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가해자?

술자리의 과음이 문제였단다. 그렇다면 술을 먹지 말 일이다. "사람이 무슨 죄야, 술이 죄지. " 이건가?  실상 문제는 과음이 아니라 범죄행위이다. 모든 행위의 원인을 술로 돌릴 바에야 형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처벌할 이유가 없다. 왜? 모든 행위의 원인은 이 땅에 태어난 것이니까. 단죄를 할려면 범죄자를 태어나게 한 그 부모가 죄다. 그렇다면 그 부모는 또 무슨 죄란 말인가? 그들에게 유전자를 전수한 그 윗대를 거슬러 올라가야할 판이다.수백만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끝에 인간이라는 속성을 갖춘 포유류의 일종이 형성되었다.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뇌구조 덕분에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고 살아간다. 그 문명이라는 포장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결국 범죄와 연관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타임머신을 타고 200만년전으로 날아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매우 칠 일이다.

 

사과문을 발표하던 6분이라는 시간도 사실 긴 시간이다.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겸허히 법의 심판을 받겠다" 이 한 줄이면 끝난다. 그러나 이 "과음"으로 인생 망치신 분께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하여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많은 심리적 고통을 겪었음을 하소연한다. 당연한 결과다. 죄 진 자, 발 뻗고 잘 수 없다는 말이 꼭 진리는 아닐지라도 기왕에 지은 죄가 신문지상을 도배질하고 뉴스꼭지마다 장식을 하게 되면 심리적 갈등과 고통 엔간히 겪을만 하다고 인정된다. 하지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과 함께 술자리에 같이 갔다가 봉변을 당한 여기자, 얼마나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겪었겠는가? 특히나 성폭행과 관련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겪는 아픔은 사건당일 그 순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수사과정에서, 공판과정에서, 그리고 이런 절차가 모두 끝났다고 할지라도 언제 어디서 제2차, 제3차 가해가 이루어질지 모른다. 게다가 그 수치감을 가해자는 모른다.

 

"음식점 주인" 운운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 사과가 나오기까지 전국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식당 주인"들께서 겪었을 고통을 이 사람은 잘 모른다. 더구나 먹고 살기 위해 악착같이 운영할 수밖에 없는 그 식당이 술이라도 파는 곳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이라는 것때문에 이 "식당 주인"들께서 속상하는 일 한 두가지 겪은 것이 아닐 거다. 공인의 말 한 마디는 그래서 무서운 거다. 또한 고통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이라고 뽑아놨던 지역구 주민들. 이분들은 그 사건으로 지나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성추행범을 우리지역 큰일꾼이라고 떠받드는 황당한 행위를 하고 만다. 사건의 여파로 인해 가치관을 판단하는 이성기능이 마비되고 만 것이다. 이 고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신적 충격의 완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분들이 정신적 충격을 조금만 덜 받았다면, 우리 지역 큰 일꾼 성추행범을 살리자는 현수막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징어 판 돈으로 정치인 만들어줬더니 먹물만 뿌리고 다니는 거냐며 신경질을 냈어야 한다.

 

법대로 하잔다. 법이 결정할 때까지 민간인들은 판단을 유보해달란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검찰과 법관들, 언제 범털들에게 법대로 모든 처분을 했던가.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쏟은 노력이 가상하거나 지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 더 나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으면서 심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아 처벌과 같은 효과가 있었거나 기타 등등의 정상참작 사유를 들어 큰 탈 없이 방면된 정치인, 권력자, 자본가가 무릇 기하던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빵 몇 덩어리를 훔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먹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다가 치고 박은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사람사는 세상 한 번 만들어 보자고 나섰던 인권운동가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얼마나 또 가혹하던가? 지강헌이 부르짖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이 땅에 실현하고 있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검찰과 재판관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관행적 양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헌신을 하고, 나이도 많이 들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분히 심적 고통을 받은" 최연희 의원은 무죄방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범털들이 겪었던 그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길을 또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충분히 가질만 하다.

 

게다가 남은 임기는 불과 2년. 기소 되어 조사 받고 이것 저것 시간 끌다보면 1심, 2심, 3심 거치는 동안 2년은 후딱 지나간다.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2년 임기 채우는 것은 그저 말 그대로 시간문제일 뿐. 기왕에 한나라당에서는 탈당을 한 상태고, 언제 동해 삼척에서 지역구 당선될 때 한나라당 이름으로 당선됐나, 자기 이름빨로 당선된 것을, 그까이꺼 대에에에충 무소속 출마해서 아직도 정신적 충격때문에 이성이 마비된 지역주민들께 심금을 울리는 하소연 좀 하면 당선이야 따 놓은 당상. 스케쥴이 이렇게 빤히 잡히는데 괜히 의원직 사직해서 힘 뺄 필요가 없는 거다. 법이란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법 집행의 문제는 개털들에게나 가혹할 뿐 범털들에게는 아무 거리낄 것이 없는 거니까.

 

어떤 이들은 60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한 정치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웃기지 마시라. 가혹한 것은 오히려 당신들이니까. "과음"의 "과오"를 서로 나누면서 언제고 동병상련의 입장에 설 것을 대비하는 당신들의 관대함 밖에서 "음식점 주인"을 비롯한 수많은 이 땅의 여성들이 오늘도 성추행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한다. "과음"의 "과오"로 인해 가해자가 된 권력자는 그 잘난 권력으로 사법권력을 호출하여 자신의 방패로 삼는 반면, 동아일보 기자직함 하나 가지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도 모자라 사법권력으로부터도 소외당한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가혹하다고 이야기하는가? 동해 속초 주민들이 걸었던 그 현수막, 그건 언제든지 "과음"한 후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 이 땅 마초들의 마음 한 구석에 팽팽하게 걸려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 실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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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0 19:40 2006/03/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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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 최연희씨 말 듣고 열받아서 죽을뻔 했다죠 ㅠ_ㅠ 이 인간이 언제 서울로 날라버린건지... 에효 ㅠ_ㅠ 그건 글쿠... 팽성대책위 자유게시판에 행인이라는 닉네임으로 글 남기신 분이 행인님? >_< 무척 반가웠답니다 ^^; 여튼... 최연희씨 나쁘네요 ㅠ_ㅠ

  2. 에밀리오/ 참으세요, 그런 사람때문에 죽으면 안 됩니다. 아, 그리고 저는 팽성대책위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
    속만 상해서 돌아왔죠... 최연희씨의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죠. 여성의 인권, 여성을 대하는 남성들의 인식, 정치인의 권력, 법의 무능...

  3. 헌법에 있는 법앞의 평등, 하나도 안평등해서 써놓은 거래요.

  4. coca/ ㅎㅎㅎ 그렇죠? 기본권 보장은 사실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거구요... 그게 참 아이러니죠...

  5. 으엑 ㅠ_ㅠ 속타는 이야기로군요 ㅠ_ㅠ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 못된 나란데... 그걸 왜 모르는건지 ㅠ_ㅠ (알면서도 안 바꾸는걸테지만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