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과 글쓰기

간혹가다가, 진짜 어쩌다 한 번씩 당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2004년 중앙당에서 상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딱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다. 한번은 국보올인문제로, 지난번에는 육아 문제로. 그런데, 중앙당 당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의 문체와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의 문체는 뭔가 미묘한 차이가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완전히 중구난방이다. 말 그대로 뻥구라에 내맘대로 글을 올린다. 지금까지 벼라별 사람들이 다 몰려와 글을 읽었고, 때론 논쟁도 있었고, 때론 같잖은 낚시글도 있었다. 그런 에피소드를 겪어도 글 올리는 패턴은 똑같다. 한편으로는 적대적 긴장감의 노골적인 표출,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자신에 대한 채찍과 반성.

 

그런 것들이 짬뽕이 되어 뒤섞이다 보니 글도 손꾸락이 움직이는 대로 씌여진다.

 

당게시판 말고 당 정책란에는 몇 차례 글을 올렸다. 지금도 매일 한 건씩은 올릴 건수가 생기는데 올리는 것은 몇 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거기에 올라간 글은 매우 딱딱하다. 긴 건 논문스타일이고 짧은 건 격문 스타일이다. 자기 검열이 굉장히 심해진다.

 

당게에 글을 올릴 때는 좀 시니컬해진다. 건수 자체가 웃기지도 않는 일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 글이 목표로 하는 대상이 솔직히 말하면 같잖기 때문이다. 무슨 수준이 좀 되야 앞뒤 재서 논리 정연하게 설득을 하지, 이건 그저 애들 장난하는 정도다.

 

새벽에 작업을 좀 하다가 심심해서 지난 글들을 한 번 주욱 읽어봤다. 각각 올리는 곳마다 글 쓰는 형식에 차이가 있다. 그건 글이 올라가는 게시판의 성격도 있겠지만 그 게시판을 이용할 때마다 나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인갑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완전한 자유인으로

당 정책란에 글을 올릴 때는 정책연구원으로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는 싸움꾼으로...

 

다행인 것은 그렇다고 할지라도 가지고 있는 일정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위안이 될만한데, 조금은 씁쓸하다. 내 모습이 시시때때로 달리 보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온라인에서의 모습과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이 거의 같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 온라인에서는 제 쏠리는 대로 뱉어놓으면서 오프라인에서는 성인군자인양 행세하고 싶지는 않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렇게 살고 싶은데도 각 부분에 글을 올릴 때 묘하게 차이가 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슬며시 웃게 된다. 나도 역시 속물일 뿐인갑다... 하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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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05:55 2006/10/2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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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요런 비슷한 상념에 빠져 있는데.....)

  2. 문득 자신의 겉과 속이 다름을 스스로 인정할 줄 알았던
    루쉰이...^^;
    하지만 그런 사람의 글에 더 많은 진실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자신이 말하는 전부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보다는...요..^^;

  3.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돌아 볼 줄 알고 반성 할 줄 아는건 용기라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회 변혁 운동이 옳은 일임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행동이 정당하며, 자신의 모든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면 문제가 생기는거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 아하하; 이건 무슨 소린지 또;;

  4.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완전한 자유인으로
    당 정책란에 글을 올릴 때는 정책연구원으로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는 싸움꾼으로..."

    -> 이래야 '사람' 아닌감? 언제 어디서나 말과 글의 톤과 태도가 같으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감당하라고? 이건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이렇게 '말의 내용'이 달라지는 넘 상대하기보다 힘들겠당...

  5. 저도 블로그는 완전한 자유인 - 혹은 익명의 숨김없는 장소로 생각하는데 ... 우연히 제 블로그를 알게된 주위의 반응은 좀 안습하다는 ... ...

  6. 리우스/ 흐... ^^;;

    sshplay/ 내놓은 말이 늘어날 때마다 또 헛소리 한 번이 늘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면 언제든 고칠 수 있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일까를 생각하면 불쑥불쑥 글질을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밀리오/ 동감 100%. 그러나 동감과는 별개로 내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 중이랍니...

    말걸기/ 그...런 건가???

    손윤/ ^^;;; 주위의 반응이 어떤 건지 대충 짐작이 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