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바기의 뻘소리

"지금은 공무원이 불법파업할 때가 아닙니다."

이런 제목의 성명이 서울특별시에서 나왔다. 당연히 이런 성명은 서울시장전하의 육성으로 흘러나와야만 한다. 우익단체전용 잔디광장을 건설하시고, 돈먹는 티머니 보급하시고, 청계천 복구 및 피맛골 재개발을 추진하시며 문화재멸실을 주도하신 우리의 명바기 성님. 그래도 서울시 공무원들의 피라밋 정점에 서계신 분께서 이런 기회에 입 닥치고 계시면 누구 말마따나 "영이 안선다!"

 

그래서 이렇게 거창하게 한 말씀 하고 나오셨다. 그런데 아주 명문에 휘황찬란한 문장력을 발휘하셨다. 원래 현대 호랑이 출신의 리틀 정주영, 밀어부치기의 대가 명바기 성님의 어투는 이렇지 아니하다. 한마디로 호걸형의 문장에 시정잡배들조차 이해하기에 충분한 단어를 구사하시던 명바기 성님. 서울 시장하면서 꼴에 가오가 있지, 양아치노릇할 때 쓰던 말을 내뱉기엔 좀 거시기 했었던가 보다만 그래도 명바기 성님,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훨씬 어울릴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행인, 잠도 못자고 명바기성님이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을 재구성해주기로 한다. 나중에 해장국 한 그릇이라도 사줄라나???

 

 



존경하는 서울 시민여러분

- 서울 사는 너거들

 

경제침체가 오래가고 있습니다. 현 경제상황은 바로 “일자리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수 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은 채 낙담해 있습니다.

- 먹고 살기 힘들쥐? 직장잡기도 어렵고. 젊은 것들도 백수가 태반이고, 일거리 잃고 애비노릇 못하는 넘들이 천진건 니들도 알거고.

 

 

이러한 시점에서 신분, 정년, 연금이 보장된 공직자가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은 물론 직접 당사자인 공무원들로부터도 이해나 동조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때가 이런데 배때기 부른 철밥통 공무원들이 주접을 싸고 파업을 한다는 거, 서울 사는 너거들은 물론이고 내 밑에 부하덜도 조까치 생각하고 있단 말이거덩.

 

 

따라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1월 15일부터 예정된 총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공무원 본연의 자세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 그러니까 너거 간이 배밖으로 나온 전공노 넘덜, 11월 15일부터 뻘짓할 생각 말고 빨리 니들 책상 붙잡고 앉아 있어라. 직이삐기 전에.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와 사업소 등에서 일부 공직자가 공무원 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민여러분 에게 일부 부담을 주고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 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서울시 전 공직자는 소수 공무원이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대민업무에 한 치의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 내가 짱먹고 있는 서울에서도 그런 넘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모를 줄 아냐? 서울 사는 너거들, 기분 젓같지? 걱정 붙들어매고 나만 믿고 있어라. 계속 바짝 바짝 조여줄테니까. 애들 몇 명 나돌아다녀도 내 쫄따구들 아직 많아. 나 안 죽어!!

 

 

공직자 여러분!

- 어이 쫄따구덜!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세계10위권의 경제를 이룩하기 까지 공무원은 나라 사랑의 일념으로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공직자는 묵묵히 애국심과 사명감을 갖고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 보리고개 넘겨주니까 수염을 뽑을라고 들어? 니들 배불려준 게 누군데? 딴 넘들은 찍소리 않고 까라면 까고 박으라면 박고 있는데 니들은 무슨 용가리 통뼈냐?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그 소속 공무원에게 다시 한번 권유합니다.

- 너거들 좋은 말 할 때 말 들어라.

 

우리 공직자에게 부여되고 있는 시대적 소명을 정확히 인식하여 불법적인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동료 공무원과 함께 작금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대열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너거들 나와바리나 잘 지키고 앉았지 왜 파업하고 쥐랄이냐? 당장 때려 치고 딴 넘들처럼 국으로 들어앉아서 시키는 거나 잘 하고 있어라. 내가 요즘 위기 상황이거덩?

 

파업에 참여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할 수 밖에 없음을 주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자꾸 귀찮게 하면 니들 다 모가지여. 법 좋아하네. 밥그릇 끊기고 나서 눈물 짜지 말고 알아서 기어라, 응?

 


서울시민 여러분!

- 서울 사는 너거들

 

대부분의 서울시 공직자들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근무하고 있고 어떠한 상황에도 대민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시민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 우리 애들 많다. 하던 대로 티머니 돌리고, 서울 봉헌하고, 청계천이고 피맛골이고 다 파낼거니까 괜히 설레발이치지 말고 처박혀 있어라. 씨잘떼기 없이 애들 허파에 헛바람 집어넣고 주접싸면 국물도 없다. 알았냐?


 

2004. 11. 14

서울특별시장 이 명 박
 

 

뭐 대강 이런 뜻 되겠다. 서울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적극적인 협력은 도대체 뭐여? 공무원 노조 조합원 보면 신고하란 얘기냐?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부정부패 사슬의 고리 역할을 떠맡겼었겠지. 하긴 명바기가 회사생활할 때 공무원들에게 얼마나 주어터지고 갖다 바치고 그랬겠냐? 돈 몇 푼 쥐어주면 간 쓸개도 다 내놓을 것 같던 공무원들이 노조한다니까, 왜 아니꼽냐?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노무현과 정부에 사사건건 칼날을 들이밀던 명바기가 간만에 노무현과 코드가 맞았다. 하긴 뭐 행자부 장관이며 노동부 장관이 협박질을 하고 있는 판에 서울 시장이 가만 있으면 안 되지. 이광재 이 띨띨이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고 삽질을 하길래 어이가 없었는데, 삽질이라면 은하영웅전설인 명바기가 시범삽질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을 거야.

 

지금은 공무원이 불법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고? 그럼 언제 해야하는데? 언제 그 때가 오냐? 니들 전태일 선배가 분신할 때나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이나 아직도 허리띠를 졸라맬 때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국민소득 20000불 노래를 부르고 앉았으면 그 때가 오냐? 옆차기를 해라... 경제성장같은 소리 작작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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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05:07 2004/11/1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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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열받습니다. 나쁜 넘들.

  2. '각본'한번 실감나게 자알도 하시는구려..아주 마음에 듦!!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