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광고 중에
예전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었다.
"100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천년을 논하는구나"
김삿갓이라는 소설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해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현재의 10대는 아마 '장수불사'의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불로장생'의 경지는 아직 요원하다만.
100년이라는 한정적 시기구분이 한때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2004년 11월 11일, 열우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이 보낸 축사 덕분이다.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어 보자"라고 기염을 토했던 노무현. 지금 연기된 정상회담때문에 정신이 없겠지만, 공중분해된 열우당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열우당의 공중분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정형화된 이념적 지표도 없이 단 한 사람의 이미지만을 앞에 세워 만들어진 정당. 그 한 사람의 배경을 업고 한 자리 해먹기 위해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던 사람들. 줏대도 없이 그저 경복궁 뒷산자락에 얹힌 청기와집의 눈치나 보던 그들. 100년 커녕 10년이나 가겠나 하고 걱정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만 4년도 채 채우지 못한채 공중분해되어버렸다.
마흔명 남짓한 의원들을 축으로 열우당이 고고성을 터뜨리며 출범한 것이 2003년 11월 11일. 탄핵정국의 바람몰이 덕분에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탄생시키며 여대야소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 과정이 열우당의 비극을 암시하는 서막이었다. 열우당의 극적인 승리는 아직까지 이 땅에서 이합집산이라는 현실정치의 구태가 그대로 먹혀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승승장구하던 열우당의 1주년 창당에 즈음하여 행인은 재수없는 소리를 했더랬다. 하는 꼬라지 보니 2006년 지방선거 지나고 제대로 견디기나 할지 걱정된다는 얘기였다. 창당 2주년이었을 때 역시 비슷한 예상을 했더랬다. 1년 지났다고 해서 예상을 변경할만한 특단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2006년을 경유하면서 열우당은 깨진 쪽박의 본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김근태는 "평화, 번영, 통합"이라고 이름붙이 강아지들의 탄생을 축하했다. 개판된 당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그들이 '대통합 도로 열린 민주신당'을 하던 뭘 하던 사실 그건 관심 밖이다. 어차피 그들의 행로는 이미 예견되고 있었던 것이었고, 예측불허의 한국 정치지형에서 예외적으로 예측가능성이 담보되는 행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뭐 새삼스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의 발전과 참여를 고민했던 개미들의 등을 밟고 어중이 떠중이 긁어 모아 만들었던 열우당이 이름만 바뀐 채 그놈이 그놈인 형태로 재규합하는 모습은 낯간지럽다. 유권자를 닭으로 알았거나 아니면 그저 봉으로 알았거나 한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또다시 수구세력 척결과 반한나라당 기치를 걸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대선과 총선에 임할 것이다. 그 덕분에 민주주의라는 고결한 이상은 왜곡된다.
3년을 100년처럼 산 열우당의 사람들, 고생했다. 뭐 어차피 당이라는 정치조직의 미래보다는 일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이기에 앞으로도 먹고 사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 덕분에 "잃어버린 10년"을 찾고자 발버둥치는 한나라당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사실도 이들에겐 별 의미 없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한 요즘이다. 저 꼴을 100년이나 봐야한다면, 그거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논문을 쓰신다니 참 부럽습니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