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권리도 모르는 국회의원들

한국 국회의원들의 닭성은 안드로메다까지 알려진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다만서도, 이번 한미 FTA 협상체결을 두고 찬사를 보내는 한국 국회의원들을 보면 왜 조류독감이 이들을 피해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닥치고 개헌!"이라며 "원 포인트 개헌"안을 낸 노무현의 잔머리는 사실 정치구조에 대한 개헌이 목적이 아니라 경제구조에 결부된 실질적 "개헌행위"를 목적으로 한 성동격서식 포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한미 FTA는 경제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헌법질서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국가제소권(ISD)은 자본을 헌법의 우위에 올려놓는 제도이다. 이로써 일국의 사법체계는 헌법이 아니라 FTA에 종속된다. 아무리 헌법 제119조 제2항이 경제정의를 위한 국가의 개입을 정하고 있더라도 이 조항은 국가제소권이 발동되어 분쟁에 돌입할 경우 어떤 힘도 국가에 부여하지 못한다. 한국의 법원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서 분쟁조정기구(그것도 국제기구도 아닌 민간기구)의 말씀만 기다려야 한다.

 

이번 한미 FTA 협상 중 최악의 독소조항은 바로 역진금지제도, 소위 '레쳇(Ratchet) 시스템'이라는 거다. 이건 협정 이후 협정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협정당시 수준 이하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규정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 국가의 입법권은 이 레쳇 시스템 안에서만 작용할 수 있게 된다. 협정은 입법권을 제한하며 헌법보다 상위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들을 비롯한 국회의원 3분의 2 가량이 적극적 내지 소극적으로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다. 노무현 씹기로 4년을 보낸 전여옥이 적극적으로 노무현을 도와줘야 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정도다. 하다못해 노무현을 탄핵했던 조순형마저도 대통령의 깡다구를 높이 샀다. 그런데, 이 인간들은 한미 FTA가 자신들의 권한마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꼴값들을 떠는 걸까?

 

"원 포인트 개헌" 운운하던 노무현은 자본과 결탁하여 실질적인 "다포인트 개헌"을 이루어냈다. 그 개헌의 내용은 바로 자본이 입법권과 사법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헌법의 조문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헌법의 권위를 무력화시킨 노무현. 진정 탄핵감이 된다. 그런데 정작 노무현을 탄핵시켜야할 이 대목에서 뇌 주름을 다림질해버린 국회의원 이 닭頭들은 지들 일까지 뺏아버린 노무현을 잘 했다고 격려한다.

 

하긴, 일 안하고 돈 벌어가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다보니 지들 일거리 뺏아간 것을 고마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회 어느 구석에 짱박혀 파리 날리며 탱자탱자 해도 다달이 세비 꼬박꼬박 받아갈 수 있는 이 환경. 국회의원들이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의 도래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이렇게 지 권리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는 동안, 미국 의회는 난리가 났다. 앞으로 90일 이후 그들이 어떤 무기를 들고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 의회가 협정에 대한 보완작업을 끝내기 전까지 한국정부는 협상과정에 대한 전말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하는 짓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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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4 08:58 2007/04/04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