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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없으면 장기적 전망 없어
[특집-신년인터뷰⑦] 신나는문화학교 이은진 대표
 
2008-01-16 오후 5:26:45         
[이메일보내기 태윤미 기자
 
 
 
신나는 문화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은진 대표를 만나 대중문예교육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신나는 문화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은진 대표를 만나 대중문예교육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컬처뉴스>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와의 대담을 필두로 특집기획 ‘2008년 신년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올해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거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예술인들을 모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1. "현장에 답이 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 "한국의 키워드는 ‘정’이다"- 르 클레지오 소설가
3. “나는 단순무식 상식맨이다”- 류병학
4. "문화예술 포털로 수익모델 보여줘" - 박준흠
5. '팔색조'를 꿈꾸다 - 배우 임지규
6. "내 글은 공감에서 시작된다"-신형철 문학평론가
7. 철학이 없으면 장기적 전망 없어 - 이은진 신나는문화학교 대표

‘꽃다지’, ‘노문교협’, ‘노문센터’ 등 노동자 문화운동 현장에서 20년을 보낸 이가 있다. 현재 신나는 문화학교 대표로 있는 이은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지난 몇 년간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나는 문화학교는 최근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대중문예운동의 대를 잇고 있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은진 대표를 만나 현재 3기를 보내고 있는 신나는 문화학교와 아직은 생소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해인사 부탁한다.

반가움에 앞서 선거 후폭풍이 걱정된다. 진보단체에서 발행하는 매체니만큼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지혜롭게 대응해가길 바란다.

신나는 문화학교는 어떤 계기로 시작된 사업인가?

신나는 문화학교가 처음부터 지금의 모양새를 가지고 꾸려진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실업극복국민재단이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구상한 아이템으로 당시 삼성증권의 지원을 받아 청년실업자 일자리 제공을 위해 진행된 사업이다. 당시 재단 내부에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이 사업을 문화예술교육으로 가져갔으면 하는 발상에서 나에게 사업 초기 계획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다.

제안을 받아들여 사업안을 짜다보니 대중문예교육의 필요성이 간절해지더라. 8, 90년대에 서울지역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대표 박인배)가 진행했던 대중문예교육은 당시 활발하게 움직였던 대표적인 노동문화운동으로, 대중 창작과 전문 창작이 접목되어 새로운 예술 창작물의 정형들을 만들어 가고자 했던 교육운동이었다. 처음 재단에서 제안을 받은 것은 문화예술계 실업자들을 모아 일자리를 주고, 그들이 소외계층에게 문화혜택을 주는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6-7개월 정도 진행하는 프로젝트성 사업이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대중문예교육과 같은 교육 철학이 없으면 결국은 기능교육으로 끝나버릴게 뻔해 나는 당시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에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받아서 장기적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신나는 문화학교가 본격적으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나는 문화학교는 2004년 10월에 발족했다.   

신나는 문화학교에서는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나.

"신나는 문화학교는 지역의 소외계층을 찾아가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다"
크게 다섯 가지 사업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지역의 소외계층들을 찾아가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신나는 문화학교다. 우리의 교육사업은 기능을 가르쳐서 전문인을 양성하는 그런 교육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을 좀 더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정서적 치유도 받게하고 이후에는 일정한 결과물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존감도 높일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더불어 그것을 통해 지역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좀더 강화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로는 교육 대상자들에게 좀 더 질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를 재교육 시키는 교사연수프로그램이 있다. 이 사업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신규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문화체험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안산 교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지역의 복지시설을 찾아가 직접 공연도 하고 악기도 직접 만져보게 하는 사업이 있다.

네 번째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사업이 있다. 말하자면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자료집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책연구사업이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도 하고, 외부와 함께 진행하기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특히 신나는 문화학교의 정체성을 좀 더 강화하고 부각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연구하고 있는 사업이다.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이 사업이 시작됐을 때는 교육 사업의 의미보다는 문화예술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미가 컸다.

그렇다. 처음에는 문화예술 사회적 일자리 ‘자바르떼’로 시작된 사업이다. ‘자바르떼’는 문화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익적인 영역에서 만들어내자는 취지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을 만들어 보자고 진행된 사업이었다. 거기서 운영한 첫 번째 사업이 문화학교였다. 하지만 학교만 만들기에는 기본 토양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서 신규양성과정, 교사연수과정, 문화체험프로그램, 발표회, 정책연구 등 사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진행한 것이다.

그러다 사실 이러한 역할을 해야할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2005년에 생겼다. 당시는 지원이 끊겨 우리가 굉장히 힘들게 사업을 진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흥원을 찾아가 봤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민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애매했다. 때문에 지원없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사업에서 교육사업으로 축소된 면이 없지 않았다. 때문에 초기에 기획됐던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이 사업을 접어야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지역의 활동가들과 교사들이 이뤄낸 지역 네트워크의 성과와 주민들의 신뢰 등이 축적된 교육사업성과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찰라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지난 9일 노동부로부터 신나는 문화학교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가 발생하지 않는 영역이면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 영역 등을 대신해주는
단체, 협동조합, 기업 등을 이르는 말이다."
2005년 말인가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니 2006년 11월에 바로 법안이 통과됐다.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통의 인식기반과 논의구조가 많지 않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영리가 발생하지 않는 영역이면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 영역 등을 대신해주는 단체, 협동조합, 기업 등을 이르는 말이다.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제공형, 서비스 제공형, 앞의 두가지를 합한 혼합형, 기타형 등으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영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자발적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때문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단체 등에 노동부(정부)가 약간의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러한 서비스를 극대화시키고, 나아가서는 수익사업으로 발전시켜 기업으로 서게끔 하는 것이 노동부의 장기적인 목표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돼는 얘기이기도 하다. 솔직히 법안에도 매끄럽지 못한 조항들이 많이 있다. 가령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가진 단체들이 노동부의 인증을 받지 않으면 아예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되어 있다.

아무튼 2004년 9월 우리가 처음 ‘자바르떼’를 만들때 논의했던 ‘문화예술 지역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 노동부가 내놓은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들어맞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인증과정에서 떨어졌다. 공무원 조직에서 하는 일들은 증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심사과정에서 실사를 나와가지고 교사를 쫓아다니거나 면접을 보면 사업에 대한 개괄적인 부분을 알 수 있을텐데 그러한 것은 모두 서류로 증명했어야 했다. 예를들면 아이들이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부모들이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야 했다. 그럼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사실 자기가 일자리의 직접 수혜자가 아니면 아이들 때문에 자신들의 주민번호를 불러주면서 나는 이정도 밖에 벌지 못한다고 얘기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두꺼운 책 한권 분량의 서류들을 준비했다. 

문화활동가로서 혹은 문화기획자로 꼬박 20년을 보냈다. 

앞서 말한 대중문예교육이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고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지역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이후에는 대중문예교육이 거의 사라졌고, 그러한 운동을 하려는 사람 또한 사라졌다. 아마 전국을 탈탈 털어도 몇 없을 것이다. 지역으로 들어가면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이 아닌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지역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노동자문화운동의 지역 기반을 구축하고자 했다. 결국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노동자문화운동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문화활동을 해 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발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었다. 내 정체성을 되짚어 보는 일 말이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인터뷰 공통질문) 2008년을 여는 시점에서 올해 기대되는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안의 목소리, 내 안의 가능성, 내 안의 욕구라고 말하고 싶다. 활동을 하려면 내가 즐거워야만 가능하다. 그 일을 내가 즐겨야 한다는 말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속에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올해 베이스를 연습해 연말에 공연할 계획이 있다. 즐기는 주체가 되고 싶다.  

 *2008년 신년을 맞아 기획한 컬처뉴스 신년특집인터뷰 <2008년 키워드>를 이은진 신나는 문화학교 대표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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