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많이 쪽팔리겠다
정보통신부가 "망법"이라는 보도를 휘둘러 각 단체와 민주노동당의 게시판을 사정없이 썰고 있다. 북한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추상같은 엄명이 떨어진지 근 한달, 오늘로 삭제명령 이행의 시한이 다가왔다. 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결연한 의지로 이 21세기판 분서갱유의 광란을 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검경이 동원된 연장질로 단체 몇 개가 제껴지면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정보통신부의 이명박 닮은 삽질의 부르스에 저항하는 당사자들의 결의는 공고하게 보인다... 만은...
부연하건데, 민주노동당의 자유게시판이나 각 단체들의 게시판에 올라간 "주체천국 불신지옥"의 신앙고백들에 대해선 기냥 웃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정도의 감흥밖에는 없다. 수령님이 쓰시던 축지법 장군님도 쓰신다는 수준의 신성화 작업에 감동해서 선군정치만이 살길이라고 악을 쓰는 저들의 입장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통성기도 하면서 이슬람 회당을 약올렸던 기독교 광신자들을 보살피듯이 감싸주어야 할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예전에도 그랬고, 이들은 신학의 영역을 과학의 영역으로 포장하여 포교활동을 한다. 가끔 진보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라엘리안이나, 영생천국을 외치면서 불신지옥으로 인민을 협박하는 기독교도들이나, 대포동으로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개뻥치는 주사돌이들이나 뭐 거기서 거기인 이유가 여기 있다. 얘들은 우주인, 신, 수령의 말씀을 절대진리로 여긴다. 수고 많다.
하지만 이들의 광신적 포교행위가 내 목숨을 절박하게 위협하거나 사회 전체를 혼란의 도가니탕으로 절절 끓게 만들지 않는 이상 이들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누구든 자신의 사고를 통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공공연하게 외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들의 신앙고백과 포교활동이 같잖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해 탄압하는 어떠한 공권력의 행사도 용서치 않는 것이다. 거기에 함께 저항하는 것이다.
당 내에서도 게시물 삭제에 대한 유혹은 많이 있었다. 혹여라도 게시물 삭제하지 않았다가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관련자들의 향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그 정도의 불이익쯤은 기꺼이 감수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나 대표쯤 하려면 당연히 부당한 정부의 탄압에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는 의지를 가져야만 한다. 그런 논리로 이번 정보통신부의 연장질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정면으로 맞설 것을 결의했던 거다.
그런데, 삭제명령을 받은 단체들 중 몇 단체가 보여주는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가 없다. 자진 삭제를 결의한 단체들이 있는 거다. 그것도 그 삭제대상게시물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해당 삭제대상게시물들이 설파하는 신앙고백을 자신의 신앙으로 간직하고 있는 단체들이 삭제를 해버렸다는 거다. 그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켜주려는 것을 그 신앙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부정하는 현상. 니들이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냐?
아주 어정쩡하게 똥싼 바지 움켜쥐고 어기정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단체로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과 "전국민중연대(민중연대)"라는 단체다. 이들은 정보통신부의 삭제명령에 겉으로는 "일단 거부"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이들의 하는 행태가 가관이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단체 해체 준비 중이며 따라서 홈페이지도 폐쇄함"이다. 홈페이지 폐쇄하는 마당에 게시판 게시물 삭제야 자동뻑으로 해결되는 문제다. "일단 거부"라는 입장이 아주 우스운 꼴이 되어 버린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남한사회의 민중운동은 혼자 다 하는 거처럼 설레발이치던 이들의 망가진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결정적 기로의 순간마다 진보진영의 등에 칼을 꽂길 거듭해왔던 전국연합과 민중연대는 이런 식으로 또다시 지들 체면차리기와 동시에 진보진영 등에 칼을 꽂는다. 도대체 이런 박쥐들하고 무슨 진보를 같이 하나?
차라리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은 솔직하기라도 하지. 이 연합단체는 "법적대응은 소모적이며 벌금도 고려"하여 삭제하기로 했단다. 북한관련게시물이 문제되는 것은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과 단체들을 꼽아보자면 한청은 아마 수위에 위치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결사항전의 자세로 정보통신부와 일전을 치뤄야할 단체 중의 하나도 한청이다. 그런데 한청은 기냥 꼬리를 내려버렸다. 그래도 얘들은 전국연합이나 민중연대에 비교하면 참 솔직하기도 하다. 앞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사건 날 때 한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진짜루 귀추가 주목된다.
정말 웃기는 것은 민주노총이다. 앞으로 우리는 민주노총의 홈페이지에서 팝업창이나 또는 게시판 공지사항으로 이런 글귀를 보게 될지 모르겠다.
"관련법에 의거하여 북한관련 게시물은 삭제합니다."
웃기지 않나? 민주노총에서 저런 공지를 할까? 아마 안 할 거다. 지들도 가오가 있지, 2004년 연말 그 혹한의 추위에, 전국의 노동문제가 산적한 그 시기에,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던 그 시기에, 이 모든 노동관련 사안을 뒤로 살짤 물려놓고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단결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올인하면서 엄청난 인원을 동원해 여의도 공원 한 구석에 난민촌 같은 천막촌을 만들고 단식투쟁을 했던 그 "자랑스런" 역사를 간직한 민주노총.
이 민주노총이 정보통신부 삭제명령에 따라 삭제대상게시물 292개 중 291개를 삭제했다. 그러면서 상황공유를 하는 파일에는 "이동보관"이라고 토를 달아놨다. 지들도 쪽팔린 거를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해당 게시물들이 홈페이지 개편 전 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 있던 것이고 현재에는 구 홈페이지 이용빈도도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중언부언하던데 그건 낯간지러운 소리다. 그 게시물 지키기 위해 안기부...가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구속을 결의했던 민주노총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이에 대해선 NeoScrum이 할 말이 많을 거다.
뭐 꼭 2004년 연말을 돌이킬 필요도 없다. 지금도 민주노총 앞을 지나다보면 엉뚱하게 노동조합총연맹이 아니라 통일단체가 아닌가 싶은 내용의 걸개가 걸려 있다. 아니, 이렇게 조국의 통일에 일로매진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목을 걸고 있는 민주노총이 왜 정보통신부가 요청한 북한관련게시물은 후다닥 삭제를 결의했을까? 게시물 삭제와 관련하여 결성된 무슨 위원회의 대빵 쯤 되는 사무총장 이용식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저항은 그거 대로 하고, 벌금 낼 일은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이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웃기고 자빠지셨다. 이게 천만 노동자의 염원으로 일궈세운 우리의 조직, 투쟁하는 노동자의 대오 민주노총이냐? 만주노총이지... 차라리 한국노총이 이런 짓을 했다면 내 이해를 하겠다. 이 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합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따로 사는 거보다 더 좋지 않겠나?
정상회담하러 북한 가면서 노무현이가 내놓은 선물보따리 중에는 북한관련 사이트의 개방 건도 들어있더라. 이거 실현되면 정보통신부의 삽질은 완전 개코메디가 되어버린다. 사실 지금도 개코메디인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시원하게 웃어주면서 닭짓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뒷통수를 힘차게 때려주는 거다. 정신차렷! 하는 일성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하는데 가장 선두에 서야할 민주노총, 개코메디에 쫄아서 꼬리를 말아버린다. 이런 민주노총을 믿고 무슨 자본가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나?
정부의 한마디에 쪼르륵 고개를 떨구는 가련한 민주노총. 정확하게는 민주노총의 지도부. 이런 사실도 모르는 조합원들은 오늘도 민주노총 깃발아래 노동해방의 새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덧) 행인도 참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전같으면 아마 "은, 는, 이, 가"를 빼놓고 전부 욕으로 도배를 했을텐데, 오늘 많이 참는다. 아마 그게 정부기관이 아니라 민주노총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아련한 애정이 차마 손가락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는 듯 하다. 뒌장...
행인님의 [민주노총, 많이 쪽팔리겠다] 에 관련된 글. 위 행인의 글을 읽고선 생각이 났는데 말걸기에게는 '주사파 전력'이 있다. 지난 해 말에 말걸기의 신념 체계의 변화를 더듬었던 글, [우익이나 될까부다]에서는 이 전력이 빠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걸기의 '주사파 전력'은 '신념'의 영역이 아니라 '규정'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김일정,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고 북한 체제를 하느님 나라처럼 그
행인의 [민주노총, 많이 쪽팔리겠다] 에 관련된 글. 이석행이 31일날 입장발표 한다고 하길래, 뭐 걍 그런가보다 했다. 요새야 dog나 caw나 민주노동당에 대해 한 소리씩 하는 게 유행인데다가, 이석행은 지난번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이너뷰를 했을 때 대마도원정대장과 함께 당사로 돌진하여 안하무인의 작태를 보인 바 있기 때문에 뭐 이석행도 한 소리 할 게 있나보다 했다. 깜빡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이 사람이 도대체 뭔 소리를 했을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