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의 연인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한 도시를 잿더미 속에 파묻어버렸다. 그 도시의 이름은 폼페이다. 17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유적발굴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아직 그 절반 정도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단다. 일설에는 타락한 인간들에게 절망한 신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도 하는데, 자연의 위력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과거의 일이니 신의 징벌로 이해할만도 할 것이다.

 

이 유적 안에서 당시의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화산폭발 당시 참화를 입은 채 그대로 재속에 매장당했던 유골들도 다수 발굴되었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그들의 유해가 당시의 급박함과 충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폼페이의 연인이라고 하는 이미지가 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요게 그 이미지다

 

 



하늘로 화염이 솟구치고 검은 화산재가 하늘을 덮는다. 땅은 흔들리고 나무와 돌들이 무너져 내리고 집과 도로가 갈라지고 깨진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천지를 덮고 모든 생명체들이 살기 위해 내달린다. 이 와중에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르고, 결국 죽음이 찾아온다.

 

그 때, 지극히 사랑했던 두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절망의 벽 앞에서 서로를 의지한다. 뜨거운 열기와 눈을 뜰 수도 없는 화산재의 폭격.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세상에서의 마지막을 서로에 대한 의지로 맞이한다. 그렇게 세상은 덮히고 두 사람도 덮혔다. 그로부터 160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두 사람은 다시 세상의 햇볕 아래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1600년 동안 헤어짐 없이 서로를 의지했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김빼는 이야긴지는 몰라도 이 이미지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골이 아니다. 이 이미지는 그냥 "폼페이의 연인"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일 뿐이다. 왜 그러한 제목이 붙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제목이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상상을 불어 넣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 그림은 Zdzisław Beksiński 라는 사람의 창작물이다.

 

창작물이라지만 폼페이 최후의 그 날에 저런 일도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괜실히 짠해지면서 콧날이 시큰해짐을 느낀다.

내 곁에는 지구 최후의 날 나의 의지가 되어 끝까지 나와 함께 할 사람이 있는가.

그토록 지독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면서 갑자기 외로워진다.

화산폭발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맘 뿐이다... 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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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4 14:42 2004/08/14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