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내 동성애 차별에 대한 법률적 소고

5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있었던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철폐 토론회"의 토론문으로 작성된 것임

 

현행 군형법 제92조 (추행)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군형법에서 확인되는 동성애자에 대한 군의 시각

- 현행 군형법은 합의여하를 막론하고 "계간"의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

- "계간"을 "추행"과 같은 범죄행위로 설정

- 계간(鷄姦) : 수간(獸姦)의 일종, 닭 등 가금류와 이루어지는 sex

- 현행 법제도 중 수간 또는 계간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은 군형법이 유일

- 군형법상 "계간죄"는 복무 중인 병사 또는 군간부가 영내 또는 영외에서 사육 또는 생장하는 동물들, 특히 닭 등 가금류를 대상으로 하는 성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님

- 종래 "계간"은 동성애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계간의 주체는 동성애자가 됨

- 이 개념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동성애자는 닭(鷄)이라는 등식이 성립

- 즉, 현재 한국 군은 동성애자를 인간이 아닌 닭으로 보고 있음

- 동성애자가 가지고 있는 성적 주체성을 "닭"의 그것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군의 시각으로 인해 동성애자의 인권이 최악의 형태로 침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

(ex) 동성애 병사에 대한 강제적인 Outing, 근거없는 HIV 강제검사, 동성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성행위 증거물 제출 요구 등

- 결국 한국 군의 인식수준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닭"으로 보는 "계두(鷄頭)"적 차원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

 

○ 군인사법 및 징병신체검사등규칙에서 확인되는 동성애자에 대한 군의 시각

- 군인사법, 동 시행령, 동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습관 및 충동장애, 성적 동일성 장애, 성적 선호장애, 그 밖의 성인행태장애(군인사법시행규칙 별표1)"를 가진 "변태적 성벽자(군인사법시행규칙 제56조제2항제4호)"로서 "성격상의 결함(군인사법시행령 제49조제1항제2호)"이 있어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2호)"임

- 또한 징병신체검사규칙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성주체성 장애, 성적 선호장애"를 가진 사람임

- 이상의 제도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에 비추어볼 때 한국 군은 동성애자를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자" 또는 "정신적 장애자"로 판단하고 있음

- 성적지향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며, 이를 특정한 병리적 현상으로 볼 근거는 없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 군이 사물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집단적 인지장애를 앓고 있음을 증명

 

○ 군형법 개정안의 문제점

사법개혁법안 중 정부발의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제92조(추행) ① 폭행 또는 협박으로 계간 그 밖의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위계 또는 위력으로 계간 그 밖의 추행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 이외의 방법으로 계간 그 밖의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계간" 개념의 유지 : 현행 군형법 제92조와 마찬가지로 "계간"이라는 별도의 행위를 규정하고 있음

- 그러나 "폭행 또는 협박" 내지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두면서 굳이 추행과 계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

- 개정안에 굳이 "계간"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결국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구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됨

- 군대라는 특수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 또는 협박" 및 "위계 또는 위력"은 군대 외에서 군인 아닌 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동종의 행위와 비교할 때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음

- 개정안에 따르면 형법상 강제추행죄보다도 병영 내에서 이루어지는 추행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현저히 낮음(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개정안은 추행에 대한 형량을 정함에 있어 형법상의 형량과의 비교를 하지 않았으며 특히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추행의 위험성에 대해서 역시 충분한 숙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

 

○ 군 형법의 성격과 제92조의 관계

- 현행 군 형법은 ① 군 기강 확립을 저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다른 법률에서 규율하기 어려운 군 내의 특수한 경우를 규정한 부분, ② 형법 또는 기타 법률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음

- 군기강 확립을 위한 것은 예를 들어 제3장 지휘권 남용의 죄, 제4장 지휘관의 강복과 도피의 죄, 제5장 수소이탈의 죄, 제6장 군무이탈의 죄, 제7장 군무태만의 죄, 제8장 항명의 죄 등이 있음

- 이 외 각 죄는 형법 또는 기타 법률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 형법 또는 기타 법률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의 경우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상명하복관계라는 구성원간의 계급질서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군형법을 통해 가중처벌될 이유가 없고

- 군기강확립 및 군대보호를 위하여 특히 형법 기타 법률에 의해 규율하기 어려운 범죄만을 한정하여 군형법으로 다룰 필요 있음

- 이런 전제로 판단할 때, 현행 군형법 제92조의 내용이 군형법에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

 

○ 발제문에 대한 검토

1. 제92조 존치여부에 대한 의문

- 발제문은 이에 대해 군형법의 존재필요성에 대한 논의 없이 "군형법상의 추행죄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사법개혁추진위원회 법안의견조회요청에 따라 작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군사법연구회·천주교인권위원회' 공동 의견과 동일한 의문

- 이 문제제기가 군형법의 체계에 대한 전제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행 군형법이 "계간"에 대해서 어떠한 구성요건도 없이 "계간"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음에 따라 발생 가능

- 군형법 개정안에 따를 경우 합의에 의한 성행위 일체를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따라서 "계간"을 처벌하기 위해서도 "폭행 또는 협박" 및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구성요건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합의에 의한 "계간" 즉 동성애의 경우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

- 물론, 국방부가 계속해서 병영 내 동성애자의 처리원칙에 변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병영 내 동성애 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의 구성요건이 없더라도 "계간"을 처벌할 가능성은 농후한 상황

- 이러한 국방부의 자세는 논외로 하더라도 군형법상 추행죄를 삭제하는 것은 군형법 전체의 구조차원에서 논의해야할 문제

 

2.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 문제

- 발제문은 "관리"가 아닌 "보호"로 군 지침의 성격이 바뀌어야 함을 말하고 있음

- 해당 지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발제문의 지적에 동의

- 그러나 "관리지침"과 "보호지침"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임

- "관리"가 되었던 "보호"가 되었던 일단 동성애 병사를 이성애 병사와는 다른 어떤 위치에 두고 이들에 대한 특별한 행위를 요청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이 구별과 차별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

- 따라서 본질적인 해결책은 동성애 병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개별지침의 존치가 아님

 

○ 선결과제로서 인권인식 함양을 위한 조치

1. 헌법 제17조의 적용

- 발제문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성적 지향은 헌법 제10조와 제17조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민감한 프라이버시임

- 비록 병영 내에서 생활하는 병사일지라도 헌법이 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임

- 병사들이 향유해야할 기본권의 내용에는 분명 헌법 제10조와 제17조가 포함되어 있음

- 이러한 기본권의 보장은 그 병사가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를 구분하지 않음

- 그렇다면, 동성애 병사에게 국한된 인권보호치침이 아니라 모든 병사에게 공히 적용되어야할 인권보호지침이 필요함

 

2. 인권교육의 필요성

- 한국의 군은 징병제로 운영되고 있음

- 한국의 군은 가장 강력한 무력보유집단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가장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임

- 장성을 비롯한 군 간부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필요. 특히 성인지교육 및 성 지향에 따른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

- 병사들에 대한 인권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진행

- 이러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의 한 일환으로서 성인지교육 및 성적 지향성에 관한 교육을 실시

 

3. 법제의 정비

- 동성애를 "계간, 성선호도 장애, 성주체성 장애, 변태적 성벽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각 제도를 정비

- 군형법의 경우 당장 전체 구조에 대한 전면적 개정이 불가능하다면 제92조에서 사용되는 "계간"이라는 용어 삭제

- 병영 내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성애 또는 동성애를 불문하고)를 보호되어야할 내밀한 프라이버시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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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1 00:48 2006/05/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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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친구 중에 동성연애자도 있다지요 (여자앱니다만서도 >_<;) 주위의 시선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어서인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이긴 하지마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이건 약간 곁다리 이야기였습니다만서도 ^^; 군에서는 동성연애자 8명을 전역(?!) 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거참... 대체 생각들이... 그걸 받아 들일 여지도, 생각해 볼 가치 조차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걸까요 하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먼 소린지 맨날 ^^:

  2. 에밀리오/ 성소수자가 사회로 나서는데 필요한 것은 단지 개인의 용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커밍아웃하는 데까지는 개인적 용기로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 모든 일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할 것을 생각한다면, 주위의 시선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전쟁을 할 각오가 아니라면 어렵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죠. 당에서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하여 몇몇 분들과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워져요. 모든 사람들이 편견없이 함께 살면 되는 일인데...

  3. 그러게요... "모든 사람들이 편견없이 함께 살면 되는 일인데" 가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일듯... 에휴...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