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쪽팔려서 원...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문건 하나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소위 "열린우리당 2중대" 논쟁이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관련하여 "열린우리당 2중대 소리를 듣더라도" 형법개정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있다 운운한 내용이 들어 있는 내부 문건이 유출되자 당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참 쪽팔림을 무릅쓰고 이야기 좀 해보자. 최고위원회의 뻘소리는 이번 한 번 뿐이 아니었다. 이번주에만 들어서도 2중대 사건 뿐만 아니라 당의 조세개혁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논의가 최고위원회에서 있었다.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면서 당 내에서 "저 사람들이 원래 저렇게 무식했던가?"라는 말, "열린우리당 프락치가 아니냐?"라는 비아냥 등 가지 각색의 말이 돌고 있다.

 

사실 어차피 터질 것이 터진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최고위원나으리들, 괜히 민주노동당에서 눈치보면서 열우당 2중대 노릇하지 말고 열우당으로 가서 당당하게 열우당 본부중대 노릇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정신건강 해치는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거다. 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리 털고 일어나서 열우당으로 가면 박수 쳐 준다. 아주 힘껏!

 

아... 쉬바... 쪽팔려서...

 

더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벌어지고 나자 쏟아져 나오는 질책에 대한 답변이 가관이라는 것이다. 당 게시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당 사무총장 '각하'께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고결한 발언이 있게 된 계기에 대해 용감무쌍한 발언을 하셨기 때문이다.

당 사무총장 '각하'는 오마이뉴스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표현은 과하지만 전략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 "비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통 큰 결단과 함께 "양비론적 시각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집중 폭로해나가야 한다"는 문건의 내용을 옹호하고 나섰다.


"양비론적 시각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집중 폭로해나가야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어디서 들었더라??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골로 등장시키는 용어가 '양비론'이다. 양비론, 이거 참 무서운 말이다. 한나라당과 열우당의 사이에 낀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으로 이거만큼 적절한 것이 없다. 졸지에 민주노동당은 두 당 사이에서 박쥐가 되거나 개구리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사실 이 비판처럼 어이없는 것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두 당을 비판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1+1"이 얼마냐고 물으니까 한나라당 어린이들은 "3"이라고 대답을 하고 열우당 어린이들은 "4"라고 대답한다. 철학시간도 아니고, 산수시간에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양비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둘 중 어느 한 쪽이 맞다고 해줘야 하는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지금 선택지가 둘이 있다고 한다면 그 하나는 '보수'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이다. 이 둘의 선택지 사이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를 택한 것이고, 따라서 '보수'에 대한 비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있다. 그런데 '보수'를 선택한 집단은 다름아니라 한나라당과 열우당이다. 그들은 이름만 다를 뿐 하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진보'를 선택한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열우당 둘 중 하나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양비론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집중폭로"한다는 거, 이거 선거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다. 소위 '반한나라당 연대', 또는 지난 대선 시기 '반창연대' 이 얘기가 다시 또 나온 것이다. 또는 더 나가자면 선거때마다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고 뒤통수를 치며 등짝에 비수를 꼽았던 '비판적 지지'의 망령, 이게 다시 부활하는 것이다. 제3당으로 도약한 민주노동당의 최고위원 집단 안에서 말이다.

 

87년 대선에서부터 지난 대선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빠짐없이 등장했던 그놈의 비판적 지지. 2002 대선 당시, 명계남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그랬다. "이번에 우릴 밀어달라, 다음번에 당신들을 밀겠다." 개코딱지 후비는 소리다. 그러던 그들, 지난 총선에서 탄핵과 선거를 연결하면서 뭐라고 했나? 유시민의 구걸정치. 그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보자. "후보는 열우당에게, 정당은 민주노동당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주사와요~~!" 이렇게 허구헌날 앵벌이 하면서 언제 화끈하게 밀어줄지 모르겠다. 뭐 별로 밀어줄 거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게 진보진영의 표를 앵벌이 해가면서 정권을 획득하고 거대여당을 만든 그들이 시시각각으로 내뱉었던 말이 "한나라당 타격"이었다. 정권을 잡고 150석이 넘는 다수당으로 변모한 후 그들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뱉은 말은 '양비론자'라는 비난이었다. 입으로는 개혁을 이야기하는 그들이 정작 뭘 개혁했는가? 지금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4대 개혁입법안', 이걸 지금 개혁이라고 내놨나? 개혁이 개(犬)가죽(革)이냐??

 

그런데 이렇게 늘상 뒤통수 얻어맞고 비틀거리면서도, 등짝에 칼맞고 휘청거리면서도 또 늘상 튀어나오는 것이 이놈의 "비판적 지지"다. 국가보안법 문제, 이거 당 안에서 확정되어 끝난 이야기다. 지금 이 판국에 민주노동당이 형법개정안 동의를 내봤자 좋아할 인간들은 조중동 휘하 수구집단들밖에 없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날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형법개정안 찬성, 안보문제 인정"

기사에서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세세하게 분석을 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국가보안법 전면철폐를 주장하던 집단조차도 인정했듯이 우리 안보 절라 심각하다, 이런 해설과 함께 정부여당에게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전면 중단하라는 사설까지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신문지면을 꾸며놓을 것이다.

 

그걸 원하는 건가? 그렇게 양비론이라는 비판이 싫었나? 진보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지는 것을 양비론이라 비판하는 자들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논리가 없었나?

 

거 좀 다시 한 번 부탁하는 건데, 민주노동당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열우당 2중대원 노릇하지 말고 그냥 열우당 가서 당당하게 열우당 본부중대원 노릇 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얼마나 좋은가? 한 큐에 양비론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한나라당과 전면에서 싸우면서 그들의 수구성을 폭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 쉬파... 절라 쪽팔려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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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6 20:50 2004/11/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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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4/11/08 03:01

    논산에서 열린 전국현장활동가대회에 갔다왔다. 분노의 열기와 투쟁의 의지가 살아있는 대회였다. 노동자의 분노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대 논리 따위를 들어 즉흥적이거나 한시적인 분노는

  1. 산수는 일본식 표기라 초등학교 교과서도 수학으로 바뀌었답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2. 공장장/ 허거... 그렇구만요...

  3. 최고위원회 진짜 황당하군요. 요즘 어디가서 당원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심정을 그들이 조금이라도 알까요?

  4. 이런 일이 있었군요. 당원은 아니지만 저도 안타깝습니다. 근데 그 분들 열우당에서 대접받을 정도로 민주노동당이 힘이 커질 때까지는 절대로 옮겨가지 않을 거라는 데 한표.... 저도 속이 터질 지경이니 당원들은 어떨까 싶습니다.

  5. marishin/ 그게 문젬다... 지금 가 봐야 대우도 못받을텐데... 그래도 빨리 갔으면 시포요...

  6. 아 씁, 열라 팔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