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운동평론] 변혁모임의 대선투쟁에 대한 진보좌파의 태도

[운동평론] 변혁모임의 대선투쟁에 대한 진보좌파의 태도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야권연대 반대와 노동자 계급정치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모임』(변혁모임)의  12.19 대선 대응에 대해 좌파진영 일각에서의 비판이 논란이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부르주아 선거 무용론(無用論)이다.
코뮤니스트정치조직(CPO)에서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국제코뮤니스트전망 명의의 문건 “2012 부르주아 대선에 맞선 코뮤니스트노동자의 입장 -변혁모임과 대선 공동기구, 노동자 후보 전술에 대하여”에서, “(변혁모임은) 노동자정치를 노동자계급 고유의 영역인 투쟁의 장에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선거공간에서 할 수 있다면서 그 속에서 선전선동과 조직화를 꿈꾸며 선거운동을 선거투쟁으로 미화시키고 있”지만 “노동자 계급을 위한 어떠한 성과도 선거나 그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고 “현시기 대선 정국을 둘러싼 사민주의와 동거, 의회 선거정치 몰입은 계급적 대중행동을 저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둘째, 조합주의 정치활동 한계론이다.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도 최근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74호) 김인해 명의의 문건 “'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은 역사적 퇴행이다”에서 “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이 10여년전처럼 반복해서 결의되고 있”는 것은 “조합주의적 정치활동에서 비롯된 정체가 주원인”이라면서 조합운동이 “기존 정당들에게 정치적 압박이란 이름으로 청원하고 타격한 것”밖에 없어 “스스로 정치쟁점을 만들고 투쟁을 한 경험도 적고 현안문제를 계기로 체제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노골적으로 표하거나 자본주의는 안 된다고 대놓고 싸워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이제껏 봐왔고 익숙한 민주노동당 식의 사고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고 전망했다.

셋째, 비민주적 후보선출 경계론이다.  
사회주의 유기적 지식인은 1일 온라인 월간신문 ‘붉은 헤게모니’의 “이제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제하의 문건에서 ‘후보 경선’과 관련, “만약 ‘경선절대불가’와 ‘변혁모임의 투쟁하는 노동자 후보여야만 한다’면 변혁모임은 변혁모임만으로 의식적으로 대선을 조직해야”하며 이럴 경우 “실질적으로 변혁모임만의 대선운동을 하면서 독자후보운동의 공동선거대응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이 경우에 대선은 편협한 조합주의 이익에 기초한 조합주의 당을 건설하기 위한 요식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부르주아 선거 무용론과 조합주의 정치활동 한계론에 대해서는, 최근 변혁모임이 노동자대통령 후보선출위원회에서 노동자대통령 후보로 단독 등록할 것을 결정한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조합원(공동소집권자)이 변혁모임의 기조를 담아 발표한 내용과 유비하면 좋을 듯하다.   

김 후보는 지난 10월 13일 전국활동가대회 발제에서 ‘2012년 대선투쟁 결의’를 통해 이번 대선투쟁의 목적으로 (1)대선이라는 정치 공간을 통한 노동자 민중의 전면적 투쟁 조직화 (2)대선투쟁을 통한 현장투쟁과 대중투쟁을 강화 및 노동자 민중의 정치·계급의식 고취 (3)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토대 마련과 ‘현장의 노동자 정치를 강화하는 대선투쟁 전개’를 제시한 바 있다.

물론, CPO가 지적한 ‘사민주의와 동거, 의회 선거정치 몰입’이나 해방연대에서 말하는 ‘후보 전술이 10여년전처럼 반복해서 결의’되고 있다는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이념적으로 완전히 통일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위적인 활동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간 좌파서클들 사이에서 시도된 내부적 이론투쟁이 실패하는 등 전망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오늘까지 현장투쟁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제안·추진하고 있는 후보전술은 정세적으로 유의미하다. 이는 특히 변혁모임이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을 기조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지난시기 ’명망가형‘이었던 백기완·권영길 후보 당시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다만, 사회주의 유기적 지식인이 주장한 ‘(민주적인) 후보 경선’에 대해서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다급한 정치일정으로 인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시간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열린 경선이 가져올 수 있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후보전술 자체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산될 수도 있다는 엄중한 현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변혁모임이 제시한 기조와 이를 주도하는 활동가들의 진정성과 헌신성에 일단 신뢰를 보내는 정도로 관용함이 좋을 듯하다.  

변혁모임의 후보전술 효과는 연석회의에서 즉시 드러났다. 야권연대 반대·독자후보 완주 기조와 전국활동가대회 등 변혁모임의 일관된 노동자정치 행보는 야권연대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변혁모임을 염두에 두고 암중모색하던 연석회의의 더 이상 기웃거림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는 아무리 ‘진보’의 외양을 띈 움직임이더라도 선거 때만 되면 여지없이 야권연대에 올인하며 지분에 집착하던 과거의 행태를 전복시킨 쾌거로 봐야 한다. 

또한 5일 유시민(진보정의당)은 변혁모임의 ‘김소연 대통령후보 출마’에 대해 “금속노조나 다른 노조들이 하는 일이 아닌 진보정치권이나 노동계의 소위 정파라는 내부 모임들 중 일부에서 하는 것”이며 “민주노총 전체에서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이러한 폄하는 상대적으로 변혁모임이 그간 활동을 통해 야권연대에 치중하고 있는 민주노총 새정치특위와 분명하게 차별화하고 있음을 널리 알린 정치적 성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유시민의 친親민주노총 의도와 무관하게) 조합주의와 관료주의에 찌든 민주노총을 바꾸는데 변혁모임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동자대통령 후보 김소연의 등장도 각별히 유의미하다. 김소연 활동가는 노동자로서 목숨을 걸 정도의 지난했던  기륭전자 싸움과 단사투쟁을 뛰어넘은 끊임없는 사회적 연대의 노력으로 후보에 이르렀다. 이는 ‘여성대통령’을 강조하는 박근혜나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는  심상정·이정희 류와도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현장노동자로서 학벌카스트로부터 자유로운 김 후보의 계급적 조건이 자본의 본질과 운동에서의 회색지대를 폭로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붉은 헤게모니는 변혁모임이 주도하고 있는 독자대선후보전술에 대해 “더럽지만 부르주아 선거에 당당하게 참가하여 노동자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부르주아 선거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고 깨끗하게 구경할 것인가?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진보좌파진영에 결단을 요구했다.   

그렇다. 변혁모임의 진정성과 “죽 쒀서 개 주지 말자!”고 외치던 김소연 활동가의 투쟁성을 인정하는 분들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해도 목소리를 함께 내며 힘을 보태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동참이 어려운 분들은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어차피 선거 후에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만나야만 될 동지들이기에 과도하게 날을 세우는 것은 동지들 사이의 예의가 아닌 듯하다.


[한국인권뉴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