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이사의 술안주-높은 것들은 씹어야 맛
고위공직이라는 게 원래 대중으로부터 까임을 당해야 되는 위치이다. 대중의 일원인 나는 그래서 고위공직에 있는 자들 까는 맛에 살고. 구라치기 제일 좋은 직위 중 하나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 까는 맛은 생맥주 한 잔 들이킨 후 닭다리 뜯는 맛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이라는 직에 있는 사람들이 무식하거나 공부를 못했다거나 학습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실 그 자리에 올라간 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내려온 빛을 보고 따라갔더니 의원직이 나오더라... 이런 식으로 거기까지 간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이가 젊건 많건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 노력이 유사한 다른 자들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운과 때가 약간 도와줬겠지.
더구나 국회의원은 임기4년이 보장되어 있다. 국민소환제도도 없으니 지 스스로 복에 겨워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임기 동안 자리를 잃을 일도 없다. 그들이 4년 동안 놀기만 하진 않는다. 지역구 챙기고 후원자들 다독이고 스폰서들 즐겁게 만들기 위해 술도 처마시고 온갖 잡일도 하지만, 4년 동안 뭐라도 꾸준히 들여다보며 이것 저것 주워 듣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반대학 정규코스가 4년이다. 강의실엔 가뭄에 콩나듯 들어가면서 허구헌 날 막걸리만 쳐마셔도 4년 동안 얻어 들은 것만으로도 등록금 백분의 1 값은 할 거다. 물론 요즘 대학생들은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책더미에 묻혀 살긴 하더라만. 암튼 옛날 그 널널했던 시기에도 대학 4년이면 캠퍼스 돌아다니면서 귀에 묻혀 돌아간 먼지만으로도 어디 가서 좀 배웠다고 할 정도였다. 4년은 꽤 긴 시간인 거다.
국회의원은 4년만 하고 끝나는 일이 드물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득권이라는 훌륭한 권이 있어서 어지간히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을 몇 번 더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한국에서 재선, 3선은 물론 그 윗선까지 하는 국회의원들 심심찮게 본다. 국회의원 4년을 대학정규과정으로 비유하자면 이렇게 재선 삼선 하는 동안 학교를 두 번 세 번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거다.
대학생과 국회의원의 가장 큰 차이는, 대학생은 내 돈 내면서 다닌다는 거고 국회의원은 꿀빨면서 다닌다는 거. 게다가 국회의원은 의원실에서만 최대 9명의 보좌진을 꾸릴 수 있다. 이건 그냥 하나의 당이 만들어질 정도다. 그리고 이 보좌진에서 의원이 알고 싶은 건 다 알아다 준다. 아예 떠먹여준다. 묻고 배우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더 나가 국회에는 아예 의원들의 지식수준을 높여주기 위해 입법조사처, 연구원 등이 입법보조를 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어느 대학, 어느 관공서보다 많은 장서를 자랑한다. 하다못해 무협지도 여긴 천지 삐까리다.
이런 환경에서 4년은 물론이려니와 8년, 12년, 16년 공부하는 사람들이 무식할리가 없다. 똑똑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식하기로 첫 손 꼽는 국회의원을 데려다놔도 장담하는데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아는 거 많고 구라 잘 풀고 게다가 표정연기도 일품일 거다. 표정연기 잘 안 되는 이해찬 류는 좀 예외일지 모르겠다만. 암튼. 그럴 거다. 내말이 맞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어째 그렇게 꼴통들이 많냐는 거지. 본회의장 둘러보면 여기도 상또라이 저기도 상또라이가 군데군데 박혀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저쪽을 보면 생양아치가 있고 이쪽을 보면 개또라이가 앉아 있다. 얘네들이 무식하다고? 아니, 그렇지 않다. 지식이 없는 자들이 아니다. 몰라서 천둥벌거숭이 짓을 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미스테리가 시작된다. 그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왜 개또라이짓들을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 이유에 대해선 무수히 많은 정치학 사회학 논문들로 설명되고 있지만, 봐도 잘 모르겠다. 답이 없다기보다는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된달까?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국회의원을 씹는 건 유희이자 스포츠가 된다. 이건 소재가 무궁무진해서 어지간해서는 질리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환경운동을 하던 자가 의사당 들어간지 불과 몇 개월 만에 관심법을 주무기로 하는 무속인이 된다든가 하는 일이 있다. 이 어찌 씹지 않을 소냐. 그런데 이렇게 질 떨어지는 류들은 그 씹는 맛이 깊지가 않다. 숙성된 맛을 느끼기엔 최근 입길에 오르는 몇몇 의원들은 아직 함량 미달이다.
씹는 식감은 물론이고 숙성된 맛의 깊이가 남달라 씹을 수록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훌륭한 상또라이들이 나타나주면 좋겠다. 꼴랑 "보면 안다" 류의 수준은 한 번 씹고 나면 다음 재미가 없다. 그래도 말야, 예전에는 전여옥이나 유시민 급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지. 물고 뜯고 씹고 맛봐도 새우깡 같이 또 생각나는 그런 또라이들. 전여옥은 이제 아예 안 보이고, 유시민은 물 다빠져서 이젠 뭐 씹는 맛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