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언니, 실망이야...

개인적으로 강금실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불호를 이야기할 계재는 안 된다. 어차피 둘이 만나 소주 한 잔 한 일 없고, 이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다보니 강금실 개인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건덕지도 없다. 그러나 변호사출신의 법무부장관 역임자인데다가 서울시장 후보까지 되신 바에야 정치적, 정책적 맥락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또 내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최근 심히 불쾌한 감정이 드는 일이 몇 가지 보인다. 정치적 또는 정책적인 불쾌감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불쾌감이라는 점에서 이 불쾌함의 강도가 더 높다. 강금실 예비후보가 소위 "쪽방촌"을 방문했단다. 그리고 그곳의 비참한 현실에 눈물을 흘렸다. 세상의 한 구석에 그런 열악한 방이 있고, 그 안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지 아니면 알고 있었는데 새삼 슬펐던 건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이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이 진심이었으면 하는 게다.

 

하지만 그 바램이 온전히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강금실 예비후보가 보여준 또다른 모습은 쪽방의 현실 앞에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율배반적인 것이었으니까. 현재 강금실 예비후보 사무실에는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마치 지난 2004년 연말 민주노동당사에 경찰고용직노동자들이 들어와 농성을 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허나 강금실 선거운동본부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이 사람들이 서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인가라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강금실 선대본 관계자들은 농성중인 KTX승무원들에 대해 "한식집에서 자장면을 시키는 격"이라며 불쾌해하고 있단다. "KTX승무원들의 문제는 서울시장의 권한과 책임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이런 식의 농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견 그럴싸한 논리다. 철도공사 사장 이철의 집앞으로 쫓아가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한 상황에서 '애꿎은' 서울시장 후보 선본사무실에 진치고 앉아 농성하는 것이 번짓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랬던가? 강금실 예비후보조차도 농성단에게 "나한테 왜 그러느냐, 내가 떨어지길 바라느냐?"라고 했단다. KTX 승무원들의 농성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 강금실 후보, 쪽방촌에서 눈물을 흘린다.

 

번짓수 잘못 찾은 KTX승무원들, 이들에게 왜 여기 와서 난리냐고 하기 전에 그들이 거기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서 강금실 예비후보는 반응하지 않는 듯하다. 쪽방촌에서 흘린 눈물이 절박하게 절규하는 KTX 승무원들 앞에서 차갑게 말라버리는 현상은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정말 그런가?

 

KTX 승무원들에게 어떤 대책을 약속한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쪽방촌에서 흘린 눈물만큼만, 더도 말고 딱 고만큼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까? 언론사들이 카메라를 들이미는 민생투어 하면서 흘릴 눈물은 있지만 카메라도 들어오지 않는 자기 선본에서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흘릴 눈물은 없었던 걸까?

 

내 연봉을 한달 수입으로 받는 사람들이 서민논쟁하는 것을 보면 좀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그건 뭐 이해할 수 있다. 내 한달 용돈의 적어도 12배 이상은 그 사람들이 쓰면 되니까. 물론 그래도 남는 돈을 따지면 애초부터 재테크니 뭐니 하는 이야기야 다 그사람들 이야기지 내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눈물마저 선거홍보용 눈물을 따로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씁쓸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불쾌하다. '서민'은 그렇게 선거시기 눈물 한 방울로 이용될 사람들이 아니다. 나도 서민이라면 서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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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0 23:19 2006/05/1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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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그닥 실망이랄것도 없어요...

  2. 행인연봉이 서민논쟁하는 사람들의 한달 수입밖에 안된다니까 눈물이 나려 합니다. 행인연봉 올리기 투쟁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3. 그러게요~ 금실이 언니 "새삼스레" 또 실망이에요 >_<

  4. azrael/ 정치인 강금실이 아닌 개인 강금실에게는 일정하게 기대가 있었던 행인이었답니다. ㅠㅠ

    산오리/ 아... 그건 아직 좀 더 기다려야할 듯합니다. 저보다 더 열악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그분들부터 처우개선을 하라고 요청하는 투쟁을 시작할 겁니다. 조만간 시작할텐데 그 때 힘 많이 보태주세요~~~!!

    에밀리오/ ^^;;;

  5. 강금실과는 술한잔 같이 한 인연으로 여태 애증이 남았는데, 이번 선거출마로 싹 맘을 정리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기회들을 왜 버릴까요?

  6. http://www.kskang.org/wmv/20060511ktx.wmv KTX 여승무원과 강금실 후보의 대화 장면입니다. 영상 초반에 '속상하다'면서 역시 목이 메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내용을 보고도 싸늘한 시선이니, 그 눈물이 진실이 아니라느니 하는 얘기를 하실런지.. 지금 캠프 쪽에서는 강제연행을 최대한 막으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7. 미끼/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영상은 다 나오는데 하필 URL 주신 그 동영상만 나오질 않네요. 나중에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네요. 해당 기사가 취재된 날은 8일, KTX승무원들이 점거를 시작한 날은 6일, 동영상이 나온 날은 11일... 개인적으로는 KTX 승무원들이 민주노동당 당사를 점거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이철 사장과 면담주선 하는 거나 기타등등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긴 어렵겠죠. 강금실 후보쯤 되니까 이철사장과 면담주선이 가능한 거니까요. 민주노동당 점거하면 편하기야 할겁니다. 강제연행 같은 일은 원천적으로 벌어질 수가 없으니까. 여러 가지 고려할 면이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강금실 후보가 같이 울어주고 노력해주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한가지, 저 나름대로 언론에 대한 신뢰는 최대 49% 정도라는 점을 말씀드려요. 그게 오마이가 되었든 조선일보가 되었든 한겨레가 되었든 레디앙이 되었든 마찬가집니다. 역시나 그 동영상에 대한 신뢰도도 최대 49%를 넘지 않습니다.

  8. 전김/ 진짜 문제는 강금실후보가 아니죠. 그 사람을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궁지에 몰린 현 여당의 무능력입니다. 아닌 말로 지들이 지지층 튼튼하고 지지율 높고 그러면 미쳤다고 조용히 있는 강금실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끌어내려고 생 난리를 쳤겠어요. 대권 욕심 있는 인간들, 반드시 한 번 거치고자 하는 자리 중 하나가 서울시장인데, 여당이 오죽 자신이 없었으면 외부인사 영입까지 해서 서울시장선거를 치루는지 한심할 따름입니다. 강금실 후보는 어쩔 수 없었겠죠. 참여정부 1기 내각 법무부장관 출신으로서 현 정권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없을 수 없겠죠. 거기에 여당이 눈물 콧물 짜면서 징징거리니 뭐 저같아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 같아요. 여러 모로 묘한 정치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