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당 출현

졸라 창당작업에 열중하는 관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생기는 이 여유로움은 뭐란 말인가? 여유 있다고 해서 놀아서는 안 되는 것이 창당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행인의 운명. 혹시라도 창당과 관련되어 도움이 되는 사건 사고가 없을까를 고민하며 다른 정당들의 현재 수준이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던 중 기가막힌 정당의 어떤 결의문을 보게 되었다.

 

이 정당의 풀네임은 기독민주복지당. 행인이 걍 줄여서 부르는 이름은 기복당이다. 까따꼼의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은 이미 천여년 전에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기복신앙의 대부로 자리잡은 한 종교의 구성원들이 이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걸고 목하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 돌진하고 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권력은 표에서 나온다"고 선언한다. 모택동이 언급했던 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던 그 경구가 기복당에서 순화되면 이렇게 패러디되어 나오게 되는 거다. 권력을 위해선 마귀가 했던 말도 패러디 하는 이 실용정신. 2mB의 정신적 근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 되겠다.

 

궁금한 것은 모든 일을 하나님의 은혜로운 예정하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할 이 기복당 당원 앤드 신도들은 왜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 못하고 권력까지 획득하려 하는 것일까? 혹시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권력을 획득하라고 성령이라도 내려주셨단 말인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정치에 도전하지 말란 법은 없다. 어차피 정교일체를 부정하는 헌법의 원리는 역으로 종교를 가진 자들이 정치에 도전하는 것을 보장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이 집권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종교를 국교로 선포하는 개념 상실한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정교일체론자 2mB가 대통령이 된 것은 역시 야훼의 섭리였던가?

 

기복당이 집권하면 아무래도 한반도는 성령충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될 듯한데, 왜냐하면 이들은 "정치 지망생들에게 절대로 돈을 쓰지 않을 것과 탈법과 불법은 곧 망국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정치학교를 운영하고, 영성훈련과 인격훈련 그리고 정치에 필요한 제반 학문을 훈련시키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말씀대로라면 기복당이 집권하기 전에 한국이 곧 망할 것 같은데, 2mB는 물론이려니와 그가 국무회의 테이블에 앉히려고 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돈"을 많이 쓰고 "탈법과 불법"을 마구 저지른 "망국"적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기복당이 좀 진작 출현해서 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성훈련과 인격훈련 그리고 정치에 필요한 제반  학문을 훈련"시켰다면 상황이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기복당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좀 더 심오한 부분에 있다. 기복당의 당원 앤드 신도들은 "전 세계에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 교회가 정작 정치권에는 선교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토양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이분들의 목적은 여기서 분명해지는데, 기복당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판을 선교활동을 위한 교두보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뭐니뭐니 해도 권력이 장땡이고 국회가 예술이라는 거다. 국회의원 200명 만들면 정교일치국가를 위한 개헌도 가능하고 얼마나 좋은가?

 

독일의 기민당까지 언급하며 정권획득에 떨쳐 나서기를 종용하고 있는 기복당. 그런데 기민당과 기복당이 어째 조화롭게 오버랩이 되질 않으니 아직 성령빨이 모자라서일까...

 

암튼 기복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열두 천사가 청와대 위에서 날아다니며 성부와 성자의 아우라가 북악산 일대를 밝히는 그날이 언젠가는 도래하지 않겠나? 불과 6억년 후면 안드로메다도 다가온다는데. 다만 부탁하고픈 것은 지금도 저 어두운 곳에서, 정권획득을 위한 표에는 아랑곳 없이, 가난한 자와 소수자와 연대하고 불의에 맞서 의를 지켜가는 수많은 목자들의 이름을 더럽히지는 말았으면 하는 거다. 행인이 하나님처럼 존경하는 사람들이 단지 기복당의 당원 앤드 신도들과 똑같은 이름으로 조물주를 호명한다는 이유만으로 당신들과 동급으로 취급당하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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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20:14 2008/03/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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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보니 무슨 통일가족당도 있던걸요 덜덜덜;

  2. 에밀리오/ 그거 통일교에서 하는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ㅡ.ㅡ?

  3. 기복신앙이라더니 기복당이 기민당보단 더 의미있겠는데요. ㅋㅋ 역시 교리보다는 기복이죠, 우리 노친네들께서는.
    그나저나 조갑제가 이념은 없고 실용만 있다고 씁쓸해했다는데... 갑제성은 역시 자유선진당에 한 표 몰아줄 심산인가봐요. 무서운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