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긴 뭘 걸어???

박근혜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아내겠다고 일성을 토했다. 기사 보다가 배꼽을 잡고 웃고야 말았다. 모든 걸 다 걸겠다고 했는데, 정작 뭘 걸었는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판돈으로 뭘 건거야? 집문서? 땅문서? 정수장학회? 당대표??? 뭐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야 패스를 하건 판돈을 더 얹건 할 거 아닌가?

 

사실 박근혜, 걸 게 없다. 판돈으로 디밀 현찰이 없다는 거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당대표직도 내놓겠다고 하는데, 그게 뭐 자기 자신에게는 엄청나게 가치있는 건지는 몰라도 레이스에 참가한 다른 도박사들에게는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다. 지가 당 대표 내놓는게 상대방에게 뭔가 득이 되어야 하는데, 까놓고 박근혜가 당 대표를 하던 미래연합 만들어서 딴나라로 떠나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반 변화하는 것이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흥미진진한 도박판에 판돈으로 걸 무엇이 박근혜에게는 지금 없다는 게 문제다. 도대체 뭘 걸건가? 국가보안법 폐지되면 한나라당 해체할 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뭐 박근혜의 사(私)당인가? 박근혜 아니더라도 대표할 넘들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당 대표를 그만두면 우리나라 정치지형에 해일이라도 덮친단 말인가? 꿈깨라고 하고 싶다. 어차피 박근혜,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그 지지기반 별로다. 박근혜 말고 딴 넘이 한나라당 대표를 해도 이 갋지도 않은 정당 돌아가는 꼬라지가 별로 바뀔 일도 없고, 다른 정치집단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일도 없다.

 

정수장학회 내놓겠다는 이야긴가? 아마 박근혜 꿈도 꾸지 않고 있을 거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정수장학회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따로 논의되어야할 것이고,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를 위해 박근혜가 디밀 판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박근혜가 내 건 "자신의 모든 것"은 뭐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암 것도 없다. 암 것도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속이고 판돈 다 건 것처럼 쑈를 하면 결국 판에서 쫓겨나거나 속임수를 썼다는 이유로 손모가지 하나 덜렁 짤려 나가는 수가 있다. 판돈 걸 것이 없으면, 알아서 조용히 판에서 떠나는 것이 도박판의 예의요 원칙이다. 그걸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박근혜가 계속 이렇게 투정만 부리고 있으니까 공주병 걸렸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쥐뿔도 없는 것이 언제나 지가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공상에 빠져 허부적 거리고 있으니 공주병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 거의 말기수준의 증상이다. 판에 판돈을 걸려면 좀 명확한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이런 거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과거청산과 관련한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다던가 또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지지자들을 데리고 모두 이민을 가겠다던가, 아니면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면 한나라당을 해체하겠다던가 뭐 이런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판돈을 들이 밀어야 한다. 그래야 판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목에 침 꼴깍꼴깍 삼켜가며 흥미진진하게 쳐다볼 것 아닌가?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정치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못하는 박근혜, 사실 정치인 자격이 없다. 김영삼은 대를 이어가며 국민에게 웃음이라도 안겨주지 않나? 물론 어이없는 웃음이긴 하지만서두... 박근혜는 그나마도 없잖나?

 

공주는 외로운 거다. 오죽하면 노래에도 있잖냐? "고옹주는 외에로오우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당당한 캔디정신으로 여지껏 버텨온 그네공주. 장한 거 인정한다. 피묻은 가족사에 동생들 속썩이는 것까지도 굳굳하게 견뎌가면서 오늘날 공주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된 거에 대해서 참 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는 짓 보면 징하다.

 

왜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공주를 숲속에서 잠자게 하는 비법이 개발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도대체 이넘의 나라는 공주를 천년만년 잠자게 만들줄 아는 마법사 할망구도 하나 없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외국에서 수입이라도 해와야겠다. 그네공주를 숲속에서 잠들게 하라...

 

일단 그네공주 잠들면 아마 영구불변하게 취침을 해야할 것이다. 멋있는 키스로 잠을 깨울 멋진 왕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제침략 이후 왕정이 사라진 우리의 현실에서 아예 왕자가 나타날 수 없으므로 일단 그네공주가 숲속의 잠자는 공주가 되면 다시 깨어날 확률이 없다. 혹여 왕정복고가 된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어떤 멋쥔 왕자님이 잠자는 그네공주를 깨울지라도 그 때쯤 되면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된 후일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가지고 왈가왈부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거는 한 천년 지나 왕정복고 되어서 어떤 약간 맛이 간 왕자님이 잠자는 그네공주를 깨우면... 그 왕자가 도대체 몇 대 손쯤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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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13:38 2004/09/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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