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날

거의 반 강제로 밀려들어오다시피 한 직장이지만, 한 순간도 이 직장에 대한 애정을 떨쳐버린 적은 없었다.

 

내가 뭔 영화를 보겠다고 여기 죽치고 앉아있나 하면서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몇 년동안 학위논문 손도 대지 못하고 있으면서 조바심이 받쳐도 문건 하나 법안 조문 하나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건 당에 대한 애정이기도 했거니와 그나마 여기라도 튼튼히 해놓으면 또 더 불그스레한 사람들이 치고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오늘...

 

참담하다.

 

단협 막바지에 갑자기 돌출된 사태.

 

현장의 활동가들.

 

당에 헌신하고 있는 상근자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중앙당 당직자.

 

분노때문에 하루 종일 몸을 떨었다.

 

이렇게 사람 귀한줄 모르고

 

이렇게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고

 

세상에...

 

자신이 책임자로 있던 곳에선 10명이나 되는 활동가들이 신문배달해가며 당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희생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허무해졌다.

 

힘이 쫙 빠졌다.

 

난 도대체 여기서 무슨 희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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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01:11 2007/05/31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