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 개구리 정치

"연정"의 실체가 드러났다. 거보라니까, 민주노동당, 괜히 연정 얘기 나오니까 하니 마니 설왕설래 난리 굿을 했지만 노무현이 흔든 연정의 손수건은 민주노동당에게 흔든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무현에게 있어 연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충실한 2중대일 뿐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과 연정을 제안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말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까지 했겠나? 민주노동당 안에서 열우당 2중대가 되기 위해 지난 1년 총력을 펼쳤던 사람들 뿌듯하겠다. 장하다, 한 건 했다. 본부중대장에게 칭찬까지 듣고 기분 째지겠다.

 

연정 이야기 하면서 노무현, 자신의 입장을 견고히 하는 방법으로 민주노동당을 동원했다. "민주노동당이 반대를 위한 야당연합을 거부하는 바람에 ... 우리 정치의 장래를 위하여 다행스러운 일 ... 이것이 정상적인 청지" 운운 한 것이다. 국방부장관해임안 부결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적극적인 2중대적 헌신에 대한 치하이다. 당내 우파들, 오늘 회식이라도 해야한다. "본부중대장 만세"도 외치시라. 그 기분 이해하겠다.

 

아무튼 노무현, "비정상적인 여소야대구조"를 타파하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당연하고도 정상적인 정치행위"를 해보자고 분연히 외친다. "연정이 성공하면 독재와 타도, 불신과 대결로 점철되어온 우리 정치에 신뢰와 협력, 대화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단다. 여전히 똑부러지는 근거는 없다. 아무튼 연정하면 좋아진다는 장밋빛 미래에 관한 지독하게 주관적인 입장만 계속 내놓고 있을 뿐이다.

 

노무현은 두 가지 연정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군소 야당들과 열우당이 함께 연정을 하는 "프랑스식 동거정부", 다른 하나는 열우당과 한나라당이라는 두 당이 "대연정"을 하면서 공룡정부를 만들어 내는 것. 그런데 전자의 경우 노무현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입장인 반면, 대연정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다. 그리고 그 대연정에 다른 모든 야당이 함께 참여해달라고까지 주문한다.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며 청와대를 차지한 이 '바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이 왜 다당제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지조차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연정의 과정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식은 "대통령의 권력을 열우당에게 이양하고, 동시에 열우당은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이다. 얘기인 즉슨 자신이 대통령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은 자신이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고 그리고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하여" 만들자고 한다.

 

자신이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했던 노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회고한다. "87년 대통령선거에서 ... 군사정권이 연장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 13대 국회 1년을 지나고부터는 정치를 포기한다고 마음먹고 야당 통합운동에 나서 ... 90년 3당 합당 이후부터는 반독재 투쟁하던 심정으로 지역주의에 맞서 ... 고향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여러 차례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한 번도 제 자신의 정치생명에 연연하지 않아" 등등...

 

어디선가 감동의 눈물이 수도파이프 새듯 펑펑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2002년 연말, 목에는 노란 목도리, 손에는 노란 손수건 들고 쏟아져나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생쑈정치, 구걸정치, 올인정치의 표본을 보여주었던 대한민국 노빠들의 감격에 겨운 눈물 새는 소리. 서프라이즈 난리 났다. 이놈의 동네는 뭘 하든지 이렇게 코미디 같은 사건을 신파로 승화시킨다.

 

그런데 노무현, 이 제안을 하면서 중대한 사실 하나를 발설하고 만다. "실제로 (열우당, 한나라당) 양 당의 구성을 보면 그 내부에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어서 실제 노선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연정을 맺고 합동의총에서 정책토론을 하게 되면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당을 넘어 협력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소신과 노선에 따른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란다.

 

노무현의 글, 너무 길어서 일일이 댓구를 해주기도 그렇다. 그러나 노무현의 글에서 딱 세 가지 노무현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만다.

 

첫째, 한나라당에 대한 지역주의 타파 요구.

사실 노무현, 지 주제에 이런 요구할 게재가 아니다. 지역주의 타파하겠다고 민주당 풍비박산을 내고 열우당 창당한 이후 지금까지 지들이 한 짓을 좀 보라. 열우당의 영남에 대한 구애, 그 반대편에서 이루어진 호남에 대한 소외, 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에 대한 양다리 걸치기... 이게 그 잘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금까지 열우당이 한 짓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정당에서 졸지에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을 이리 가지고 놀고 저리 가지고 놀았던 열우당, 대선때 진 빚은 좀 갚았나?

 

결국 지난 보궐에서 열우당은 전국 각지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하는 치욕을 겪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열우당은 지역주의를 일정부분 극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전국 어디서나 왕따를 당했으니까. 영남, 호남, 중부 모두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열우당을 외면했으니까. 그런 거 원하는 거였나? 강준만이 그렇게 목에 핏대 올려가며 원한의 정치, 보복의 정치, 외면의 정치가 노무현의 정치라고 소리치는데, 그게 어디 강준만 혼자만의 목소리로 보이나? 호남사람들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둘째, 열우당의 정체성 확인

노무현, 알고봤더니 열우당과 한나라당, 노선의 차이도 없고 구성원의 색깔도 비슷하단다. 당연한 일이다. 한나라당이야 3당 야합으로 탄생한 정당. 군사정권의 하수인부터 목숨걸고 민주화운동 했다는 인사들까지 온갖 잡탕이 다 모인 정당이니까. 그런데 열우당이라고 해서 뭐 별다른가? 총선용 급조정당 만들면서 민주당 깨고나온 인간, 개혁당하던 인간, 이리 저리 눈치보던 인간들 온갖 잡동사니들이 죄다 모여서 만든 정당이 열우당 아닌가?

 

오히려 그런 면에서 보면 한나라당은 그나마 보수야당이라는 지 색깔 유지하기 위해 지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입단속이라도 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열우당, 이건 완전히 뭐하자고 모인 정당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개혁을 입에 물고 살고 있으면서도 개혁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허구헌날 국익 타령하면서 이라크에 침략군 분견대까지 보내는 마당에 드러나는 국익은 없다. 정권의 운명을 걸고 부동산을 잡겠다고 난리는 쳤는데 열우당 안에서 나오는 말들을 듣다보면 이것들이 뭐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셋째, 헌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상

판사출신에 변호사 노릇까지 했던 노무현이 헌법상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니 그런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많은가보다. 웃기는 짓거리다. 우리 헌법이 언제 정당정치 포기하고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야합도 불사하라고 선언하고 있나? 웃기고 자빠진 일이다. 이 부분, 어이가 없어 뭐라고 말을 하고는 싶지만 워낙 내용이 빈약하다보니 구구절절이 반박할 필요성도 못느낀다.

 

취임과정에서부터 협박정치, 올인정치, 구걸정치로 날을 새운 노무현과 황건적 일당들.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 부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숫적 열세가 오늘날 자신들의 세 불리를 가져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과반수 넘은 국회의원들로 열우당이 한 일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널뛰기의 진수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거 보는 국민들은 눈이 어지럽다. 그런 상황에서 대연정 하면 뭔가 진득하고 일관된 것이 나오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 황건적 일당들 이외에는 없다. 다시말해 노무현이 이야기하는 대연정을 통한 안정된 정치환경의 조성이라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다.

 

국내외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정치적 위기상황이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북관계 개선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고 했으나 사실 그거만으로는 약발이 받질 않는다. 그리하여 노무현, 또다시 올인정치의 진수를 보여준다. 통치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버리겠다는 발언. 그 발언, 당분간 핵폭탄 같은 위력으로 정국을 강타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결론이 뻔하다. 한나라당이 미쳤다고 그 제안을 받겠는가? 열우당과 한나라당, 서로 되니 안 되니 하고 떠들다가 또 한 세월 지나가고, 이 건 하나 가지고 물고 늘어지면서 2005년도 후딱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또 5년 정권 중 1년은 지나가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이고 대북문제고 이라크고 뭐고 다 묻혀서 또 어영 부영 넘어갈 것이고...

 

노무현은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인 김영삼에게 너무 안 좋은 것만 배웠다. 하긴 뭐 배울만한 좋은 것이 얼마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만, 김영삼의 전형적 정치패턴, 성동격서로 시선 돌리기, 황당한 건 하나 터뜨려서 다른 사안 묻어버리기 등등...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들,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간에 도박꾼 스타일의 인간에게 표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도박꾼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번 한 번만..." "다음 번엔 꼭 너 밀어줄께..." "무조건 올인..." "이판사판..."

 

이런 스타일의 발언이 생활화되어 있는 자는 뽑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렇게 통크게 나가는 사람들이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바보'라는 애칭까지 얻으면서 추종자가 생긴다. 그리고 그 추종자들이 합심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그 '바보'를 걸맞지 않은 자리까지 올려 놓는다. 그리하여 나타나는 현상...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불안불안한 연정발언이나 늘상 하고 자빠지는 어이없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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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8 13:17 2005/07/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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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통령한테 별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약장수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