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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안건들에 대해서

지난 2 월 10 일 민주노동당 2007 년 제1차 중앙위원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 '판갈이' 기사 : http://news.kdlp.org/?main_act=board&board_no=2374&art_no=391940&jact=art_read ) 이번 중앙위원회는 사회연대전략, 당직 공직 겸직제도, 당 대의 체계와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대한 당헌 개정 등 민주노동당의 방향에 대한 중요한 안건들이 많이 다루어진 자리였다고 합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가 날을 훌쩍 넘겨 오전 8시에 폐회 되었다고 하니, 비록 그 자리에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쟁점들에 대한 토론이 격렬하게 진행되었음을 짐작할수 있네요. 그러나 긴 회의시간을 거쳐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회로 상정된 안건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그다지 동의할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매우 아쉽습니다.

우선 당직공직 겸직제도가 해제된 것이 우려스럽네요. 김선동 사무총장은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당의 최고지도부 구성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여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정비" 를 위해 안건을 상정했다고 이야기 하셨다는데,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갈수 있는 사람' 을 참여시키기 위해 당직공직 겸직을 해제해야할 뚜렷한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제안을 상정한 것 자체에서 이미 당 정치에 대한 중심을 국회안의 원내활동으로 한정시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것 아닌가 합니다.

당직공직 겸직제도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지향점과 활동의 중심이 국회내에 한정되는 것을 견제하고 대중투쟁에 보다 중점을 두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압니다. 당직겸직 해제를 주장하는 중앙위원들은 겸직금지 제도가 '원내외 분리, 미디어로부터 외면, 당 지지율 급락' 상황을 불러왔다고 말하지만,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을 애초보다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한다거나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에서 보여준 부적절한 태도 등, 의회내에서 지배계급들과의 공조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보려고 하는 모습들이 실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후퇴만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공히 당에 대해서 확고하게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당의 중심을 원내로 한정시키는 겸직금지 제도 해제는 오히려 당 지지율 재고에 도움이 되지 못할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 대회를 2 년마다 한번씩 개최하기로 하고 당원직선으로 선출하는 사무총장, 정책위원회 의장을 당대표가 임명하도록 하며 당원직선으로 선출하는 최고위원 정수를 8인으로 축소하는 당헌개정안도 통과되었다고 하는군요. 저는 통과된 안건이 당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견제력을 약화시키며, 당이 행할 정책과 방향에 대한 일반 당원 사이의 토론의 결과가 반영될 부분이 축소되는등 전반적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당 대회를 2 년 마다 개최하자는 안을 찬성하는 중앙위원은 "당원 속 깊숙이, 노동자 농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지지를 받고, 지혜를 모아 당을 이끌어가" 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반대토론에 나선 위원의 말 처럼 권한을 중앙으로 집중시킬 뿐 이며 당원 속 깊숙이, 노동자 농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내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시킬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당 대표가 사무총장, 정책위 의장을 중앙위원회 인준을 거쳐 임면하는것에 찬성하는 중앙위원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당론 결정을 말하지만, 중요한것은 당론이 신속한지 여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올바른 당론인가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견제의 원칙이 상실되어 있는것 같아 걱정됩니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에 당원과 함께 비 당원이 참여하는 개방형 경선제 역시 당헌개정안으로 통과되었다고 하네요. 개방형 경선제는 2007 년 대통령선거에 한해서 당원 외에도 선거인단을 따로 모집하여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로 선거인단 투표 반영 비율은 당원이 51%, 모집된 선거인단의 투표 반영 비율이 49%로 조정되어 있답니다.

당원직선제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진성당원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원칙을 지켜야 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원칙은 민주노동당이라는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독립성보다 더 중요하고 더 근본적인 '원칙' 은 정치적인 독립성을 갖추는 것으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과도 분명히 선을 긋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지켜나갈 정치적인 독자성을 갖추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이러한 정치적 독립성을 근간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정치성향을 보다 왼쪽으로 옮겨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노동당이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반한나라당 전선’ 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 과 같은 것들은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사이비 개혁세력의 배신행위에 분명한 전선을 긋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일수 없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에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뚜렷한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하고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주는 결과를 팔짱끼고 바라보는것 역시 민주노동당의 원칙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대중들에게 정치적 불신과 환멸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열린우리당을 버리고 나온 한무리의 사이비 개혁세력들이 "열린우리당에 실망하고 한나라당은 싫은" 사람들을 포섭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좌파적 정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당원직선제 아니면 개방형경선제 하는 식의 선택 보다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 전반적인 정치지형을 왼쪽으로 옮기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이 독자후보 선정보다는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단체와 선거연합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지지합니다. 민주노동당 밖에도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 힘 등 많은 좌파 정치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이들과 함께 열린우리당의 개혁에 배신당하고 실망한 사람들을 보다 왼편으로 끌어들이는것이 민주노동당의 발전에나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치지형의 성장에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선거연합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공히 반대하며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원칙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사회연대전략과 관련해서, 김어진 중앙위원이 제출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사회연대전략과 관련한 내용과 표현 등을 모두 삭제하는 수정동의안이 부결된것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노년을 대비한 자금이 최소 10 억은 필요하다며 방송과 언론에서는 떠들어 대지만,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대부분의 노동자 민중들에게 거의 유일한 노후대책은 국민연금이라 말할수 있습니다. 이 국민연금이 노후자금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단지 '용돈' 정도만을 보장해주는 현실에서 정권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은 마땅히 국민연금이 보다 폭넓은 사회보장 제도로, 실제적으로 생활을 보장할수 있는 제도로 강화될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정부와 자본이 마련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할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연대전략은 월 117 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는 정규직 노동자 ( 라고는 하지만 이런 기준이라면 웬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되죠 ) 들이 5년치 미래 연금을 삭감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연금 납부액을 5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국민연금 수해 대상의 폭이 넓어질지는 모르나 실질적인 생활의 보장 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현재의 용돈 수준의 금액을 노동자 민중끼리 반으로 나누자는 것 이상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동지들은 사회연대전략은 그 자체의 효과보다도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의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주장합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특혜' 를 일부 나누어 비정규직에게 배품으로서 연대가 형성된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푼돈 얼마 쥐어주는것을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라고 생각할는지 심각한 의문이며, 안그래도 보잘것없는 국민연금에 대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불만도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불만과 불신이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들 사이에 흐른다면 '사회연대전략을 통한 노동자 연대' 는 고사하고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권과 자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재원으로 보다 폭 넓고 보다 실질적인 국민연금 개선을 말하는 대신에 '기금고갈' 을 말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자는 사회연대전략을 당의 정책방향으로 정한다면, 정권이 추진하려고 하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안, 공무원 연금 개악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상 지금도 당은 공무원 연금 개악에 맞서 투쟁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지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는, 지금 사회연대전략을 제안한 동지들이 애초에 주장했듯이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 전환하여 충분한 액수의 기초연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밤을 꼬박 새워가며 회의장을 지키신 중앙위원 동지들의 노고에는 정말이지 경의를 드립니다.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많은 안건들이 정기 당 대회를 거쳐 결정될 예정으로 있다는데 위와 같이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부분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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