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의 한계

꼼수가 어쩌다 한 번씩은 통할 때가 있다. 사람 사는 어디나 그렇고, 정치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꼼수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밑천 다 드러난 상황에서 꼼수 피우다가는 욕이나 먹고 판에서 쫓겨나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대부분의 꼼수는 그런 식으로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얻는다.

 

꼼수 피웠는데 대박터트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탄핵. '탄핵유도설'이 심심찮게 난무할 정도로 탄핵사태는 노무현과 그 일당이 상황을 만들어낸 원죄가 있다. 물론 이런 정도로 탄핵까지 질렀던 최병렬과 조순형, 지금 두문불출하고 시간 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세월이 약이겠지 머. 하긴 그 때 새삼스럽게 '민주-반민주'구도 설정하면서 촛불들고 거리로 나오라고 선동질했던 인간들 많이 있긴 했다. 하여튼 그넘에 그넘이다. 이러면 또 양비론이라고 거품 물 인간들 꽤 되겠지?

 

한 번 꼼수는 그걸로 끝나야 한다. 그런데 꼼수후 대박사례에 들떠버린 열우당, 못내 꼼수의 추억을 잊지못해 허구헌날 꼼수만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갈데까지 가버린 밑천 떨어진 형세는 어쩔 수 없어서 결국 파토가 나고 말았다.

 

 



18일, 열우당은 정책의총을 열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당론 확정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당론확정은 깨끗이 무산되었다. 의결정족수인 과반수참석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의장은 예정되었던 일정이 있어서 부산으로 날랐다.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조차 확인하지 않고 의총을 잡는 것은 준비한 사람들이 정신머리가 없어서이거나 애초부터 당론확정의 의지가 없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소위 '4대 개혁입법' 싸움에서부터 열우당은 정도에서 벗어난 일들을 벌였다. 그 결과 개혁입법이라고 하는 그들의 법률안은 국회 안에서 논의도 하기 전에 이미 걸레가 되어 상정되었다. 밖에서 한나라당에게 주어 터지는 거야 원래부터 지들이 감당할 일이었기 때문에 새삼스레 한나라당이 발목잡아서 뭔 일을 못하겠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안개모를 비롯한 열우당 내 딴소리파들의 행보에 대해 당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이상해졌다. 그렇게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열우당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은 우유부단, 우왕좌왕, 어영부영이라는 말 그대로다. 결국 그러한 모습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종부세 당론결정을 위한 정책의총 열어봐야 식구들 머리수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여기까지 몰리게 되자 결국 입법안에 대해 먼저 발의부터 하고 나중에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일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이러면 영 가오가 서지 않는다. 열우당의 지주인 노무현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이 서질 않는 것이다. 투구만 찌그러진 것이 아니라 갑옷까지 홀라당 벗겨진 상황이다. 발의 먼저, 당론 나중이라는 이 또다른 꼼수는 또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 별로 기대할 필요가 없다. 이미 되던 안 되던 그들이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개혁'이라는 말과는 전혀 걸맞지 않으니까.

 

열우당은 이제 꼼수 없이 정도를 걷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을 놓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이 이야기했던 개혁입법안들이 제 뜻을 실어펴지도 못하고 찌그러진 깡통처럼 이리 채이고 저리채이는 동안에 처음부터 노무현이라는 상품만 믿고 개나 소나 달려든 그놈의 집구석은 콩가루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허구헌 날 제대로 된 뭔가를 보여주진 못하고 꼼수로 하루 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다.

 

열우당에 대해서는 사실 이제 분노조차 느끼지 못한다. 진짜 분노가 느껴지는 집단은 아직도 열우당과 노무현에게 근거도 없이 개혁세력이라는 칠을 하는 쪽이다. 그건 노무현 추종자나 한나라당이나 마찬가지다. 한쪽은 긍정적 입장에서 그 표현을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부정적 입장에서 그 표현을 사용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또 양비론이냐고? 쥐랄 용갑을 떨어라... 양비론 같은 소리 좀 하지 말고 빨리 제정신이나 좀 차리기 바란다. 양비론 이야기하려면 논리공부나 좀 더 하고 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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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9 01:22 2004/11/1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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