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제대로 가나? - 공소청법 & 국가수사청법 등
법 내려 온다~ 법이 내려 온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숭구리당당 숭당당~~~
밤중에 입수한 '공소청법' 제정안을 들여다보다가 하얗게 밤을 새웠...던 건 아니고, 꽤 흥미롭게 봤다.
우선 이 법안의 최대 특징은 공소유지의 권한을 제외하고 수사권, 수사지휘권, 자체수사인력보유, 영장청구권 등등의 권한을 검찰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근간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박수. 이거 궁서체 두껍게 박수.
그동안 그토록 광야에서 외롭게 외쳐왔던 바람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공수처 따위야 중요한 게 아니고, 이렇게 검찰의 역할을 공소유지에 한정시킨 후 다양한 수사기관이 서로의 독립적 분야에서 각자 견제하도록 만들고, 중앙과 지역의 검찰이 서로 견제하고, 수사기관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고, 뭐 이렇게 얽히고 설켜 백년 같이 누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 강조해왔거늘. 이로써 '검찰개혁' 수준이 아니라 '검찰권력해체'가 공고해질 수 있으리라. 그러니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했지만...
딱 여기까지.
이렇게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수사권을 없애면, 이러한 전환의 효과를 위해 다듬어야 할 여러 상황들이 있을 것인데, 이 공소청법 제정안은 그냥 현재의 검찰청법에서 검찰의 수사권 등 관련규정만 삭제하고, 대검을 없애는 수준에서 끝.
이건 뭐 철학도 없고, 방향도 없고, 그냥 검찰 어디 한 번 죽어 봐라는 식으로 만든 법안일 뿐이다. 적어도 이정도 수준의 개혁을 넘은 일대 변혁의 차원까지 이야기하려면, 검찰제도가 바뀔 수밖에 없는 숙명적 구조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거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법안의 미래는? 별 거 없고,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고 한들 괴물이 된 공수처는 괴물의 본연을 드러낼 테고, 다른 별개의 장치 없이 해방 이래 숙원을 성취하게 된 경찰이 검찰노릇을 하게 될 거고, 법무부는 그냥 뭔 일 있었냐는 식으로 지금처럼 돌아가고 대통령의 권한-모두까기인형이 진짜 적폐라고 했던-은 뭐 여전히 강고하게 남고... 뭐야 이거? 누가 이따위 법안 낸 거야?
공소청법안에서 확정되는 검사의 지위와 역할이라면, 이걸 뭐 굳이 행정부 소속으로 놔둘 필요도 없지 않나? 차라리 법원 소속으로 보내서 말 그대로 '준사법기관'의 위치를 명확하게 해주든가. 검사를 왜 굳이 끝끝내 대통령이 임명하나? 중앙공소청도 아니고 고등공소청으로 남겨놓는 건 뭐 거기까지 생각을 못해서? 법무부와 그 소속직제는 어떻게 바꿀 건데? 이젠 법무부에서 진짜로 검사들 다 빠지나? 고등공소청과 지방공소청은 삼명하복구조로 남고?
이건 기본적으로 개혁에 대한 철학이 없이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냥 화풀이 법안. 내 말을 안 들어? 다 죽여줄게. 딱 이수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거지만, 검찰개혁을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는 것들이 누군지 이 법안을 보면 그냥 드러난다. 철학도 없고 계통도 없고 뭘 하려고 했는지도 잘 안 보이는 그런 법안을 내면서 검찰개혁이라고 우기다가 흐지부지되면 나중에 다시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우세스러워지게 된다.
어쨌든 간에, 검찰에게 공소유지권한만 부여하는 건 찬성이다. 다만 그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그동안 검찰개혁이랍시고 어거지로 때려박았던 공수처 같은 거 처음부터 다시 제고하고, 경찰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틀을 어떻게 제고할 건지 등등을 같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아, 간만에 삘 받아서 예전에 묵혀놨던 자료 다 찾아가며 각국 검찰제도를 다시 들여다본 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뭐 공소청법안 대로라면 거의 영미식 검찰의 위상과 역할 정도가 될 거 같은데, 대륙법계 사법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사법제도와의 불균형 같은 건 좀 검토들을 해보고 이런 법안을 내는지 모르겠다.
'국가수사청' 혹은 '국가수사본부' 설치에 관한 법도 발의될 예정인갑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검경수사권조정과정에서 검찰에게 남겨뒀던 6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가 있었다. 공소청법에 따라 검찰의 수사권 일체가 박탈되면 이 범죄들을 처리할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고, 그래서 국가수사청이 만들어진다는 수순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이게 또 재밌는 게 경찰법을 비롯한 경찰관련 법제, 특히 최근 주목해야 할 자치경찰제 등과 맞물려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기실 공소청법안에서도 그렇고 자치경찰제도 그렇고, 피라미드식 권력구조의 틀이 해체되지는 않는 상태다. 기존 권력구조에 큰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데 무슨 자치고 나발이고가 있다는 건지.
더불어 기왕에 국가수사청이 만들어진다면 논란이 되었던 공수처와는 또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는지도 재검토 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더 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공수처에 대한 견제는 어디서 하는지도 명확해져야 한다. 공수처에 특화된 분야는 국가수사청 업무에서 제외한다든가 하는 조치와 함께, 양쪽이 여하한 범죄혐의에 의해 동일한 주체에 대한 수사를 하게 될 때는 양쪽이 모두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든가, 내지는 수사권의 조정을 확실하게 하도록 장치를 마련한다든가 해야 할 거고.
또 기왕지사 이렇게 된 바에야 공수처를 만들듯이 국가수사청도 그냥 수사청이라고 퉁치지 말고 분야별 범죄별로 구분하는 게 어떨까. 마약수사처, 국책사업 및 방산비리 수사처, 대형참사수사처 등등으로 하고 서로서로 치고 박고 영장청구 기소도 서로서로 하게 만들어 주고. 이쪽에서 봐주면 저쪽에서 잡고, 저쪽에 문제가 있으면 이쪽에서 두드리패고. 지방조직과 중앙조직이 완전 독립하게 만들고. 지역에서 봐주면 중앙이 수사하고 중앙이 봐주면 지역이 수사하고. 둘이 치고 박고 싸우고.
이렇게 가야할 일을 꼴랑 공수처 만드니 안 만드니 그걸 가지고 무슨 격변이 일어날 것처럼 설레발이들 치고... 아니 이렇게 훅훅 잘 가는데 왜 그동안엔 그렇게 뭉개고 있었다니? 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