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논란 제2차전~! 땡~!!

행인님의 [로스쿨, 본격적인 대학서열화?] 에 관련된 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궁금증을 이야기해보자. 교육부의 현재 사업추진방향대로라면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 로스쿨 인가학교가 정해지고 2009년부터는 로스쿨 첫 입학생이 나오게 된다. 곧 4년제 대학 이상 졸업한 사람이나 현재 대학 3, 4학년들 중 법조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불과 1년 남은 2008년도에 로스쿨 입학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 첫 해 입학대상 자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계속 사법시험 준비할래? 아니면 로스쿨 준비할래??

 

이제부터 골싸매는 계산을 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미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하겠다고 했고, 국회는 어영부영 교육부의 안을 수용했다.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정원이 1000명이라고 할 때, 사법시험 합격가능성보다 로스쿨 합격 가능성은 두 배로 늘어난다. 사법시험 합격률이 1차 응시자 대비 해마다 2~3%라고 한다면 이들에게 로스쿨에 진학할 기회가 4~6%로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신림동 고시촌을 비롯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합격의 그날만을 바라보며 장구한 세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사람들과 대학 3~4학년에 재학 중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합격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시험 모두를 준비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고려한다면 사법시험에 합격하든 로스쿨에 합격하든 법조인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므로 합격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로스쿨 입학을 위한 시험과 사법시험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시험을 동시에 준비한다는 것은 수험생에게 있어서는 피를 말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벅차기 이를데 없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패스하는 것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는 시험의 방식도 유사하려니와 겹치는 시험과목도 꽤 된다. 그러나 로스쿨 입학시험은 이러한 방식들과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수험생의 길로 접어든 사람들은 고민을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볼 일은 없다. 그러나 몇 년씩 고시준비를 했던 사람들의 경우에 사법고시가 아니라 로스쿨로 방향을 전환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들인 공이 모두 헛발질이 되기 때문이다. 고시촌과 학원과 도서관에 날린 비용과 시간 일체에 대해 회수를 포기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차피 2013년부터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 졸업생들만이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자격시험제도로 일원화된다고 한다면 선택의 고민은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데 2013년 전까지 계속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2013년부터는 로스쿨 입학을 위한 수험준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손해를 보는 것은 매일반이 되는 거다.

 

결국 로스쿨 제도의 도입논의는 그동안 사법고시라는 웃기지도 않은 제도에 목을 매고 살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 드러난다.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굳이 국가가 '후견인' 노릇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당사자들, 즉 사시준비생들의 박탈감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는 좀 더 나중에 짚어보기로 하고, 열띤 공방전 속에 새롭게 전개될 예정인 로스쿨 정원논란 2차전의 향방에 대해 살펴보자. 행인이 점쟁이도 아니고 정책기획의 핵심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 마당에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어디 EPL 생중계 해설하는 사람이 경기결과를 미리 알고 경기해설을 하던가?

 

교육부는 애초 1500명 정원을 들고 나왔다가 대학과 정치인들의 호된 일격을 맞고 주춤하더니 결국 2000명 정원안을 제시했다. 국회 교육위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여론 수렴해서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으로 어영부영 이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정부와 정치인, 대학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라 행인이 진작에 예견했듯이 1차 정원논란은 2000명 정도에서 쇼부를 보게 되었다.

 

이 1차 결정은 그러나 논란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고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각 학교 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번 포스팅에서 잠깐 봤던 각 대학별 사시합격자 수를 한 번 보기로 하자.

 

연 평균 사시 20명 이상 배출대학 (02~07년)

서울대       334.3명

고려대       164.7명

연세대       110.2명

성균관대     60.5명

한양대        55.6명

이화여대     43.7명

부산대        26.7명

경북대        20.5명

<이상 법률저널 자료>

 

이 통계를 보면 앞으로 정원논란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일부 예측이 가능하다. 우선 격렬하게 2000명 정원안을 반대할 대학이 어딘지는 눈에 보이게 선하다.

 

법률에 따라 총정원을 제한하면서 정원분배의 한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 한 대학 150명 정원 상한이다. 이 기준에 따라 앞으로 각 대학은 50~150명 사이의 정원을 배분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학은 바로 합격률 상위 3위까지의 대학이 된다. 즉, 소위 SKY로 분류되는 서울대, 고대, 연대다.

 

일단 서울대의 경우 정원 150명에 중간탈락률 10%, 최종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 80%의 기준으로 살펴보면 로스쿨을 유치할 경우 한 해 자교 출신 법조인 수가 108명이 된다. 즉, 현재 사법고시 시스템 하에서 매년 배출되는 자교출신 법조인의 수보다 거의 3분의 2가 줄어든 숫자만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은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정원 150명을 배분받았을 때 서울대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고려대 역시 평균 연간 법조인 배출 수보다 3분의 1 이상 줄어든 숫자의 법조인을 배출하게 된다. 연세대도 합격자 수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학교는 총정원 제한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거나 최소한 300명 이상의 정원을 보유할 수 있기를 원하게 된다. 당연히 교육분의 안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사법시험합격률로 보면 SKY와 같은 취지에서는 아니지만 이하 랭킹 상위에 올라가 있는 학교들 역시 정원제한에 대해서 격렬히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총 정원 2000명이라고 할 때, 최대정원 150명을 상위 3~4개 학교가 가져간다고 하자. 4개 학교에 150명씩 정원이 배치될 경우 나머지 학교들은 총 정원 2000명 중 남은 1400명을 가지고 정원을 분배해야 하는데, 이게 120명이 될지, 100명이 될지, 아니면 80명이 될지 알 도리가 없다. 천만 다행으로 100명 정원을 맞춘다면 속은 쓰릴 수 있으나 현상유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80명 이하로 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합격률을 현재 계획대로 유지한다면 그나마 80명 정도라도 용인할 수 있겠으나 이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변협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변협과 같은 법조기득권 이해집단이 시험과정에 개입해서 합격률을 일본 수준(40%대)으로 낮추어버린다면 이들 역시 지금보다 못한 합격생 배출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상위 3위까지 랭크된 대학들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한편, 2000명 정원안이 나옴으로서 애초 원안보다 500명 늘어난 총정원 안을 받게 된 지방국공립 및 사립대학교의 경우에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총 정원 1500명으로 최대 정원 150명의 학교를 정한 후 남는 900~1050명 정도의 정원으로 분배가 결정될 상황에서는 50명의 미니로스쿨은 커녕 아예 로스쿨 선정 자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원논란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변수가 작용했다. 바로 노무현이 로스쿨 설치에 지역균형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0월 24일 노무현이 지역균형을 위해 로스쿨의 지역분산설치를 언급한 직후, 3000명 이상은 되야 총정원안을 받을 수 있다고 비분강개, 일치단결했던 각 대학에 묘한 지각균열이 발생했다. 즉, 노무현의 발표가 난 그 이튿날 지방 국공립 및 사립대 15개 대학의 총장들이 총 정원 2000명 정도면 교육부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장을 표한 것이다.

 

지방대학들이 기껏 500명 정원증원에도 감지덕지 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배경은 노무현의 발언이 가지는 함의 때문이었다. 일단 기준선에서 정한 정원이 1500명이라고 한다면 증원되는 500명은 최소한 지역으로 돌릴 수 있는 잔여정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500명으로 원안을 잡고 여기에 500명을 더한다면 최소한 정원 50명의 미니로스쿨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몇 배는 커진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노무현이 지역균형발전을 언급하고 이에 다시 일부 지방대학들이 2000명 정원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인 10월 26일, 교육부는 한 치도 예상에서 어긋남이 없이 2000명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존 지방대학들이 주장했듯이 1도 1국공립 1사립의 지역 로스쿨 분산유치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50명 단위로 18개 로스쿨을 만든다면 여기에 900명의 정원분배가 가능하다. 나머지는 서울 등에서 알아서 나누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 판국이 되다보니 로스쿨 정원 3000명 동맹은 파탄지경에 돌입했다. 월요일인 29일, 유수의 대학총장들이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나서는데 상황이 3000명 정원증원을 강력하게 밀어부칠 만큼 녹록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150명보다 더 많은 정원을 요구했던 대학이나 50명도 감지덕지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한 일부 지방대학들 가운데서 어정쩡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더 많은 대학들이 골머리를 싸매게 생겼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산수를 도입한다면 이렇게 된다. 즉, 위의 계산을 기준으로 보면 상위 3~4개 대학이 정원 150명을 갖게 되고 지역에 900~1000명의 정원이 배분되면 이 중간다리에 걸치고 앉아 있는 다수의 대학들에 돌아갈 로스쿨 정원은 적게는 400명, 많아봐야 650~700명 수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최대 700명으로 잡고 50명씩 나눈다고 해도 14개 학교인데, 교육부의 방침 상 120명, 100명, 80명, 50명 순으로 정원을 차등분배한다고 할 때 그 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이 상태대로라면 각 학교는 로스쿨 설치를 통한 투자한 원금회수는 커녕 아예 로스쿨에서 탈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앞선 포스팅에서 계속 언급했듯이 로스쿨을 인가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각 학교의 위상은 천국에서 지옥까지 급전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 상황에서 이들 중간층의 학교들은 교육부의 정원안을 속히 수용해서 50명이라도 받도록 눈도장을 찍는 것이 낫냐, 아니면 메이저 대학들과 계속 연대해서 끝까지 정원증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낫냐는 눈치작전을 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갈수록 태산인 상황, 말 그대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역시나 이 와중에 대학들의 입장차이와 알력은 자기들의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래 법조인이 되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법률서비스를 받아야할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 어차피 어느 대학이든 종국에는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안에서 얼마만큼 서로 실리를 추구하면서 나눠먹기를 할 수 있는가라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애초부터 이들의 목적은 로스쿨의 설치였지 사법개혁이나 대학교육 정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0/27 17:17 2007/10/27 17:17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