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의료법 개정

지난번 한미FTA 6차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때에도 미국 측 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협상이] 잘 되고 있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섬유·농업 등은 고위급 회담을 통한 ‘빅딜’ 로 처리할 복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 미 FTA 협상단은 이미 투자자-정부제소제도, 서비스, 투자, 경쟁 부문 등에서 큰 의견 차이 없이 손쉽게 합의를 이룬바 있다. 정부는 무역구제 문제가 핵심쟁점 인것 처럼 홍보하지만 , 스스로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보고서에도 나와있듯이 무역구제는 "여타 분야의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측을 계속 압박할 카드" 일 뿐이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진정한 쟁점은 저들이 손쉽게 합의해준 '투자자-정부제소제도, 서비스, 투자, 경쟁 부문' 이다. 

 

노무현 정권은 FTA 가 체결되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한 연관을 갖는 의료시장

부터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아래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이번 의료법 개정의 진정한 문제는 영리병원 형태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과 영리형 수익 사업허용, 그리고 민간 사보험 시장의 강화로 인한 병원 영리화야 말로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문제들이다.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미국의 압력때문에 FTA 에서 의료서비스의 시장화, 즉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사보험 시장 확대에 대한 조건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모습은 노무현 정권 스스로 앞장서서 이러한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FTA 협상을 비롯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들이 노무현과 그 주위에 있는 지배자들, 그리고 자본에게는 이익이 되는 반면에 나머지 80% 에 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 더 열악해지도록 만들어 가는 것임을 또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보건의료노동자 들이 파업에 돌일할때는 "환자를 볼모로 한 불법파업" 운운하던 기존 언론들은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그들이 거리에 나온 속사정' 을 앞장서서 말하고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입장을 상세히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공정한 언론 보도" 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이런 사례에서 찾아보면 될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억지를 부리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귀족' 노동자로 몰아가려고 하지만, 만약 정말 정규직 노동자들이 "귀족" 이라면 언론들의 태도는 180 도 달라졌을 것이다. 마치 지금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전하는 그런 태도처럼 말이다.

  

------------------------------------------------------------

 

맞불31호  (기사 입력일 : 2007년 02월 07일)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의료법 개정

 

지난 2월 6일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법 개정에 항의해 병원 문을 닫았다. 노무현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투약권”을 약사들에게 완전히 넘겨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어떤 의사는 집회 현장에서 자해하기도 했고, 오는 11일에는 의사들의 대규모 시위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이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몇몇 개혁 조처와 이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진정한 문제는 전혀 다른 데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병원들이 의료기관의 본분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이윤’ 추구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다한 광고나 환자 유치 경쟁 등을 모두 금지한다.

 

노무현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은 바로 이것을 뜯어고쳐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예컨대 영리병원 형태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과 영리형 수익 사업을 허용한다. 병원경영지원회사는 병원의 인사 관리를 할 수 있고 제약·생명공학·연구개발 사업, 영리형 복지사업, 병원경영 지원, 해외환자 유치 등이 가능해진다. 또, 의료기관의 채권 발행과 의료기관의 매매·합병이 허용된다. 사실상 주식 상장만 빼놓은 영리법인화라고 할 수 있다.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싼 의료비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의료비를 상승시켜 사실상 병원 문턱을 한층 높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의료법 개정과 동시에 보험업법도 개정하려고 하는데 그 내용도 의료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는 조처들이다.

병원경영지원회사와 민간 보험회사를 연결해 보험회사가 사실상 병원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런 조처들은 특정 병원이 특정 민간보험에 종속되게 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고 비싼 사보험이 널리 퍼지게 만들 것이다.

병원에 대한 규제완화와 “경영 합리화”, 사보험 시장의 확대는 병원과 의사들의 수익은 늘려주겠지만 노동자들의 건강은 악화시킬 것이다.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의 압력 때문에 ‘국익’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던 사보험 시장 확대와 병원의 영리법인화 조처들을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의사협회 등 의료인 중앙회에 포괄적인 징계요구권을 부여해 의사 집단의 내부 단속을 강화한다. 특권 의식과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의사 집단 내에서 양심 선언이나 내부 고발 같은 것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의료 사유화 정책은 슬쩍 뒤로 감춘 채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몇몇 개혁조처들만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인 것처럼 부각하고 있다.

 

 

의료비 폭등

 

 

그러나 보험이 적용 안 되는 의료 행위에 대해 그 비용과 내용을 의사들이 미리 환자에게 알려

줄 것과 환자에게 질병과 치료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는 조처들은 분명 좋은 것이다.

또, 누구나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고 그 표준 치료법과 응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진료지침 신설도 필요하다. 진료정보 보호 조처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적절한 ‘진료 받을 권리’들이다. 그러나 ‘진료를 할 권리’를 내세워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이야말로 진정한 ‘집단 이기주의 철밥통’들이다.

 

의사들은 의약분업 당시 문제가 된 약물 판매에 대한 통제권을 문제 삼는다. 또, 간호사들에게 일정한 수준에서 ‘간호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 삼는다.

 

물론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발악하는 의사들을 지지할 수도 없지만 환자들과 전체 국민들의 손에 맡겨져야 할 권리, 다시 말해 정부가 통제해야 할 일을 한 전문직에서 다른 전문직으로 넘기는 조처는 미봉책일 뿐 아니라 환자들로서는 다른 명목의 의료비가 추가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개정안을 지지할 수도 없다.

 

약 처방을 결정하고 합리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신속하게 내리도록 하는 것은 의료와 관련된 교육 체계를 통합해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근본적 개혁이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실제로 경험 없고 욕심 많은 의사보다는 간호사들이 더 환자에게 도움이 경우가 많고 반대로 충분한 이론 교육을 받지 못한 간호사들이 의사들에 비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오진을 하는 의사도 많다. 약은 제약회사부터 통제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의료 체계를 통제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고 누구나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무상으로 교육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진정한 의료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의 건강보다는 서비스 산업으로서 의료 산업을 키워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