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익열사가 돌아가시고, 그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곳곳에서 김진숙씨의 추모사를 들으며 울먹 였던 그 밤을 잊을 수 없고,

다음 날 벌겋게 불타던 서울 거리를 잊을 수 없고,
김진숙씨가 어느날 강연에서 김주익 열사가 돌아가시기 전날이던가.. 짬뽕을 먹고 싶다 해서 밑에서 짬뽕을 올려보내려 했는데 국물이 흘러넘쳐 결국엔 못올렸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것을 잊을 수 없고,

김진숙씨가 2003년 이후 보일러 한 번 틀지 않고 생활했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내리던 걸 잊을 수 없다.

 

김진숙씨가 정리해고를 막아야한다며 노숙농성을 했을 때, 50먹은 사람이 한겨울 길거리에서 자야하는 현실이 증오스러웠고, 그 증오 전에 난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못나게도 그렇게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감정이 복받치니,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축 쳐져서 하루를 힘겹게 보냈다. 강해져야 한다고, 그러니까 정말, 강해져야 한다고 되뇌인다.

 

괴물같은 자본과 공권력보다, 이렇게 무기력한 내가, 공장 담벼락 너머에 주저앉은 운동세력이 더 한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