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 될라고 그라는지...

새벽길님의 [3차 중앙위 안건에 대한 중앙위원 동지들의 입장표명 요구] 에 관련된 글.

지난 번에도 한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중앙위 안건들 중에는 매우 심각한 것들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는 새벽길님의 글 중 좀 더 짚어야할 것이 있다.

 

우선 안건 제4호 "제17대 대통령 후보선출 관련 선거관리규정 특례 건"의 문제다. 당규 당비규정에 부칙을 두어 "2007년 대통령 후보 선출과 관련하여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선거인명부 확정일 전일까지 입당하여 해당 개월의 당비를 납부한 사람에게는 2007년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공직후보 선거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중요하게 보아야할 것은 당권부여기준일이 언제냐는 것이다. 안건을 보면 그 기준일은 "선거인명부 확정일 전일까지"다. 현재 선거공고에 따르면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선거인명부 확정일은 7월 20일이다. 안건에 따르면 7월 19일까지 당비 1개월분을 납부하고 당원입당을 하면 올해 치루어지는 대선후보경선에 선거권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당규는 분명하게도 선거인명부 작성기준일 3개월 전까지 당원이어야하고 3개월 이상 당비납부를 해야만 당권이 부여된다. 중간에 3개월 이상 당비납부실적이 없으면 당권을 부여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당규 제4호 제2조 제3항과 당규 제24호 제15조 제1항에 의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 당규규정에 따를 때 이번 중앙위 안건의 내용은 당권 1개월 규정이 아니라 명백하게 "당권 1일 규정"이다. 이 규정대로 하자면 예컨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 1개월 당비를 납부하고 그 이후 당비납부실적 없이 당적만 유지하고 있는 당원들에게도 똑같이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 결국 이렇게 되면 당권유보규정의 의의는 완전히 상실된다. 근본적으로 진성당원제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투표를 위한 당권부여는 결국 표장사다. 그리고 "당권 1일 규정"임이 명백한 안건을 "당권 1개월 규정" 안건이라고 우기는 것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다.

 

안건발의 내용 중에 지난 2003년도 11월에 2004 총선을 앞두고 전농소속회원들에게 선거권 특례를 준 사례를 들면서 본 안건의 타당성을 설득하고 있는데, 이건 한심한 짓이다. 과거에 했다고 해서 당규 본문도 아닌 부칙을 가지고 당규의 정신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는 골이 비어있는 자들이 종종 보이는 행태다.

 

더구나 당시 그 부칙안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선거공고가 나가지도 않았고, 선거권 특례 자체가 실제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을 기점으로 해서 현행 당규의 당권규정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안건의 내용과는 수준 자체가 다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당비를 CMS로 납부하게 되면 7월 19일 당원 가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비납부실적은 7월 20일 이후에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에게 당권을 주어야 하는가? 당비 CMS 약속은 당비를 납부하겠다는 약정을 한 것 뿐이지 그 자체로 당비가 납부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당권을 부여할 경우 당비납부실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당권을 주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행 당규상으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규정이 없다. 완전 임의로 처리할 것인가?

 

이거 발의한 자들이 송재영(군포), 최석희(금천), 이병렬(광명) 등 중앙위원 56명이란다. 중앙위원이라는 자들이 "당권 1일 규정"을 "당권 1개월 규정"이라고 우기면서 사기질을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작태다.

 

다음으로 안건 제9호 "대선후보 선출방안(100만 민중참여경선제)을 위한 임시당대회 소집 결의의 건"이다. 철저한 반미주의자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 내에서조차도 문제제기가 심각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 아이러니 앞에서 웃기기도 하지만 그건 둘째 문제다. 저들은 이게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들을 당의 중요 선거에 포섭함으로서 대선승리를 노린다고 하는데, 어차피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들을 새삼 포섭하는 이유는 뭔가? 이야기할 것은 많은데, 이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정작 실질적인 문제는 이 안대로 하면 이번 대선은 그냥 끝난다는 거다.

 

6월 16일 예정된 중앙위에서 결의를 거쳐 임시당대회를 소집한다고 하자. 6월 중에 가능할까? 그 당대회에서 민중경선제 채택되면 다시 선거시행세칙 등을 준비하기 위한 중앙위를 구성해야 한다. 아주 신속히 움직여서 7월 말까지 중앙위가 구성되어 세칙마련한다고 하자. 그럼 선거공고는 언제 날까? 못해도 8월 중순이 되어야 선거공고가 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몇 가지 발생한다. 첫째는 대선운동의 기간을 그만큼 깎아 먹는다는 거다. 선거공고가 나면 후보자등록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하고, 그 기간 후 공식투표일정이 잡히기 한달 전 선거인명부 작성이 완료되어야 한다. 이미 나간 공고대로 7월 20일 작성되는 선거인명부는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거인명부 작성하는 시기를 최대한 빨리 잡더라도 9월 중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따지면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시기는 10월 중순이 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선거일자가 12월 19일이다. 명색이 집권을 노리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불과 2달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공식적으로 대통령 후보의 자격으로 방송사와 대담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8월 22일부터다. 이것만으로도 두 달을 까먹는다. 왜? 뭐하느라고 이 천금같은 기회를 2개월씩이나 공으로 날려먹는 걸까? 이거 지금 대선운동을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선거공고를 다시 내야한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후보등록하고 선거운동하고 있었던 권노심은 완전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권노심부터 다시 후보등록을 해야한다. 이 때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후보등록을 또 하게 되면 권노심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즉, 공식적으로 당에서 정한 선거운동기간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남에 따라 새로운 선거공고 이후 후보등록한 후보와 이전 공고에 따라 후보등록하고 선거운동한 세 명의 후보들과는 인지도 등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선거공고를 믿고 선거운동활동을 하던 수많은 당원들은 재공고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선거운동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원 대상으로 설득하던 상황에서 민중경선에 참여한 새로운 선거권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하여야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주요 단체의 성원이 아닌 일반 지역 당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비중이 현격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예측불가능한 당론으로 인하여 정상적 과정의 선거운동이 벌어지지 못하고 성실한 당원들만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건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하면서 결국은 실질적 민주주의마저 왜곡하는 현상이다. 이런 무식한 안건을 왜 끝내 관철시키려 하는 걸까?

 

종래 유심히 바라본 바에 따르면 실제 이 안건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대선이 아니라 총선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들이 대선시기를 통해 특정집단의 세력들을 당 안에 일거에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선에서는 없다. 말로는 대선 300만표를 위한다고 하지만 민중경선제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쌓아온 당의 이력만 충분히 살려내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목표다. 이렇게 현저히 낮은 수준의 목적을 위해 이 생 난리를 친다는 것은 결국 이 안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대선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이 될만 하니까 거저 줏어먹으려 드는 자들이 속속 발견된다. 지금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민중경선제 주장했던 사람들, 절대 비례후보로 나서지 말라는 거다. 민중경선제 주장하면서 300만표 이야기했던 사람들, 그 민중 속으로 들어가 지역에서 죄다 출마하면 그 진정성을 믿겠다. 특히 민주노총 이용식, 이영희 등등.

 

당권 1일 규정에 대해선 의견서까지 제출했는데 아무래도 씹힌 듯 하다. 이래 저래 언로는 막히고 소통은 불가능해져간다. 중앙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겠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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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7:15 2007/06/15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