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날

거의 반 강제로 밀려들어오다시피 한 직장이지만, 한 순간도 이 직장에 대한 애정을 떨쳐버린 적은 없었다.

 

내가 뭔 영화를 보겠다고 여기 죽치고 앉아있나 하면서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몇 년동안 학위논문 손도 대지 못하고 있으면서 조바심이 받쳐도 문건 하나 법안 조문 하나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건 당에 대한 애정이기도 했거니와 그나마 여기라도 튼튼히 해놓으면 또 더 불그스레한 사람들이 치고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오늘...

 

참담하다.

 

단협 막바지에 갑자기 돌출된 사태.

 

현장의 활동가들.

 

당에 헌신하고 있는 상근자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중앙당 당직자.

 

분노때문에 하루 종일 몸을 떨었다.

 

이렇게 사람 귀한줄 모르고

 

이렇게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고

 

세상에...

 

자신이 책임자로 있던 곳에선 10명이나 되는 활동가들이 신문배달해가며 당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희생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허무해졌다.

 

힘이 쫙 빠졌다.

 

난 도대체 여기서 무슨 희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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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01:11 2007/05/3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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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저런;; 순간 악명높은 자본가가 한 말 처럼 느껴지네요.

    행인씨! 힘내시길. 경험부족으로 인하여 드릴 말은 별로 없지만...;; 항상 행인씨를 응원하고 있어요 ㅎㅎ;;

  2. 그나마 사용자들과 싸우는 것은 즐겁게 싸우세요... 그게 노동조합의 일이고 역할인걸요..ㅎㅎ 사용자라는 완장만 채워주면 거의 인간되기 어렵다고 봐야죠..

  3. 노조가 그래서 필요한 거 아니겠시유... ㅡ.ㅡ 행인님 힘내삼!!!

  4. 노조가 희망 아닙니까
    그 참담함과 분노가 밑불이 되겠지요
    이런 마음도 글로 옮기셨으니 곧 더 씩씩하게 일하시겠네요

  5. 그 인간들 항상 그러는 거 모르진 않았잖아요. 그리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새 세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아실 테고요. 문제는 그 대안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힘내시압.

  6. 예상된 난감상황일테죠? 예전에 그렇게 활동했던 걸 자랑하는 분들께는 행인도 같이 자랑하시면서 헤쳐나가시면 될 거 같은디요~ ㅎㅎㅎ 못지않지 않으셨에요? 팟팅!

  7. 정말 몹쓸 사람이네요. 저런 재수 없는 자본가적인 행태라니.

    아, 그런데, 음, 행인님, 그저, 견딜만 하셨으면...... 추수릴 수 있을 만큼만 아프셨으면...... 꼭 그 정도만 힘들고, 더 이상 힘들지 않으셨으면......

  8. 또또/ 헛! 갑자기 힘이 솟구치네요~!! ^^

    산오리/ 예, 제가 또 깜빡 했었습니다. 그게 노동조합의 일이고 역할인 걸 말이죠. 감사합니다.

    hongsil/ 맞아요. 다신 까먹지 않겠습니다. ㅎㅎ

    나루/ 넵! 다시 씩씩해졌습니다.

    새벽길/ 그러게요... 항상 그러는 게 너무 신기해요. 매번 보면서도 그 때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대안을 찾기 위해 나름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우스/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당하니까 몸이 부들부들, 숨도 제대로 못쉬겠더라구요... 평소에 잘 나오던 말도 안 나와요. "어느 법에 그런 게 있냐?"라고 디미는데, 세상에 법으로 먹고 사는 제가 말문이 막혀버리더라구요... ㅠㅠ 그런데, 제가 정말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됩니다. --;;

    무한한 연습/ 네... 진짜 고마운 말씀입니다. 진짜... 가슴이 훈훈해졌어요. 네, 진짜 전혀 힘들지 않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9. 공문 스캔한 거 공개해 버리삼. 물론 비밀을 지켜야 하는 내용은 테잎처리 하궁... ㅋㅋㅋ

  10. 완전 비호감이네요-ㅅ-
    비호감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도 정말 비호감,
    그래도 고생하세요.. 저도 응원할께요+_+

  11. 힘내세요!

  12. 말걸기/ 헛... 진짜 누군가 이거 공개해버린 듯...

    navi/ 감사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만들어야죠. 넵!

    NeoPool/ 힘 팍팍 솟았습니다. ㅎㅎ

  13. 오랜만에 와보니 마감끝난 상황에 들어대는 것 같네요. 행인님이 보면 다행이겠지만....
    힘 빠진 상황이 비디오 본 것처럼 그려지네요. 저 역시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사람들을 가장 혐오해요.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진심으로 힘 내시구요. 늘 말없이 응원합니다. 만나면 무지하게 말 많아서 시끄럽겠지만...

  14. 마음의 평화/ 사람을 귀하게 여길 때 세상이 맑아지겠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거에요. 응원 덕분에 다시 힘 솟았습니다. 우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