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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의파다> 박선영 리뷰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처럼

- <우리는 정의파다>/ 이혜란 감독

 

박선영


 

 1970년대, 수많은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갔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그들은 돈을 벌어야 했다. 가난한 가족들을 위하여 그들은 그나마 다니고 있던 학교도 그만둬야 했고, 그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순이’ 정도밖에는 없었다.

 영화 <우리는 정의파다>는 이러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똥투척 사건’으로만 알려져 있는 동일방직 여공들의 복직 투쟁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동일방직이 당시 어떤 회사였는지, 그 회사에서 여공들이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 차별을 없애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 싸웠는지, 그 싸움에서 어떻게 해고되었고 복직을 위해 지금도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978년 4월 1일, 동일방직 사장 서민석은 124명의 여성 노동자를 강제 해고 시킨다. 그것은 누가 봐도 불공평한 처사였다. 사장 서민석을 비롯한 동일방직의 남성들은 남성 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권력에 감히 여자가 도전장을 내밀고, 평등을 주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여성들이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그들의 여성 대표를 뽑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며 온갖 수단을 사용해서 그들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 시절 수많은 여성들은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 식사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그들은 주린 배를 물로 채우며 엄청난 일들을 소화해내야 했다. 그들은 “16살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키가 자랐고”, 한 달에 7Kg씩 빠져가며 일했다. 그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채우지 못하며 일해 왔다.

 그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히 대우 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이 힘들게 획득한 것은 30분 정도의 식사 시간뿐이었다. 그들은 힘들게 획득한 권리를 조금 더 보장받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똥물’ 뿐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남성이란 동물들은 여성의 입과 귀에 똥물을 쑤셔 넣었고, 그들의 일터를 똥 범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장면을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식해서 잔인한, 치사함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남성들의 이러한 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는 그 일을 겪지 않은 나조차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컸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났다. 자신들의 아내요, 어머니이자 딸인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서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권위를 일정 부분 공유하자는 것뿐이었는데 그렇게까지 사나운 이빨을 날카롭게 드러내야만 했을까.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놓아야만 했을까.

 “모르고 바보처럼 사느니 알고 고민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어느 여성 노동자의 말처럼 이대로 물러설 여성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신력은 남성들의 그것보다 강했다.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녀들은 투쟁하고 있다.

 무식했기 때문에 무지한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무지했던 그녀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당당히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외치고 있었다.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강철처럼 그녀들 역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수많은 세월을 수많은 눈물로 지새웠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그녀들이다.

 그녀들의 고통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왔다. 그러자 내 마음도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들만큼은 아니겠지.

 그녀들이 아파했기에, 힘들게 투쟁했기에 얻어진 지금의 자유와 권리, 행복이 새삼 고맙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 많은 것들을 누리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와 닿는 다큐멘터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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