 해먹자는 의기투합이 보이지요, 박용진/박주민부터 시작해 젊은 것들이 차차기 자리깔기 작업 들어가지.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이라는 이름값은 점차 시들해져 가고,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하겠는데 이넘의 코로나정국에 뭐 끼고 자시고 할 것도 보이질 않고, 죽이되나 밥이되나 살생부라도 만들어놓자는 심정으로 몇 달짜리 당대표 겨우 박아놨지만 임기는 얼마 안 남았는데 해놓은 건 없고.
총리시절 절묘한 말솜씨로 야당 의원들 당황시키는 재미에 지지도가 오르긴 했지만 그게 한계가 있었던 게 뭐 나름의 정치철학이 있어서 그걸로 쇼부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워낙 수준 낮은 야당 의원들의 궤변에 무리없이 답변해줄 수 있는 정도는 되지만 그 이상의 뭐가 없다는 게 이낙연의 한계였던 거다. 총리 물러나고 의원이 되고 당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라도 내가 원래 말야, 응? 이런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팍! 이렇게 내놓을 것이 있었으면 모르되 기실 그런 것도 없었고.
그런데 총리시절 좀 뜬 것으로 여론의 호응이 있자 대선후보 물망에 자동빵으로 올라간 건데, 딱 거기서 정체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대권에 대한 욕망은 그대로 작동했다. 더 나아진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답보는 계속되었고.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더민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개정을 이야기했을 땐 승부수를 띄우는가보다 했는데, 그 이후 여당당대표로서 정국의 주요 사안에 제대로 개입 한 번 안 했고, 그 와중에 당 지지율은 폭망. 부산은 내주더라도 서울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지금 꼬라지 봐서는 서울도 아슬아슬하다. 이 지경까지 오도록 만든 제1 요인은 누가 뭐래도 여당 당대표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계속 이야기하는 거지만, 이낙연은 아무리 봐도 페이스메이커 급이지 본선후보급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그의 행보는 이런 평가를 넘어설만한 게 없었다. 이걸 본인이라고 모르진 않을 거고,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아니 당내경선을 염두에 두자면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권레이스를 앞두고 이제 몸이 닳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거다.
이명박근혜 사면 주장은 이 조급함의 발로다. 무슨 말 한마디로 국힘을 사분오열 어쩌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할 상황이 아닌 거다. 아주 잠깐 빅 원의 독주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었지만, 그 빅 원이 알고봤더니 페이스메이커더라 하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본인 입장에서는 개쪽파는 일이 되어버리는 거고. 자기가 무슨 DJ급이나 되면 삼수도전도 해보겠다만, 어차피 이낙연은 이번 판 아니면 다음 판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에 쇼부를 쳐야 하는데 워낙 정견이나 철학이나 굵직한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그릇이 안 되는 상황에서 기껏 나오는 게 통합이니 뭐니 포장질 하면서 이명박근혜 사면하자는 이야기밖에 없는 거고. 그마나도 이 주장이 그다지 적절한 때도 아닌 때에 갑툭함으로써 없는 밑천까지 다 드러내고 만 결과가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낙연이 이정도 수준에서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는 건 더민에게도 그닥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이 과거의 굵직한 정치인급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황에 의해 대가리가 깨져도 밀어주게 된 문재인 같은 처지의 인물도 없다. 딱히 다음 주자가 보이질 않는다. 국힘은 더 난린데, 김종인 체제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대권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런데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게 뭐 누가 얼굴이 그럴싸한 자가 없으니. 국힘은 이러다 김종인이 대권도전 안 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다.
이 대목에서 힘이 빠지는 건 진보/좌파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김종철? 얜 이낙연보다 더 물러터졌다. 명색 좌파라는 자가 번뜩이는 뭔가가 없다. 이낙연은 이명박근혜 풀어주자며 노이즈마케팅이라도 하지, 종철이 지금 뭐하고 있니? 응? 아... 이건 진짜 답이 없네, 답이. 진보정치의 명맥이라는 게 이렇게 뭉개지는 건가. 이렇게 무색무취하게 보수정치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가 진보/좌파의 정치를 돋보이게 하기에는 참 적절한 타이밍인데, 안타깝다.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