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

* 이 글은 간장 오타맨...님의 [공무원노조 공권력투입....]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한다는 말은 구시대의 언어다. 지금은 한 입으로 세 말도 하고 네 말도 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이야기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고 전혀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물며 16년 전에 했던 이야기는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는 그런 이야기가 된다.

 

나는 16년 전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아마 군대 이야기? 모든 관심은 군대로 쏠려 있었을 때니까. 아니면 뭔 이야기를 했을까나... 술 퍼먹을 궁리? 그것도 아니라면... 아하 16년 전이면 올림픽 때였다. 올림픽 이야기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까 그건 아닌갑다. 공장에서 뺑이치고 나오면 자빠져 자기도 바빠서 그 때 사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16년 전이라... 87년 6월의 함성 이후 몰아쳤던 한여름의 폭풍. 그리고 해를 거듭해 88년 내내도 그렇게 싸움은 계속 되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잠깐 뜸하긴 했지만... 인천은 계속 들떠 있었고, 노조건설은 죽었다 깨나도 안 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던 울 공장은 퇴근시간 이후에 서너명만 모여 있어도 이튿날 보고가 올라갔다. 술먹고 깽판이라도 부린 다음 날이면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때문에 인사과에서 부르고 난리가 났었다.

 

암튼 그랬다. 16년 전 그 시간의 어느 공간에서 행인은 그렇게 길을 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그런데 기억이 하나 난다. 행인은 이를 갈고 있었다. 돈 벌겠다고 말이다. 돈 왕창 벌어서 이 지긋지긋한 생활 빨리 끝장내겠다고 이를 갈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난 돈 많이 벌거야~~!!"하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크면서 돈은 행인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냥 받아들였다. 별로 돈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돈이야 뭐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고... 말 바꾸기... 그렇다. 16년의 세월 동안 어쩌면 돈에 있어서만큼 행인은 포기라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속이 편한지도 모르지만.

 

또 16년이 흐른 어느날 행인은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다. 아, 그래도 말이여 돈이 최고걸랑... 그러면서 악착같이 돈을 끌어모으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럴까? 별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 어차피 산골로 들어갈 날 멀지 않았다. 산골짜기 깊은 골에 들어가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드러누워 신선의 도나 논하다 그냥 그렇게 묻혀가고 싶으니까. 지금 준비중이고.

 

내가 말바꾸기 해서 16년만에 엄청 손해본 사람 있으면 연락 주시라. 방세 빼서 보상한다. 적어도 행인이라는 인간, 지가 한 말에 책임은 지고 싶다. 워낙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소심하다는 이야기쥐 머...

 

16년 전 노무현은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주장했다. 아, 뭐 정확히는 15년 10개월 좀 전의 일이다. 16년 아니라고 악을 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16년의 세월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는줄 알았는데, 세상은 그대로고 사람만 변했다. 아니 그 사람의 두개골 속 골수의 피가 16년 전과 거꾸로 도나보다. 원래 그럼 죽는 거 아닌가??

 

오늘 이런 이야기하는 행인이나, 기타 다른 사람들이나 잘 두고 볼 일이다. 16년 후 지가 한 이야기 어떻게 거꾸로 씹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거는 이거다. 16년 후 말 바꾸기를 하려면 짱돌로 찍힐 각오를 하던지 아니면 지금부터 입 닥치고 썼던 글 다 지우고 암 소리 없이 사는 거다. 하고픈 말 다하고 하고픈 짓 다하면서 여기 저기 흔적을 남기려면 16년 아니라 관속에 들어가서도 지가 했던 이야기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알겠나, 노무현? 16년 전 당신이 했던 말 책임 지라는 이야기다. 마빡에 피 거꾸로 돌다가 비명횡사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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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13:48 2004/11/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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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를 하면 과거는 다 부정되나 봅니다. 노무현을 볼때마다 참 거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 느껴집니다.
    건들건들 걷는 모습을 보며... 참 노사모때 모습과 사뭇 다르군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인지... 참 답답합니다. 검찰의 지침으로 공무원 탄압을 하는 것이 답답하군요.
    아직도 우리의 힘이 미약함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