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프랑스처럼 싸우고 승리하자

다함께 78 호
http://www.alltogether.or.kr/

 

프랑스처럼 싸우고 승리하자

 

 

노무현 정부는 틈만 나면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이번에도 노동부 장관 이상수는 “이번에는 미룰 수 없다. 4월 임시국회가 데드라인”이라고 협박했다. 또 진만 빼고 미룰지, 정말 강행 처리할지는 알 수 없다.

고교생들도 57퍼센트가 비정규직 개악안을 반대(한길리서치 조사 결과)할 정도이지만 노무현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기업주들의 요구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라는 기업주들의 요구에 따라 노동부 보고서를 은폐· 조작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우당과 한나라당의 싸움판에서 흙탕물이 튀고 있지만, 비정규직 개악안 앞에서 이 모든 갈등은 봄눈 녹듯 사라진다. 

따라서 개악안 처리 여부는 결국 기층 대중이 얼마나 강력하게 투쟁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자와 학생이 프랑스처럼 대규모 파업과 점거 투쟁을 벌인다면 개악안을 저지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도 “프랑스처럼 싸우고 승리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4월 10일부터 벌인 닷새 간의 민주노총 순환 파업은 결코 ‘프랑스처럼’이 아니었다. 사실, 마지막 날 진행된 금속연맹의 4시간 파업을 제외하곤 파업도 아니었다.

조준호 위원장도 “이번 투쟁은 산업을 마비시키는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빌팽을 물러서게 한 것은 바로 산업과 사회기반시설을 마비시키는 파업이었다.

순환 파업마저 ‘순환 홍보’로 전락시킨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몇 년 간 ‘사회적 교섭’에 연연하거나 국회 일정에 종속된 하루 파업을 되풀이하면서 투쟁 동력을 갉아먹어 왔다.

더는 지배자들에게 끌려다니며 현장조합원들의 진을 빼서는 안 된다. 국회 일정에 따라 파업을 결정했다 철회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개악안을 완전히 폐기시켜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프랑스처럼 개악안을 폐기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그러한 파업 건설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아직도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태일 사무총장은 “비정규직법안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 노사관계로드맵 논의를 위한 대화 구조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악순환에 말려들겠다는 것이다. 교섭 테이블에서 투쟁의 발목이 잡힌 채 정부안의 부분 수정을 추구하다 뒤통수를 맞고, 결국 뒤늦게 국회 일정에 맞춰 파업을 결정했다 철회하기를 반복하는 악순환 말이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여 실컷 이용해 먹은 다음 뒤통수를 칠 게 뻔하다. 사회적 교섭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마저 “[노무현 정부에게] 민주노총이 씹다버린 껌 취급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최근 타결된 일부 ‘장기 투쟁 사업장’들의 성과도 “정부의 노력” 덕분이 아니다. 1년 넘게 처절하고 끈질기게 노동자들이 투쟁한 성과인 것이다.

더구나 여전히 세종병원, 코오롱, 오리온전기,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끝내 KTX 여성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GM대우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장을 철조망과 콘테이너로 용접해서 ‘포로수용소‘로 만들어 버렸다. 심지어 고공 농성자들이 단식에 들어가자 물과 소금도 주지 못하게 막고 있다.

노동부 장관 이상수는 “이제는 소수가 반대하더라도 다수의 힘에 의해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소수 지배자들에게 다수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파업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기차, 지하철, 비행기, 버스가 운행을 멈추었다. 우체국과 병원도 파업에 가세”했고 결국 “프랑스 정부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프랑스의 사례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프랑스 지배자들처럼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노무현 정부에 맞서 프랑스 노동자와 학생들처럼 대중 파업과 시위를 건설하자. 그래서 노무현을 빌팽처럼 물러서게 만들고 프랑스처럼 우리도 승리하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