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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벤사이드 - "지금의 운동은 사회 문제들과 직접 연관돼 있습니다"

다함께 76 호
http://www.alltogether.or.kr/


맑스주의 저술가이자 프랑스의 주요 급진 좌파 정당인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활동가인 다니엘 벤사이드가 오늘날 프랑스의 투쟁에 대해 말한다.[이 인터뷰는 지난 3월 28일 파업 전에 이루어졌다.]

 

 

1968년 5월 운동 참가자의 일원으로서 당시의 운동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운동을 비교할 때 주된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습니다. 사실, 1968년의 학생 운동이 중요하긴 했지만 5월 10일 ‘바리케이드의 밤’ 전에는 소수의 운동이었습니다. 예컨대, ‘3월 22일 운동’[1968년 3월 22일에 파리 낭테르 대학 하루 점거를 조직했던 학생들이 만든 모임]이 3월 말쯤 낭테르 대학 ‘개방의 날’ 행사를 조직했을 때, 참가한 학생들은 고작 5백여 명 정도였습니다.
운동이 정말로 일반화된 것은 소르본 대학 점거 이후,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되면서였습니다.

다른 차이점은 동기입니다. 1968년에는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투쟁을 촉발했습니다. 쟁점들은 (적어도 낭테르 대학에서는) 매우 국제적이었습니다(예컨대, 베트남에 대한 연대, 독일과 폴란드 학생들과의 연대 등). 이러한 쟁점들과 더불어 대학 내 남녀 공용 기숙사 같은 다른 문제들도 제기됐습니다.
지금의 운동은 사회적 문제, 즉 노동 관련 규제의 폐지나 고용 유연성의 확대처럼 학생들과 노동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에 직접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둘이 단순히 연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사회적 상황, 특히 실업 문제가 사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1968년은 장기호황기였고 실업자 수가 몇 만 명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장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오늘날에는 6백만 명이 실업 상태이거나 임시직으로 고용돼 있습니다. 그리고 1995년에 벌어진 공공 부문의 대규모 운동과 연금 문제를 둘러싼 2003년의 대규모 투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일련의 사회적 패배들을 경험해 왔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운동은 세력 균형이 처음부터 매우 불리한 때에 벌어진 것입니다.

 

1968년과 1986년에 학생 운동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운동과 노동자 운동 사이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제가 말했듯이 [둘 사이의] 연결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노동자 운동은 1968년 당시보다 학생들에게 덜 폐쇄적(또는 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때는 노동운동의 주요 부문들을 통제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던 공산당과 CGT(노동총동맹)의 노동자주의적 악선동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적대감(또는 경계심)이 조장됐습니다. 지금은 [둘 사이의] 관계가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이것은 관료 기구의 통제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됐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2차 교육과 고등 교육의 전반적 확대 덕분에 학생들을 그저 쁘띠부르주아 계층으로만 묘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굼뜬 행동이나 조심스러운 태도, 또는 3월 18일의 대규모 시위 이후 투쟁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고 (아마도) 정부가 물러서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총파업 조직을 거부하는 것 등을 볼 때, 노조 관료들이 여전히 [투쟁의] 제동기 노릇을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 CGT 지도자인 베르나르 티보가 CPE 반대를 위한 총파업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운동 안에서 다양한 노조 연맹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모든 노조들이 CPE 반대를 선언했고, 행동의 날 참가를 호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3월 7일에는 FO(‘노동자의 힘’이라는 노조연맹)만이 파업 행동을 사전에 공지해 조합원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CFDT(프랑스민주노동동맹)는 시간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CGT는 3월 18일에 (매우 큰) 자신의 [노조] 기구를 넘어 동원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파업을 제안할 것이 거의 확실한 FSU(교원 노조)를 제외하면, 노조연맹체들은 다소 시간차를 두고 또 한 차례의 동원(3월 28일이나 30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늦게 일정을 잡는 것이고, 운동이 사기저하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2003년의 연금 개혁 반대 운동을 소진시킨 책략, 즉 일종의 관료적 지연 전술에 악몽을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학생 운동 내에서 정치 조직들의 활동이 매우 저조한 듯합니다. 어떤 까닭입니까?

 

학생 운동에서 정치 조직의 힘은 약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세 가지 세력은 학생 연합체인 UNEF를 주도하고 있는 사회당 경향(사회당 소속 의원인 앙리 엠마누엘과 가깝다), LCR[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 경향, 각종 아나키스트 단체입니다. 공산당은 운동을 지지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한편 사회당의 다수는 정부의 신뢰 추락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합니다. 2007년에 대선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동시에 운동이 너무 강력해지면, 당의 모순이 심화하고,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반신자유주의 급진 좌파(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운동 내의 저명한 정치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젊고 대중적 인기가 있는 인물이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될까봐 두려워합니다.

 

CPE 반대 운동이 승리하면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추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 운동의 승리가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단결도 도울 수 있을까요?

 

아직 우리가 승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가오는 주에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승리한다면 신자유주의 개혁에 맞선 거리의 운동이 오랫만에 거둔 첫 승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력 균형을 바꾸는 데, 무엇보다도 사회 운동에 확실한 정치적 표현 수단을 제공하는 데 충분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치적 세력 균형 변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사회당은 희망을 [현 정부보다] 차악으로 여겨지는 정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사회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세골렌 루아얄이 벌써부터 토니 블레어 찬양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반신자유주의 진영 단결에서 핵심 문제는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좌파적 반대 캠페인의 문제의식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장래의 연정 구성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 총리인 리오넬 조스팽의 복수 좌파 연정에 참가했던 세력들이 사회당의 하위 파트너가 되는, ‘프로디’ 식 시나리오[이탈리아에서는 좌파 조직들이 로마노 프로디가 이끄는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선거 동맹을 맺었다]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자유주의에 대한 진정한 반자본주의적 대안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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