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즐겨 찾는 사이트 중에 전국 일간지 만평을 싣는 곳이 있다. 뉴스툰이라는 곳이 그곳이다. 조중동 만평은 싣지 않는 이곳은 한 컷의 만평으로 세상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만평에 대한 개별적인 인상비평은 하고 싶지 않다만, 만평 중 특히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어떤 표현을 했을까 관심이 가는 만평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경향신문의 만평과 부산일보의 만평 팬이기도 해서 이 두 만평은 항상 기다려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산일보 손문상 화백의 만평이 업로드 되지 않고 있었다. 연전에 중동지역의 참상을 그리려 직접 외국으로 나갔던 일이 있었던 터라 아마 또 외국 출장이라도 갔는가 싶었다. 그러나 출장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그에 대한 사고(社告)가 있던지 개인적인 변이 있었을텐데 이번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거의 매일 이 사이트를 들어가는데, 그 때마다 손문상 화백의 만평은 계속 그대로였다. 아래 그림은 뉴스툰에 올라와 있는 손문상화백의 마지막 만평이다.
이래 저래 궁금증이 계속되던 차 오늘에 와서야 '미디어오늘'을 통해 전후사정을 알게 되었다. 미디어오늘에 뜬 기사를 들여다보면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손화백에게 "3월 일부 만평을 다른 신문사와 비교해 보니, 10건 가운데 6건이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이었다"며 "만평 소재를 다양화하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나보다. 편집국장 고유의 권한행사라는 의견과 편집국장의 월권행위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편집국장의 고유권한행사로 보기에 찝찝한 구석이 있다.
5.16 군사쿠데타 전까지만 해도 부산일보는 복합다중언론매체로서 나름대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신문의 조간 석간판을 모두 내는 한편 방송국까지 운영했던 전력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부산일보는 박정희 쿠데타 이후 새로운 국면에 직면한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지역기반구축에 나서던 군사정권은 부산일보를 '5.16장학회'에 귀속시켰다.
군사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애썼던 것은 박정희정권당시 뿐만 아니라 전두환 신군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1980년 언론통폐합 과정을 통해 부산일보는 국제신문을 흡수하고 지역에서 독점적 권력을 차지했다. 부산일보가 겪은 일련의 과정들은 이후 정치적 이슈로 자주 등장했으며, 특히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박근혜와의 관계로 인해 시시때때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일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정치적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손문상 화백의 '명예퇴직'은 단순히 편집국장의 고유권한행사와 본인 스스로 결정한 명퇴로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진상조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손문상화백에 대한 부산일보의 '징치'는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에 항상 신문의 논조와는 다른 방향에서 사안을 읽어내고 자신들의 발언과는 다른 차원에서 만평을 그려냈던 손문상화백의 행위는 일종의 이적행위였을지도 모르겠다. 꽤 많은 사람들이 만평을 보기 위해 부산일보를 본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손문상화백을 명퇴시킨 것은 부산일보가 앞으로 갈 방향을 드러내는 상징적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손화백의 만평을 다른 매체를 통해서라도 보고 싶다. 물론 신문이 아니더라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출판도 할 수 있겠지만, 신문의 만평으로 그의 그림을 보고 싶은 것은 그것이 촌철살인의 미학을 절절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난, 예전에 박재동이 한겨레에 만평을 그만 싣는다고 했을때 엄청 서운해서 한겨레를 그만봐야 하나..하는 고민까지 했었는뎅...그나저나, '촌철살인의 미학'을 몰라서 네이버로~~~3=3=3=3=3 쩝~
멒/ 박재동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거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