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다~!

행인님의 [위조의 기억] 에 관련된 글.

워낙 천방지축으로 사는 행인. 일부에서는 "극단적 자유주의자"라는 비난까지도 일어날 정도이긴 하나, 뭐 그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만 쉬고 싶을 땐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좀 지키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나 시대의 조류는 더욱 부지런해지는 것. 암에푸의 그 엄혹한 시기에 엉덩이로 보는 신문 조선찌라시는 그동안 뛴 것도 모자라 다시 뛰자고 난리를 쳤던 바 있는데, 이젠 뭐 다시 뛰고 쥐랄을 할 필요도 없이 아킬레스건과 십자인대가 파열하도록 뛰는 것만이 "국민성공시대"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머슴같지 않은 머슴, 국가공무원들을 실질적 실용적 머슴으로 재탄생 시키려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2mB. 공무원의 수면시간이 줄면 국민의 수면시간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하느님 똥구멍을 쑤실 정도까지 솟구쳤다고는 하나 마냥 공무원들에게 새벽종 울리자마자 튀어 나오고 겜방 죽돌이들이 잠든 후 잠들라고 하면 공무원들은 도대체 잠을 언제 자란 말인가?

 

다 큰 어른들인 공무원이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잖아도 공부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 역시 "국민성공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하여 이제 24시간 몰입교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울시의회가 학원 24시간 개방에 관한 조례를 만들겠다고 하자마자 도처에 난리가 났다. 이 신종 "가정파괴범" 양산을 위한 시차원의 삽질이 환영받는 유일한 곳은 강남 대치동 학원가라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떤 정신나간 인사는 "학생들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는 안드로메다급 발언을 쏟아놨단다. 학원가 출신이라는 이 인사는 해마다 성적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하고 있나보다.

 

이 철딱서니는 어디다 팔아먹고 나이만 쳐 잡수신 어른들에 대해 한 블로거는 "아동학대 방조범"이라고 하지만, 이건 방조차원이 아니다. 솔직히 학생들 그렇게 공부시켜서 뭐 할 건가? 국가경쟁력 재고? 국민성공?

 

암스트롱이 월면에 발자국을 덜퍽 찍었을 때,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을 만끽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달토끼가 휘두르던 떡방아 대신 성조기를 불끈 꽂아놓던 그 과정에서 암스트롱의 발에 신겨졌던 역사적 신발을 만든 어느 신발공장의 제화노동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왔던 신발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그 노하우를 쌓아왔던 제화공이 없었다면, 암스트롱은 짚신 신고 달을 밟았을까?

 

학생들을 잠도 못자게 만들어가며 공부시킨다고 해서 국가경쟁력 뭐 이런 거 살아나는 거 아니다. 걍 남들 하는 만큼 했다는 안도감이나 줄 수 있을까? 그나마 그 안도감이라는 것도 학생들 본인이 느끼게 되는 것도 아니고 친구 아들과 노상 비교평가를 하고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부모들이나 느끼는 거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자기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다가 오늘날 자신의 캐릭터 하나씩 갖고 사는 장년 이상 나이든 사람 꽤 많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평생 필요할 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교육의 선진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터.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삽질신공의 극성을 보기 위해 전력투구하던 2mB조차 그게 "뭔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며 회의를 표할 정도다. 대통령의 삽질을 추앙하던 서울시의회의 삽질맨들이 제 삽에 발등을 찍힌 꼴이다.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인물들이 세금을 받아먹으면서 하는 일이 이따위라니 이게 머슴인지 에일리언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대학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고 싶을 때 놀게 해주자. 아, 아니다. 놀고 싶은 아이들은 짱돌을 들어야 한다. 서울시의회 건물앞으로 몰려가 짱돌을 힘껏 던져야 한다. 짱돌 들고 서울시의회로 돌진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으면 기꺼이 밥 한끼 정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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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15:07 2008/03/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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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3/14 18:16

    행인님의 [놀고 싶다~!] 에 관련된 글. 걍 갑자기 생각나서 하는 포스팅. 뭐 언젠 안그랬냐만은... 총선후보들의 선전물에서 학력과 학벌의 기재를 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장일단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런 논의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왜 대학이라는 것에 그렇게 목을 매달고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왜 그럴까? 우째 이런 일이?? 사회생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