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과 이슬람식 예배

다들 기억하실라는가 모르겠다. 나중에 누가 mp3 파일 좀 올려주시기 바란다. 컴맹이 글 쓸라니까 실감나는 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구만. 암튼 기억하실라는가 모르겠는데 새벽마다 동네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던 그 노래가 있었다.

 

쿵짝 쿵짝 쿵짝 쿵짝~~(반주)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후렴) 살기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후렴반복)

 

서로서로 도와서 땀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후렴반복)

 

우리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조국을 만드세

(후렴반복)

 

그렇다. 새마을 노래다. 다재다능하시고 박학하시며 예술방면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셨던 우리의 영도자 박정희장군, 아니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직접 작사작곡하신 불세출의 명작, 바로 그 유명한 새마을 노래였던 것이다. 한참 성장기의 행인, 다만 잠깐이라도 좀 더 자고 싶었지만 바로 저 노래가 귀구멍을 헤집고 들어오는 그 순간, 잠이고 뭐고 확 깨면서,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굳은 신념이 항문 괄약근을 죄면서 정수리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느낌을 받으며 방문을 박차고 나가 골목 골목을 쓸고 다녔다는 것 아닌가? 그 덕분에 오늘날 조국은 근대화 되었고 행인은 숏다리가 되었다. 쓰벌...

 

 



산골 촌구석까지 파고 든 새마을 운동의 여파는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초가집이 죄다 슬라브 지붕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했던 시골 흙집은 여름에 뜨끈하고 겨울에 살발한 계절순응형가옥으로 변형되었다. 없던 천장 만들어놓는 바람에 쥐들은 밤마다 체육대회를 열었고, 자다가 깨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야만 하는 통에 동네 애들은 죄다 고양이울음소리만큼은 완벽하게 묘사하는 성대모사의 달인이 되어야 했다. 뭐 그 덕분에 해마다 한번 이엉 얹는 일은 없어졌다만서도...

 

없던 담벼락이 생겼고, 동네골목은 세멘트로 덮혔다. 새마을 지도자라는 인간덜은 완장질하느라 밤새는줄 몰랐고, 모범마을에 선정되면 세멘트가 덤으로 쏟아졌다. 물론 그 세멘트, 동네사람들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언넘 호주머니 채우는데 쏠쏠하게 쓰였단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운운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는 동시에 4H 클럽의 정신을 몸으로 익혀야 했고, 애국가 4절까지 기본으로 불러제끼면서 새마을 노래를 밤낮으로 불러제껴야 했다.

 

그 결과

이랬던 동네가


이렇게 변했다! 좋냐???

 

뭐 새마을 운동의 결과를 무조건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어쨌거나 그 새마을 운동의 와중에 산골 깡촌에도 전기라는 것이 들어왔고, 시골 촌구석의 아해가 텔레비전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한데 새마을 운동의 창시자요 야전사령관이었던 그네공주의 부친이 바로 자기 측근에 의해 비명횡사한지가 벌써 사반세기가 지났는데, 남한땅도 아닌 저 먼 이라크에서 그분의 혜안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경이로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이 아르빌에 새마을 운동을 심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놀랠 노짜다. 독재자 후세인이 빠져나간 그곳에 원조 독재자 박정희의 정신이 심겨진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면 역사가 화낼려나...

 

현지에서 이미 수차에 걸쳐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국방부에 의해 철저히 감추어져 왔다는 보도가 있은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접하는 이라크판 새마을 운동 보도는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박정희의 정신적 자식들은 남한만으로는 지들 정신적 아버지의 유업을 완성하기에 모자란 땅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하고 많은 운동 중에 왜 하필 새마을 운동이었을까? 그게 그렇게도 뼈에 사무치게 아름다웠단 말인가??

 

게다가 현지에서 자이툰 부대원 중 이슬람 교도들은 이슬람의 땅에서 이슬람 식의 예배를 드린단다. 가히 놀라운 일이다. 자이툰의 이 이중성이란... 물질숭배의 한국적 적응태인 새마을 운동을 현지에 착근하기 위해 애를 쓰겠다고 선언하는 한편에서, 물질 알기를 개코로 알도록 가르쳤던 알라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이툰의 이슬람 병사들이 예배를 드린다. 거 참 뭔가 그림이 맞질 않는다. 따져보자면 이 친구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탈영해서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 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알라께 경배를 드리는 자이툰 (c) 연합뉴스

 

하기사 군바리가 무슨 죄가 있겠냐? 쟤들이라고 저기 가서 저짓하고 싶은 생각 있었던 넘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병사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저 장면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군바리 시절 일요일마다 있었던 종교시간이다. 지난 주에는 예배당에서 쵸코파이를 줬단다 하면 이번주 개신교 모임은 병사들로 그득하다. 지난 주에 법당에서 떡을 나눠줬단다 이러면 이번주에는 불교 모임으로 죄다 달려간다. 지난 주에 성당에서 뭐가 나왔다더라 하면 이번주에는 성당으로 우르르... 군바리 종교시간의 특징이다. 종교 없다고 뻗대면 아무데나 가라고 주어터지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좀 더 맛있는 미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갈 수밖에. 혹시 쟤네들도?

 

좀 궁금하긴 하다. 자이툰 부대원들 중 이슬람교도가 몇 명이나 있을까? 조사된 바에 따르면 남한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전체 종교인의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자이툰에는 몇 %나 될까? 더 궁금한 것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왜 이라크 전쟁판에 뛰어들었을까? 예를 들어 여호와의 증인들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까지 가는데, 그들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교도들이 기독교의 십자군을 자처하며 이슬람 국가를 때려부수고 있는 부시의 앞잡이가 되고 싶었을까?

 

진짜 고민스러운 것은 저기 앉아 있는 저 이슬람교도들이 새마을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어째 아구가 영 맞질 않는다. 선입견인가? 아니면 진짜 생 쑈인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새마을 운동 빙자하면서 재건사업 한다고 설레발이를 치고, 부대원 중에 이슬람 교도들이 있다고 저렇게 광고를 해도 이라크 파병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새마을 운동을 떠들고 이슬람 신도인 병사들을 선전물로 내세워봐야 어울리지 않는 그림일 뿐이고 헛웃음만 나오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얼마나 더 웃음거리가 되고 싶은가? 새마을 운동? 이슬람 예배?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면서 국익타령을 계속 할 것인가? 정말 이 정부는 창피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인가?

 

웃기는 수작 하지 말고 당장 철군해야 한다. 같잖은 새마을 운동 어쩌구 하는 낡아빠진 레파토리 읊어대는 것도 시덥잖은 일일 뿐만 아니라, 종교를 빙자해 도망칠 길을 만드는 것은 불경스러운 짓이다. 철군하라. 당장 철군하라. 정 새마을 운동을 이라크에 뿌리내리고 싶으면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새마을 운동본부의 열성 운동원들을 뽑아서 보내라. 그들 가슴 가슴마다 위대한 민족의 태양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영정이 새겨진 뱃지 하나씩 달아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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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0 07:21 2004/10/10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