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진보넷 블로그는 악플러가 매우 없는 편이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진보넷이 가지고 있는 모호하지만 강력한 어떤 아우라가 악플러들의 출입자체를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악플러 청정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진보넷 블로그는 그래서 좀 심심하기는 하다. 지 사이트 방문자 늘릴라고 낚시질 하던 어떤 또라이가 잠깐 분탕질을 친 적은 있으나 행인의 블로그 역시 청정하기는 마찬가지.

 

어떤 연예인이 자살한 후 그 원인제공을 악플러들이 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직업상 또는 습관적으로(아마 후자쪽이 더 강한 이유인듯)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왔다갔다 하는 행인은 악플러들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실감한다. 그들의 습성은 3살 때 개념을 잃어버린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그들의 말과 그들의 사고방식은 충분히 어떤 사람들에게 충격과 아픔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악플러들의 만행에 대해 가끔은 행인조차도 고강도의 대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블로그를 만든 이후에 다른 사이트에 거의 글을 올리지 않는 행인이지만 전에 다른 사이트에 글질을 할 때는 소소한 악플들이 꽤 달린 경험이 있다. 행인은 악플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단 쌩까기가 제일 좋은 방법이고, 악플이라고 할지라도 뭔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간단히 말을 남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악플에 시달리다 못해 고소를 한다는 둥 만나서 한 판 뜨자는 둥 난리를 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일도 봤다. 그래봐야 남는 것은 상처 뿐이다. 악플 달던 넘은 대부분 이 경우까지 가면 먼저 꼬리를 내리는 편이고, 악플 땜에 신경 곤두섰던 사람 역시 별반 얻는 것은 없다. 악플 달던 넘이 어디 한 둘이어야 말이지.

 

정부가 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설치고 급기야 실명제 법안이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힘을 얻은 것은 바로 악플러에 대한 사회적인 반발심리 덕분이었다. 정부는 실명제를 하면 악플러들이 일소될 수 있을 것처럼 거짓선전을 해댔고, 악플에 한 두번이라도 당해봤던 사람들은 정부의 거짓말을 진실처럼 받아들였다. 이 와중에 게시판 실명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설파하던 사람들은 대책 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들로 낙인이 찍혔다.

 

오마이뉴스에 민경배교수가 올린 글은 언제나 해왔던 이야기임에도 전혀 구태의연하질 않다. 아니, 도리어 새로울 지경이다. 그러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별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잊혀질 게다. 그러다가 또 뭔가 일이 나면 악플러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거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모호할 때 사람들은 동요하게 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어떤 대상을 찾아내 그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려 한다. 전방 총기난사사건 때는 온라인게임이 문제였고, 바다이야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터졌을 때는 사행성 오락기계를 만들어내는 넘이 문제였고, 이번처럼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는 악플러가 문제가 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사건을 일으키는데 일정정도 원인을 제공했음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은폐되거나 잊혀진다. 폐쇄된 공간에 젊은 청춘들을 몰아넣고 그들로 하여금 주체의 말살을 요구하는 병영의 문제는 논란에서 비껴간다. 총기난사를 한 병사는 오직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인성이 피폐해졌고, 급기야 남들 다 견디는 군대생활을 못버틴 낙오자로 전락한다.

 

사행성 오락을 부추기고 그에 편승해서 국가적 차원의 사행심 조장이 일어났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 먹고 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로또 대박 노리는 심정과 똑같은 심정으로 고래들 줄맞추러 달려갔던 것은 감추어진다. 오로지 그런 게임기계를 만들어낸 놈들만 족치면 만사 오케이라는 식으로 영업장을 다 때려부수기 바빴다.

 

남한 사회에서 "딴따라"라는 하대를 받으면서도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수많은 재인들은 사라지고,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연예인들을 만들고 그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소위 '엔터테인먼트'사업의 폐해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의 죽음은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전락하고 천연스럽게 인터넷의 악플러들만 조지는 형국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이렇듯 본질적인 문제를 감추고 뭔가 그 본질적 문제들을 대체해야할 무엇을 찾아나서고 유포하는 이들은 누군가? 병영체제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군부, 양극화사회의 곤경 속에서 서민들에게 로또 이외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 스타들의 땀방울 덕분에 자신들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는 연예사업자들과 방송인들. 그들의 책임은 도대체 언제 물을 수 있을까?

 

게시판 실명제가 그렇게 좋다면 차라리 게시판에 글 쓸 때마다 자기 사진을 올리라고 하지. 돌아가는 몰골이 참으로 가관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불특정한 존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어떤 이들의 몸부림이 볼썽 사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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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23:24 2007/01/23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