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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영화>에 대한 단상

영상이론과 김현선


               영화를 보면서 흔히 놓치게 되는 것들에 대한 고백


언젠가부터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막연한 질문을 던져 놓고 고민하는 것이 습관이 돼 버렸다. 물론 세상에는 이미 그럴듯한 답들이 나와 있고, 내가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른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내가, 현재 보고 있는 영화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보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영화의 의미들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즉 영화는 보는 행위로부터 의미를 생성하기 시작하고, 이러한 의미는 보는 행위의 주체로 인해 다양하게 분화되므로 영화는 항상 그것을 보는 시점과 그 때의 주체 사이의 관계 안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고민이라 해도 언제나 그것이 현재적 시간 안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습관화된 질문과 고민은 그 상태로 박제되기 일쑤이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홀로 유유히 존재할 것만 같은 영화의 지위를 인정해버리곤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흔히 놓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다. 더 정확하게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의 창작물이다. 그러나 이처럼 당연한 사실이 오히려 쉽게 간과되곤 한다. 마치 영화의 모든 창조적 권리는 감독이 거머쥐고 있으며, 이러한 창조자의 세계는 외부적 세계와 분리되어 있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둘러싼 콘텍스트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감독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특수성, 이러한 특수성이 지니는 상대적인 의미, 이러한 요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좀 더 보편적인 환경까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 대해 사고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동시대적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 가지만 역사 또한 인간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은 다시 영화를 만들고 만들어진 영화에 다시 영향을 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즉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특징을 언제나 포함하고 있는 인간과 그들의 역사 그리고 영화는 그들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차원에서 영화는 그것의 기반이 되는 물질적 토대와 사회․문화적 맥락,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이해관계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과거의 그것과 관계를 맺고 있는 방식  모두를 복합적이고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금 앞서 언급했던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현재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점을 잊지 않으면서 영화 자체와 다소 거리를 두거나 완전하게 거리를 소거해 나가기도 하면서 다분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영화를 보면서 흔히 놓치게 되는 것들의 자리를 다시 되돌려줌으로써 살아있는 영화의 의미들을 ‘나는’발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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