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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5
    왜..공간?2
    짜루

왜..공간?2

2) 필요했으나 지킬 마인드가 없었다네

 

선배를 찾아갔다.

밤중에.. 어디였더라. 학교 캠퍼스였던가?

어떻게 조언을 듣고, 내가 설득하고 싶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문화에 대한 교육을 해달라고 할 참이었다.

겨우 기다려 기다려 만난 선배였는데

알아 듣기 힘든 얘기만 하신다.

 

선배가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내 얘기를 듣기 보다, 아니 내 얘기의 중심 내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어보였다.

 

한참을 이야기하고나서

단체를 왜 만들려고 하느냐고 하신다.

으~음? 당연히, 조직화를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풍성해지는 단체...

조직화를 뭐하러 그리 하려고 하느냐?

아니...당연히, 운동은 조직운동이어야...

 

나름, 어디가서 말빨 세우는데

선배의 뜬금없는 질문은 말문이 막히게 했다.

그게 아마 주파수가 안맞다는 것일 거다.

 

어쨋든 선배는 문화교육을 해주었다.

소액의 교육료를 받으시고...

지금까지의 교육과는 달리 영상을 활용하여

다양한 자본주의의 문화적 코드와

운동권의 문화적 코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방식자체가 충격이었다.

다들, 좋아라 했다.

그런데, 뒷풀이 자리에서 또 그러신다.

그런데, 뭐하러 자꾸 단체를 만들려고 하는지...

내가 당신처럼 젊으면 나는 단체를 만들지 않겠다.

공간을 만들겠다.

우리도 공간을 만들거라고,

풍물공간을 개조해서 다양한 써클활동을 할 수 있는...

뭐하러 이런 하꼬방을 자꾸 만들려고 하느냐?

강습이나 하고 끼리끼리 모이는....

돈이 없으니...

돈은 만들면 된다. 크게 보고...판을 벌려야 한다.

나 같으면 까페처럼 쾌적한 공간을 만들겠다.

노동자들도 쾌적하고 좋은 공간을 찾는다.

활동가들만 모이는 이런 하꼬방만 자꾸 만들어서 뭐할려고 그러느냐?

 

돈이 어떻게 만들어 져~

누군들, 쾌적한 공간을 바라지 않겠는가?

현실감각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는 듯도 했다.

 

그 이후로도 다른 이유로 몇번을 선배의 작업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영상제작 시스템이 차려진 오피스텔...

이렇게 투자해야 생산력이 생긴다고...

빚을 내어서 만든 작업실을 내게 다른 세계를 가능성으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도대체 내가 만들고 싶은 단체나 공간이 그렇게 되리라고는

그게 어떻게 가능할 지는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해서, 두개의 단체가 하나로 모였다.

현장운동하겠다는 사람들과 문화운동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다들, 이게 어떻게 되나갈 건지 감이 오지 않는 눈치였다가

이런저런 그림을 토론하다가 일단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림만 있었지 지킬 마인드가 없었다.

생계를 팽개치고 이 공간에 공을 들일 사람이 없었다.

나도 이제는 경제활동을 하고 싶었다.

학원강사질을 했다.

도대체 시간이 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더 생각이 없었다.

점점, 공간은 곰팡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서 살아오던 한 실무자가 자신의 가정일로

멀리 이사를 떠난 후

그 공간은 그나마 울리던 풍물소리마저 사라져 갔다.

 

최초의 모임 구성원에서 거의 늘지 않은 가운데

공간이 점점 시들해질 무렵

다시 운명의 날이 닥쳐왔다.

그 공간을 사용하던 사업장이 다른 사업장으로 합병되어 가고

노조도 통합된단다.

노조는 전세금으로 걸었던 돈을 빼달라고 한다.

그 만큼의 돈을 모아서 누군가가 다시 그 공간을 운영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적인 근거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짐을 싼다.

모임과정에서 살아남은 하나의 동아리만이 남는다.

결국, 여성들만이 모였던 모임하나가 공간을 정리하고

다른 공간을 마련한다.

그 모임은 여성학이며 문화며 시사등을 토론하는 여성모임이 되어갔다.

그들이 쌈지돈을 모아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여성들의 거실을 꿈꾸며...그 꿈은 지금도 결론 나지 않은 채로 살아있다.

물론 공간은 불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정리되었지만....

또 하나의 단체와 공간이 영원히 단체주소록에서 빠지게 되었다.

또 한번의 자괴의 역사가 남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또 공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5년전부터~

그때, 현실로 알아들을 수 없었던 그 선배의 이야기,

그 주파수가 달랐던 이야기가 이제는 들린다.

 

어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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