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집권여당 열우당이 한나라당에게 손이 발이 되다시피 빌어 결국 사학법과 빅딜을 통해 제정되게 된 로스쿨법.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대로 로스쿨법 논의에 성실히 임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고, 열우당은 열우당 대로 로스쿨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 보다는 어떻게든 통과시키려는 의지만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청와대는 사학법을 내주고라도 로스쿨법을 통과시키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해댔고.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만 보더라도 대충 로스쿨법이 통과되던 날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 진짜 국회의사당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해서 7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어났던 그 신속하면서도 어이없는 로스쿨법과 사학법의 바꿔치기 현장을 다시 보도록 하자. 동영상이 아니라 문자중계가 되겠다.

 

본회의가 속개된 시각은 밤 11시 14분. 부의장 이용희 의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고, 본회의장 단상 앞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서서 로스쿨법과 사학법의 빅딜에 항의하고 있었다.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나서 다음 안건인 로스쿨법 제정안을 처리하려 하면서 본격적인 소란이 벌어졌다.

 

부의장 : 다음 안건 처리를 위하여 의원님들께서는 의석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단상에 나와 계신 의원님들!

이 정도 되면 충분히 반대의사 표시된 것 같은데 의사진행해야 되는 입장인데 어떻습니까? 의석으로 돌아가십시오.

("이것은 불법입니다, 불법!"하는 의원 있음)

("이제까지 잘 해 오셨는데 마지막에 오점을 찍지 마세요"하는 의원 있음)

오점을 찍든 안 찍든 어쨌든......

("불법이에요" 하는 의원 있음)

불행인지 행인지 모르지만 그 순서가 내 순서가 되었는데 어떻게 해, 방법이 없잖아......

 

부의장 : 한 가지 양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각 교섭단체대표의원들 간에 합의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오늘 의사일정 제58항~제60항으로 각각 추가 상정하여 심의하도록 하겠습니다.(이 시각이 밤 11시 51분이었다)

 

부의장 : 의사일정 제58항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 상정합니다.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나오셔서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김신일 : 존경하는 이용희 국회부의장님과 의원 여러분께 정부가 제출한 법학전분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제안설명드리겠습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 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장내 소란)

자세한 내용은 단말기에 있는 것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과될 수 있도록 심의의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부의장 : 이 안건에 대해서는 김진표 의원 등으로부터 수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김진표 의원 나오셔서 수정안에 대하여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진표 의원 : 김진표 의원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얼굴 들고 이렇게 나올 수 있어?" 하는 의원 있음)

왜 그러세요?

("개악을 중단하라!"하는 의원 있음)

("어떻게 이게 법안이야?"하는 의원 있음)

("아니 어떻게 얼굴 들고 나올 수 있어?"하는 의원 있음)

(장내 소란)

 

부의장 : 지금 회의장 상황으로 인하여 제안설명을 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안설명은 단말기에 있는 회의자료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만해요!" 하는 의원 있음)

("이게 법이야? 이게 무슨 법이야!" 하는 의원 있음)

("이게 국회에요?" 하는 의원 있음)

그러면 국회법 제96조의 규정에 따라 수정안부터 표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을 저버리고, 이게 개혁이야?" 하는 의원 있음)

("그만해요!"하는 의원 있음)

(장내 소란)

김진표 의원 등이 발의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하여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의장 : 투표를 다 하셨으면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적 187인 중 찬성 149인, 반대 18인, 기권 20인으로서 김진표 의원 등이 발의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밤 11시 54분)

 

부의장 : 의사일정 제59항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합니다.

이은영 의원 나오셔서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립학교법 개악 반대한다! 관둬라, 관둬!" 하는 의원 있음)

("이게 뭐야, 이게 뭐야? 그렇게 운영을 해서..." 하는 의원 있음)

("뭐하는 거야?" 하는 의원 있음)

 

이은영 의원 : 교육위원회의 이은영 의원입니다.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 제안설명을......

(장내 소란)

 

부의장 : 지금 회의장 상황으로 인하여 제안설명을 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안설명은 단말기의 회의자료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이주영 의원 등으로부터 수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이주영 의원 나오셔서 수정안에 대하여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주영 의원 : 사립학교법 수정안 제안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장내 소란)

사립학교법 수정안은 원내 3당이 합의한 안으로서 자세한 내용은 단말기에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제안설명을 마치겠습니다.

("17대 국회 단면을 적나라하게 국민 앞에...... 잘 한다, 잘 해!" 하는 의원 있음)

("우리당은 한나라당하고 합당해라, 합당해!"하는 의원 있음)

("뻔뻔하게 이러고서 대선 치르고 또 정권 잡겠다고......" 하는 의원 있음)

 

부의장 : 그러면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국회법 제96조의 규정에 따라 수정안부터 먼저 표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주영 의원 등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의장 :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186인 중 찬성 143인, 반대 26인, 기권 17인으로서 이주영 의원 등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부의장 : 의사일정 제60항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합니다.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나오셔서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이 때가 무려 밤 11시 57분)

 

김신일 부총리 : 고등고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단말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부의장 : 그러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다들 법조인 출신들 계시잖아요? 이 법이 정말로 이렇게 통과되어도 되는 법이에요?"하는 의원 있음)

 

부의장 :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188인 중 찬성 160인, 반대 6인, 기권 22인으로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 안건들에 대한 자구 등의 정리는 국회법 제97조의 규정에 따라 의장에게 위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의 없으시지요?

("예"하는 의원 있음)

그러면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

(밤 11시 58분 산회!!!)

 

 

한국 국회의원들, 일처리 하는 솜씨가 신묘하기 이를 데가 없다. 로스쿨 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3가지 법안을, 그것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쏠린 데다가 이해관계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고, 더나가 현직 국회의원들 중 일부가 단상점거까지 하면서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불과 7분만에 세 법안 다 처리하고 산회선포까지 한다.

 

물론 각 상임위, 특히 교육위에서 격렬하게 토론도 하고 논의도 했다. 주로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법안의 내용보다는 서로 잘났다고 정치공세하느라고 열을 올렸지만 어찌되었든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했으니 본회의에서 법안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다 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자. 아무리 상임위에서 이야기를 했더라도 그렇지, 전국에 생중계되는 본회의 과정에서 제안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모니터나 보고 앉아있으라고 하더니, 일사천리, 손오공 근두운 타고 우마왕 홀리듯이 그렇게 휘리릭 끝을 내버린다.

 

이게 얼마나 반 "개혁"적인 일인지 열우당 의원들은 몰랐을까? 원내입성하자마자 4대 개혁입법 어쩌구 하면서 난리 버거지를 쳤는데, 그 4대 개혁입법 중에서 그나마 너덜너덜하게 걸레짝이 되었어도 쬐끔 손 본 것이 사학법인데 그걸 홀라당 날려먹으면서까지 이렇게 해야했을까?

 

여기엔 로스쿨 지지자들의 교묘한 말장난이 열우당의원들의 인식수준과 맞아 떨어진 바가 있다. 과거 탄핵정국에서 친노일당들은 "친노=민주, 반노=반민주"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며 여론몰이를 한 바 있다. 이게 말이 되냐 안 되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로스쿨법 제정 과정에서도 똑같은 주장이 있었다. 바로 "로스쿨=개혁, 반로스쿨=반개혁"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열우당 의원들의 멘털리티가 가지는 한계가 바로 여기 있는데, 이들은 "로스쿨=개혁"이라는 공식만 생각한 나머지 "사학법 개악=반개혁"이라는 공식은 외면해버렸다. 개혁을 주장하는 자들이 동시에 반개혁의 손을 들어주는 이 모순이 7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스크롤의 압박이 있겠지만 로스쿨법 찬성자와 사학법 개악 찬성자들의 면면을 보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 한 수정안 투표 의원(187인)
찬성 의원(149인)
강길부   강봉균   강재섭   강혜숙   고경화   고흥길   고희선  
공성진   곽성문   권경석   권선택   권영세   권철현   김기현   김낙성   김낙순
김덕규   김덕룡   김동철   김무성   김석준   김선미   김성곤   김성조   김송자
김애실   김양수   김영덕   김영주   김원웅   김재경   김재원   김재윤   김재홍  
김정권   김진표   김충환   김태년   김태환   김학송   김형오   김홍업   노영민
노현송   맹형규   문병호   문석호   문   희   박계동   박명광   박병석   박성범
박세환   박순자   박승환   박재완   박   진   박찬석   배기선   배일도   백원우
변재일   서재관   선병렬   송영길   신국환   신기남   신   명   신상진   신중식
안명옥   안민석   안홍준   양승조   양형일   오영식   오제세   원혜영   유기준
유기홍   유선호   유시민   유인태   유정복   윤건영   윤두환   윤원호   윤호중
이강두   이경숙   이경재   이계경   이계진   이광철   이군현   이규택   이근식
이기우   이병석   이상득   이상민   이상배   이성구   이성권   이시종   이용희
이윤성   이은영   이재오   이재웅   이재창   이주호   이진구   임인배   임태희
장경수   장복심   장영달   정갑윤   정두언   정병국   정의용   정의화   정진석
정진섭   정형근   정희수   제종길   조순형   조일현   주성영   주승용   지병문 
진수희   차명진   채일병   최경환   최구식   최규성   최규식   최   성   최연희
한병도   허   천   홍문표   홍미영   홍재형   황우여   황진하

 

 

◯私立學校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투표 의원(186인)
찬성 의원(143인)
강길부   강봉균   강재섭   고경화   고흥길   고희선   곽성문
권경석   권선택   권영세   권철현   김기춘   김기현   김낙성   김덕룡   김동철
김명주   김무성   김석준   김성곤   김송자   김애실   김양수   김영덕   김영주
김재경   김재원   김정권   김정훈   김진표   김충환   김태환   김학송   김학원
김형오   김희정   나경원   노영민   노현송   류근찬   맹형규   문병호   문   희
박계동   박명광   박상돈   박성범   박세환   박순자   박승환   박재완   박   진
배기선   변재일   서상기   서재관   서혜석   송영길   송영선   신국환   신기남
신   명   신상진   신중식   심재철   안명옥   안상수   안홍준   양형일   엄호성
오제세   원혜영   유기준   유시민   유인태   유정복   윤건영   윤두환   이강두
이경재   이계경   이계안   이계진   이군현   이규택   이근식   이낙연   이병석
이상득   이상배   이상열   이성구   이성권   이승희   이시종   이원복   이윤성
이은영   이재오   이재웅   이재창   이종구   이주영   이주호   이진구   이해봉
이혜훈   임인배   임태희   임해규   장경수   장복심   장윤석   전여옥   전재희
정갑윤   정두언   정병국   정의용   정의화   정진섭   정형근   정희수   조순형
조일현   주성영   주승용   주호영   진수희   진   영   차명진   채일병   최구식
최규성   최규식   최병국   최   성   최연희   허   천   홍문표   홍재형   황우여
황진하

 

면면이 화려하다. 노무현의 손과 발이 되어 개혁은 혼자 다 한 것처럼 떠들면서 대한민국 개조론까지 주장했던 유시민은 개혁과 반개혁을 혼자 다해버렸다. 유시민뿐만이 아니다. 이름을 열거하자면 이 위의 명단을 또 다시 열거해야할 판이다.

 

그렇다. 7월 3일 국회 본회의장은 개념상실의 현장이었던 거다. 개혁을 위해 로스쿨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 난리를 쳤던 이은영 의원, 쇼부에 응해준 한나라당의 은공에 보답하느라 사학법 개악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애초부터 개념이라고는 저 먼 은하 어느 곳(차마 그곳이 안드로메다라고는 하지 못하겠다)에 버려두고 다니면서 추태만발의 행위들을 하고 다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거품물고 개혁 운운하던 열우당의 의원들, 개혁은 무슨... 개 가죽(革)이 개혁이냐??

 

개혁에도 찬성하고 반개혁에도 찬성했던 일부 의원들은 오늘도 국회 교육위에서 로스쿨 정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가를 가지고 제목소리에 흥이 겹다. 목소리를 높이기도 해야할 판이다. 의원직 그만 두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로스쿨 교수로 돌아가느냐 그냥 법학과 교수로 돌아가느냐의 문제가 달렸는데.

 

문제는 향후 로스쿨이 사회문제가 되더라도 저 사람들 중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로스쿨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이나 로스쿨 진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학생들, 그리고 사법구조의 왜곡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많은 인민들이다.

 

이 짓을 하고도 오늘 저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부심을 한껏 뽐내며 대선현장으로, 지역구로, 국회로 돌아다니고 있다. 잘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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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0 12:17 2007/10/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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