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는 정당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100년 가는 정당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공화당은 1854년에 창당하였고, 민주당은 1830년대에 현재의 민주당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미국 정당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이 공화당은 원래 "연방주의자"들이 주축이었고, 민주당은 소위 "공화주의자"들이 연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름이야 뭔들 어떻겠는가?

 

수도 없이 많은 정당들이 명멸해간 한국의 경우 한 정당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건국이후 지금까지 이어내려온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존재하는 대표적 정당들의 경우 한나라당은 1997년 창당,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창당, 열린우리당 2003년 창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2000년 창당했다. 자민련은 쬠 더 됬고...

 

4대 정당 중에서 가장 오래된 한나라당은 어차피 그 전신을 박정희 당시의 공화당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름만 얼마되지 않았을 뿐 그 실체는 박정희 당시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노태우의 민자당, 그리고 지금의 한나라당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하는 짓들도 거의 변함이 없다. 똔 떼먹고 배째기, 차떼기 내지 채권떼기, 국회공전시키기 등등...

 

정당이 몇 년 되었느냐를 가지고 그 정당이 제대로 박힌 정당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우습다. 그러나 정당이 하나의 이름을 걸고 꾸준히 자신의 정치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 기간을 이어오는 동안 쉽게 변하지 않는 나름대로의 굳건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는 이렇게 또 나름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정당에게 부여한다.

 

 



노무현의 지지율이 대선이후 최저점을 치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열우당 창당 1주년 기념으로 노무현이 보낸 메시지가 눈에 띈다. 축하 기념식에 보낸 메시지에서 노무현은 "우리나라에서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보자"라고 일성을 토했다. 민주당을 들어 엎고 뛰쳐나와 급조한 열우당에 대해 노무현의 평가는 "지역주의와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태어난 당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무현의 판단과 각오는 매우 격정적이며 진중하다. 비장한 감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이토록 비장하고 진지한 노무현의 주관적 입장과는 달리 객관적으로는 되게 웃긴다. 지금 당 돌아가는 꼴이 100년 커녕 10년도 채 못갈 것 같다. 안개처럼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느 순간 당 내 보수우익의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안개모는 열우당 전체 판을 들여다볼 때 분파계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가뭄든 논바닥 갈라진 것 같은 열우당의 계파구도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개혁당이라고 있었다. 정식명칭은 개혁당이 아니었지만, 암튼 개미라고 통칭되는 진성당원들이 정치개혁의 염원을 담아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그런 당이 있었다. 그 판 깨고 유시민이 열우당을 급조했다. 김원웅이 이 대열에 동참했고, 민주당 쪽박채우고 튀어나온 사람들과 의기투합 열우당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한철 장사 대박의 꿈에 부푼 어중이 떠중이가 죄다 몰려들었다. 개혁이라는 상품을 노무현이라는 포장지로 싸고 표장사에 분주했다.

 

열우당의 갈지자 횡보 덕분에 "개혁"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뀌었다. 우왕좌왕하면서 남 눈치보다가 대충 어영부영 땜빵하는 일처리를 일컬어 "개혁한다"고 한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이 "열우당 개혁하듯"이란다. 투쟁하는 사람 빨간칠하느라 여념이 없던 한나라당은 요즘 지들이 투쟁한다고 난리다. 이젠 투쟁이라는 용어도 진보진영의 용어가 아니다. 투쟁이란 용어마저 수구세력에게 뺏기는 진보세력 각성하라~~!!

 

이부영은 산이 높다고 돌아가자 하고, 천정배는 우공이산에 버금가는 노(盧)공이산을 하잔다. 안개모는 맨날 안개만 뿌리고 다니고, 유시민은 천지사방에 이빨신공을 펼치면서 노비어천가를 전파한다. 당장 의원직 상실한 인간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과반수 의석확보를 통한 "개혁"전선이 위태롭다고 벌써부터 엄살질이다. 이것들 벌써부터 엄살질 하는데, 나중에 선거철 되면 또 얼마나 앵벌이할지 걱정이다. 그 와중에 이넘들, 언제 어명이 떨어질까 학수고대하면서 눈들은 전부 청와대쪽으로 향해있다. 한나라당 눈치보랴 청와대 눈치보랴, 이럴때는 눈이 한 백개쯤 있었으면 좋았겠지...

 

자, 이 와중에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노무현의 발언이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국민들의 귀에 들어갈 수 있을까? 100년? 10년은 커녕 노무현 임기 끝나는 것과 동시에 열우당은 산산히 쪼개질 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대선은 커녕 2006년 지자체 선거 끝나면 합종연횡이 분분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축하메시지를 들은 열우당의 당원이나 의원들, 얼마나 진지하게 노무현의 말씀을 경청했을까??

 

정말 100년 가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지 포지션이 어딘지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이넘이 뭐라 하면 이쪽으로, 저넘이 뭐라 하면 저쪽으로 들고 튀는 행보를 보이는 한 국민들, 자신의 지지를 10년이고 100년이고 계속 보내지 않는다. 행인도 노무현 만큼이나 100년 가는 정당을 보고 싶다. 그게 한나라당이든 열우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관계 없이 말이다. 보수고 진보고, 우파고 좌파고 간에 한 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비전과 굳건한 신조가 있는 그런 집단이 이제는 좀 만들어질 때도 되었다.

 

열우당 1주년 축하한다. 100년 가기 바란다. 이제 100분의 1 걸어오는 동안 이렇게 베지밀 가족(순수 우리 속담으로는 콩가루 집안)이 되었다만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면 거 한 10년은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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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1 15:29 2004/11/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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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5/11/11 16:34

    행인의 [100년 가는 정당] 의 후속편쯤 되는 글. 한 기사가 눈에 띈다. 열우당 창당 2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는 기사다. 기념식장은 썰렁함의 극치였고 내용상으로 볼 때도 막막한 앞날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