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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쑈킹 패밀리>

가족은 가정이어야 한다.

김현지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았다’고 고백하는 경순 감독. 감독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는 이 다큐 형식의 영화에는, 돈 잘 버는 아버지도 헌신적인 어머니도 없다. 말 잘 듣는 똑똑한 아이도 없는 것도 물론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가족의 이미지를 조롱하면서, 우리가 어떤 환상에 젖어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시종일관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감독의 위트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그래서 너무나 흥미롭다.

 

쇼킹패밀리라는 제목 속에 탄생하게 될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가족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와 같은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가족이라는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가장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문화의 총화이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국가의 가장 튼튼한 하부조직으로서의 가족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를 해 볼까 한다. 따라서 그 기록은 대한민국의 가족이 좀 더 붕괴되고 해체되고 망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밑바탕에 깐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1.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뜻이다. 영화초반 조롱하듯 “뭐 어때 가족인데”, “아들 핵심”, “가부장”, “파더리스”, “인간도 아니다” 등등의 문구와 함께 이 단어가 반복 된다. 감독은 이런 형식으로 지금 시대에 만연한 한국 안에서 가족이란 단어의 오용, 남용 사태를 풍자한다. 영화 초반에 이렇게 단어를 무식할 정도로 크게 강조하며 편집한 것을 보고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짐작했다. 일종의 코미디 같은 현실. 웃기지도 않은 사실 등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당연하게 정신적 학대를 강요받는 사람들의 고충을 유쾌한 풍자로 풀어낸 것이다.

 

2. 가족이란 이름으로 정신적 학대를 강요한다는 말이 무엇인가? 이 영화 내용 중 가장 좋은 예는 결혼한 사진 감독인 정은의 고충을 통해 볼 수 있다. 정은은 시 엄마의 구박과 마마보이 같은 남편과 7년을 살며 자신이 점점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을 뛰쳐나온다. 이혼한 정은의 집안 얘기를 집에 늦게 들어온 정은을 꾸중하며 아무렇지 않게 “ 네 집에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다”라며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는 시어머니, 이 사이에서 정은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자신의 엄마편인 마마보이 남편. 이 사이에서 정은은 이 가족 구성원 중 자신이 열외 대상인 것을 알고 손을 긋고 약을 먹으며 자신의 고충을 표현하지만 모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3. “ 넌 옷이 그게 뭐냐?” - “ 네가 내 딸이면 내 체면을 살려줘야지 네 존재가 창피하다”

   “ 넌 언제 돈 벌래?” - “ 네가 내 딸이면 언젠가 부모 호강 시켜줘야 하지 않냐?”

 

영화에 나오는 이 말들은 가족이니까 자신의 욕심에 맞춰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존중해주지 못할까? 단순히 가족이여서 일까? 가족은 단순한 구성원이 아니라 서로의 안식처가 되 주며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 되는 가정이어야 한다. 감독은 “ 대한민국의 가족이 좀 더 붕괴되고 해체되고 망가져야한다”고 했는데, 이는 왜곡된 한국 가정을 뜻하는 것이다. 그녀도 영화 속에서 “ 사실 외롭다”고 말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는 행위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악한 것이다. “혁명은 남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이 변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란 감독의 말처럼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

 

바보조세 나이 25세 (세은)

맞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녀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식구끼리 주먹질은 당연하다는 정의 속에 살아왔지만 영화를 시작하면서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아직도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증후군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진정한 타락천사를 꿈꾸는 그녀는 이 영화의 촬영감독.

특기 : 좋으면 약간 갸우뚱 싫으면 어! 갸우뚱 의심나면 으..갸우뚱

 

나쁜 들개 나이 25세 (정은)

군대 간 애인을 차버리고 남들 다 뜯어말리는 결혼을 했으나 결국 시 엄마의 구박과 마마 보이 같은 남편과 7년을 살며 자신이 점점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을 뛰쳐나온 이 시대의 진정한 나쁜 여자. 더욱더 나쁜 쇼킹패밀리를 위해 영화에 몰입하는 그녀는 이 영화의 사진감독

특기 : 한번 물리면 치명적이다. 한번 더 물어 줘

 

미친 자경 나이 25세

한때 춤바람이 격렬하게 일어 온몸에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녀는 진정한 이 시대의 바람꾼. 바람난 여자들의 심금을 울릴 영화 쇼킹패밀리를 간절히 원하며 불철주야 몸을 흔들어대는 그녀는 이 영화의 조감독

특기 : 그녀의 변신은 무죄....무한변신, 무한 칼라

 

멋쟁이지은 나이 25세

섹쉬한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한동안 병마와 싸우다 새까맣고 시꺼먼 인간들이 득실대는 독립영화계에서 동색이 되어 빛을 엄청 발하고 있는 이 시대의 화끈한 음악가.

이 영화의 음악 감독

특기 : 뒤끝이 없는 깨끗한 일갈. 이게 뭐야!

 

이쁜이은희 나이 25세

날 때부터 트로트 가락으로 울어댔다는 그녀는 성악가의 꿈을 꿈으로만 간직하다 쉬지 않고 읊어대는 수다가 노래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진정한 O.S.T를 꿈꾸는 그녀는 이 영화의노래 감독

특기 : 먹는 건 다 쏜다. 그러나 몸은 절대 안돼!

 

빨간경순 나이 25세

12살 먹은 딸을 18세에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으나 더 버텨 보려는 음모를 꾸미는 딸과 어쩔 수 없는 동거를 하고 있지만 절대 동침만은 봐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아동학대라는 말을 젤로 무서워한다. '건강가정기본법'에 수없이 저촉되는 그녀는 이 영화의 감독

특기 : 아! 나도 특기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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