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호통소리

"그렇게 답변을 못해 시간을 뺏기면 되나?"

 

한 국회의원의 추상같은 호통에 담당 공무원들이 답변을 하지 못하며 송구스러워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국정감사에 출석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고양이 앞의 쥐처럼 국회의원들을 대하기 마련이다. 큰 소리 내고 할 말 다했다가는 나중에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사실 공무원들에게 국회의원이 묻는 질문 대부분은 공무원들로서는 답변하기 난감한, 즉 자신들의 일종의 치부와 관련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호통" 해프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호통을 친 의원이 그 유명짜한 최연희 의원이고, 질문의 내용이 해당 기관에 여성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실소가 흘러나온다.

 

행자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최연희 의원은 출석한 울산시장에게 울산시 공무원 중 사무관 수와 여성 사무관 수에 대해 질의했다. 시장과 담당 간부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런 것도 답변하지 못하느냐며 호통을 쳤단다. 겨우 답변을 하자 최연희 의원, 여성 간부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단다. 여성들 많이 뽑으라는 얘기다.

 

최연희 의원의 행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국회의원께서 적어도 형식상으로나마 양성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려고 하는 사람인갑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질문의 당사자가 최연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저절로 썩소를 날리게 된다.

 

천만 다행이로다, 출입기자 중에 여기자가 몇 명이냐고 묻지 않은 것이...

주변 "음식점" 사장 중 여사장의 비율은 얼마나 되냐고 묻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다, 이 얼어 죽을 인간아...

 

국회의원들 면피가 K1 탱크 장갑 두께쯤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저 주제에 여성 사무관 비율 늘리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그것도 호통씩이나 쳐가며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몇년전 먹었던 피자가 올라올라고 그런다. 정말 그런 소리를 할 양이면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곳에 들어갔던 지 손모가지에 석고붕대를 감고, 하지 말았어야할 소리를 했던 지 혓바닥에 오공뽄드칠을 한 채 석고대죄하는 모습부터 보였어야지...

 

진정성이라는 것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 저 호통 소리에 황당했을 울산시장 이하 담당 공무원들. 그러게 평소 잘 하지 뭐하고 있다가 최연희한테까지 그 수모를 당하느냔 말이다. 당할 넘들이 당했으니까 당한 애들은 전혀 불쌍한 것이 없다만, 얘들에게 후까시 잡고 기고만장 큰소리 쳐댔던 어떤 넘은 사실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넘이었기에 오늘의 해프닝이 생코메디로 전락해버린다.

 

울산 시장 이하 담당 공무원들, 집에 가는 길에 뭔 생각들을 했을까? 저 쉑, 저거 검찰이 어떻게 빨리 안 집어 쳐 넣나... 뭐 이러고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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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4 21:15 2006/10/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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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

  2. 허허.. 최연희...

  3. 사실 최연희 석고대죄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혓바닥에 바를 오공뽄드를 후르륵 마셔버리는 바람에...

  4. 말걸기/ ㅡ.ㅡ+

    에밀리오/ 저도 헛 웃음밖에는...

    박노인/ 아... 그래서 본드에 목이 막혀 큰 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군요... ^^;;(삐질...) 죄송합니다. 썰렁하셨죠... --;;

  5. 요즘 귀신들 파업하나 보죠? 아님 저승사자들이? 아님 이 둘이 직무유기? 만일 그렇다면 저승도 볼장 다 본 거겠지요...허허...

  6. 곰탱이/ 염라왕 후계작업때문에 저승사자들도 줄서기 하느라 바쁘다는 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