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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의 전투로봇, 현실로 다가올까? [제 922 호/2009-06-01]

‘몬스터’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최신작 ‘플루토(Pluto)’에는 인간과 어울려 사는 로봇들이 나온다. 이 중에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전투로봇들도 있는데 정체불명의 조직이 만든 또 다른 전투로봇에 의해 하나둘 파괴되고 만다. 우리가 잘 아는 ‘아톰’도 최강의 로봇 중 하나로 등장하지만 불의의 공격을 받고 의식을 잃은 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태권V나 마징가제트같은 고전적인 로봇부터 최근의 에반게리온까지, 대형 전투로봇은 어린 시절 꿈꾸던 로망이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일단 많이 아담하고, 전투력도 아직 만화영화 수준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투로봇은 견마로봇이다. 개나 말처럼 생긴 로봇이라는 의미의 견마로봇은 네 다리나 바퀴로 움직인다. 전투 지역에서 근거리를 감시하고 정찰한다. 지뢰까지 탐지할 수 있는데다 기관총이 달려 있고,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하며 인공지능도 갖춰 다목적의 전투병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방부는 2012년까지 견마로봇을 개발을 완료해 전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만든 로봇 ‘롭해즈’는 이미 이라크에 파견돼 지뢰 제거 작업에 쓰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내에서는 4대의 카메라로 낮에는 4km, 밤에는 2km까지 감시하는 똑똑한 정찰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견마로봇. 사진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전투로봇들이 전장을 누비고 있다.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전투기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종의 전투로봇이다. 2001년 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중동에 있는 예멘의 사막 지역에서 알카에다의 간부를 무인 전투기 프레데터를 이용해 암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5년이면 전장에서 전투로봇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 주간지 포브스가 5월에 공개한 미국의 전투로봇들을 보면 앞으로 등장할 로봇들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중 하나인 ‘마르스’는 탱크처럼 무한궤도로 움직이면서 전자동 기관총을 달고 있어 접근조차 하기 어렵다. 해안을 정찰하는데 쓰는 시글라이더라는 로봇은 긴 몸통에 꼬리가 달려 있으며 바다를 헤엄치다가 적의 기지 앞에서 꼬리를 수면 위로 내밀어 정보를 모은다.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스퀴시봇’이라는 로봇은 몸체가 말랑말랑해서 적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자폭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차로봇이 레이저포나 미사일, 마이크로웨이브 대포를 발사해 커다란 탱크를 폭파시키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다가오는 개가 사실은 폭탄을 가득 달고 오는 자폭로봇일지 모른다.

로봇 전투기가 하늘을 뒤덮더니 폭탄을 쏟아 붓고 두 발 또는 네 발로 움직이는 로봇은 어느 곳에 숨어 있든지 지구 끝이라도 쫓아와 적을 공격할 것이다. 전사 한 명 한 명이 모두 터미네이터인 군대를 상상해 보면 좋을 것이다. 겁도 없고 두려움도 없으며 아무리 고문을 당해도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V같은 대형 전투로봇도 등장할까? 먼 미래에는 등장할지 모르나 가까운 시일에 그럴 가능성은 없을 듯하다. 전투에 쓰기에는 두 발로 걷는 대형로봇이 효율적이지 않은데다 움직임도 둔하고 몸집만 커서 적의 공격을 받기도 쉽기 때문이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 스타일로 사람이 직접 타서 움직이는 소형로봇이 전장에선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이다. 별도로 움직이는 로봇은 아니지만 훨씬 더 무거운 군장을 들게 하고 전투력도 높여주는 ‘입는 군복’ 스타일의 로봇 갑옷은 이미 많은 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전투로봇 시글라이더. 바닷속을 헤엄쳐 적 기지에 접근해 정찰한다. 사진제
공 포브스>

그러나 로봇이 지배하는 전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로봇은 사람을 죽이는데 죄책감도 들지 않고, 오직 명령에만 복종하며 적을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로봇 뒤에서 싸우거나 안전한 본부에서 대형 화면을 보며 로봇을 지휘할 것이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은 로봇 앞에서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

오히려 전투로봇은 전쟁이 끝나면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을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Eater라는 이름의 로봇은 70kg 정도의 음식을 먹고 160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이 로봇이 주어진 음식이 아니라 주위에 풍부하게 있는 다른 먹잇감을 노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도 자아를 갖게 될지 모른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전투로봇이 인간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느낀다면? 이미 수많은 적군을 향해 총을 쏜 전투로봇에게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로봇 3원칙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명령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전투로봇조차 그들의 CPU와 네트워크를 누군가가 해킹한다면? 로봇 뒤에 있던 군인들은 삽시간에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전투로봇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과연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글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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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촉감의 창조자, 햅틱 [제 920 호/2009-05-27]

요즘 광고에 나오는 휴대전화는 그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다. 흔들면 주사위가 구르는 느낌이 나고, 누르면 메뉴 아이콘이 따라 움직인다. 만지면 바로 반응한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온 새로운 휴대전화 터치폰은 모바일 기기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S전자에서 나온 햅틱폰도 터치폰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햅틱이라는 전문용어를 마치 특정 휴대전화의 이름이나 애칭으로 아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다. 사실 햅틱은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실제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최근 터치폰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펜, 각종 게임장치 등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서 햅틱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햅틱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 패턴을 만들어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할 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진동 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을 구현해 실감나는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은 진동이 없어 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사용할 땐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 기술이다. 햅틱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 비율을 줄이고, 동작 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은 진폭과 주파수, 전달 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가상의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햅틱 인터페이스다.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밑에는 작은 진동 모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진동 모터가 작동하고 이때 발생한 진동 자극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햅틱 촉각을 사람이 인지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무게나 형상, 굳기 등 근육이 감지하는 경로와 표면 무늬나 질감, 온도 등 피부가 느끼는 경로다. 크게 힘 인터페이스와 질감 인터페이스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기업 센서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팬텀 장치가 대표적인 힘 인터페이스다. 이 기업은 팬텀 장치를 이용해 손가락을 넣고 컴퓨터 화면 속의 물체를 움직이면 촉감이 느껴지는 골무를 만들기도 했다.

질감 인터페이스는 진동 모터 같이 작고 효율적인 부품이나 소재로 사람 피부에 자극을 가해 가상의 느낌을 전달한다. 햅틱폰이 가장 단순한 질감 인터페이스의 사례다. 앞으로 질감 인터페이스는 많은 휴대기기에 내장되면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진동 모터를 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촉각 효과 라이브러리, 응용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으로 실현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난해 개발한 햅틱펜. 이 펜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하면 실제로
누르고 만지는 듯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초 국내 처음으로 햅틱펜을 개발했다. 보통 PDA 같은 휴대기기에서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서 정확한 점을 찍는 걸 돕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비해 햅틱펜은 내부에 소형 진동모터를 내장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진동과 충격, 소리 제공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컴퓨터 윈도우 시스템의 메뉴와 아이콘, 버튼, 스크롤바를 클릭, 드래깅, 드롭하며 조작할 때 각기 다른 촉감을 생성한다.

햅틱펜은 햅틱폰보다 더 정교한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햅틱폰에 달린 진동 모터는 전기가 끊어져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좀 더 떨리다 멈춘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자주 진동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ETRI가 만든 햅틱펜에는 위아래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모터가 들어 있다. 모터가 전체적으로 떨리는 게 아니라 양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진동을 빨리 끊고 새 진동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햅틱폰보다 더 정교하고 더 많은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동작은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과 위로 올라오는 움직임 두 가지를 아주 빠르게 연결해야 한다. 이를 햅틱폰에서 구현하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햅틱펜에선 진짜 누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또 휴대전화에 진동 모터를 넣으면 전화기 자체의 질량 때문에 진동 효과가 일부 감소된다. 펜은 전화기보다 가벼워 약한 진동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햅틱 기술은 자동차와 로봇,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 BMW는 5 시리즈 이상의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는 운전자가 에어컨, 오디오, 창문 등 자동차 내의 진동장치를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조작 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해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삼성전자의 햅틱폰. 여기 사용된 햅틱 기술은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기업 알프스전기는 햅틱 기술을 적용한 운전대와 페달, 기어 시스템인 햅틱 코멘더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감지한 뒤 운전대에 달린 햅틱 장치를 통해 페달에 저항감을 줘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바퀴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대를 통해 경고 진동을 주거나 동작을 멈추게 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햅틱 장치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나 원자로,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기구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기를 다룰 때의 촉감까지도 만들어내는 의료용 햅틱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햅틱 기술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소리와 통합돼 다중감각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세상을 열 것이다.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며 액션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부드러운 실크의 촉감을 맛보며 새 옷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온 몸으로 느끼는 햅틱의 디지털 세상을 맞을 준비가 되었는가?

글 : 박준석·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그린컴퓨팅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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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파이팅! 형광봉 만들기 [제 918 호/2009-05-22]

침대에 누운 지영은 풀이 잔뜩 죽었다. 소녀시대 콘서트에서 응원하기 위해 산 형광봉과 형광팔찌의 빛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방에 걸어놓고 콘서트에서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는데…. 게다가 엄마는 빛이 꺼진 형광봉과 팔찌를 버릴 기색이다.

“엄마, 버리지 마세요.”
“이제는 빛도 안 나는데 뭐 하러 문고리에 걸어 두니?”
“아주 어두운 데서 보면 조금은 빛나요.”
“호호호~. 지영이가 형광 장난감이 맘에 들었나보구나. 이런 장난감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으니 오늘은 그만 자렴. 내일 엄마랑 같이 만들어보자.”

다음날.

부엌에 서 있는 엄마는 풀이 잔뜩 죽었다. 인터넷에서 탄산음료와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과산화수소를 섞으면 어두운 곳에서 빛이 나는 형광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래서는 형광봉과 팔찌를 만들 수 없다.

‘지영이가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아무래도 대형문구점에서 형광물질을 사와야겠다.’

대형문구점에 다녀오자 이미 지영이 와 있다. 벌써 두 눈에는 기대가 가득 담겼다. 아무래도 바로 형광봉을 만들어야겠다.

“엄마, 이게 형광봉 만들 재료에요? 이 녹색 액체가 형광물질인 것 같고…. 얇은 유리관이랑 고무튜브, 주사기랑 양초도 있네? 이게 다 필요해요?”
“그리고 아까 사둔 과산화수소도 있단다!”

엄마와 지영은 낑낑대며 형광 용액이 든 유리관과 과산화수소를 고무관에 담아 형광봉을 만들었다. 그날 저녁.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던 지영은 밖이 깜깜해지자 불을 끄고 고무관을 구부려 유리관을 깨뜨렸다. 그러자 고무관 형광봉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빛이 나요! 도대체 원리가 뭐예요?”
“이 형광 물질에는 ‘디페닐옥살레이트’라는 물질이 들어있단다. 유리관을 깨뜨리면 이 물질이 촉매제인 과산화수소와 반응하게 돼. 이때 이 물질의 분자 구조가 깨지면서 은은한 빛을 내는 거란다.”
“야광하곤 다른 건가요?”
“야광 물질은 빛이 있을 때, 그러니까 낮에는 빛을 흡수했다가 어두워지면 방출하는 물질이란다. 형광 물질하곤 다르지.”

형광 빛에 비친 지영의 미소에 엄마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지영은 형광봉을 방 곳곳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지영이 미처 잠들기도 전에 빛은 점점 약해져갔다. 지영은 ‘밤마다 은은하게 아침까지 빛나는 형광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엄마가 들어왔다. 이불을 잘 덮어주고 나가려던 엄마는 지영의 질문에 멈칫 했다.

“엄마, 밤새도록 빛나는 형광봉은 없어요?”

다시 형광봉을 만들어야 하나?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빛나는 형광봉이라면 ‘다행히’ 집에서 만들 수는 없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침대 한 켠에 앉았다.

“지영이가 밤새 빛나는 형광봉을 갖고 싶구나?”
“네.”
“그런데 어쩌지? 오랫동안 빛을 내는 형광봉을 만들려면 원자력 발전소나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야 한단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천천히 붕괴되며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선’을 방출해. 이 베타선이 형광물질을 자극해 빛을 내도록 만들면 우리가 만든 것보다 훨씬 오래 빛을 발하는 형광봉을 만들 수 있지.”

“얼마나 오래요?”
“방사성 동위원소가 완전히 붕괴되는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공항 활주로의 유도등이나 건물의 비상구에 설치되는 형광체(자발광체)는 13년 정도 빛을 낸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니 엄마도 어쩔 수가 없는데 어쩌지?”

“네. 전 그냥 잠잘 때 방이 너무 어둡지 않게 은은한 빛을 내는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냥 형광봉을 여러 개 만들어서 잠들기 전에 빛을 내도록 해야겠어요.”
“…그럼 형광봉 말고 은은한 빛을 내는 등이나 스탠드를 달아줄까?”
“네~. 좋아요~.”

[실험방법]
준비물 : 형광용액, 과산화수소, 얇은 유리관, 고무튜브, 주사기 2개, 양초, 구슬.
(형광용액과 유리관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형문구점에서, 과산화수소는 약국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약국의 과산화수소는 물에 넣어 희석시켰기 때문에 물과 잘 섞이지 않는 형광물질과 반응을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테르에 희석시킨 유성 과산화수소를 사용하면 환하게 빛나는 형광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험순서]
1. 유리관의 한쪽을 촛농으로 막는다.
2. 형광용액을 주사기를 이용해 유리관에 넣는다.
3. 뚫린 유리관 입구를 촛농으로 막는다.
4. 고무튜브 한쪽 끝을 구슬을 이용해 막는다.
5. 다른 주사기를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고무튜브에 넣는다.
6. 유리관을 고무튜브에 넣고 구슬로 입구를 막는다.
7. 고무튜브를 구부려 안에 있는 유리관을 깨뜨린다.

[실험 Tip]
- 형광용액을 유리관에 넣을 때 손가락으로 관을 톡톡 두드리거나 주사바늘을 관 안쪽 벽에 대고 액체를 조금씩 흘려주면 잘 들어간다. 형광용액과 과산화수소는 상처난 곳이나 눈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부에 묻었을 때는 비누를 이용해 깨끗이 닦아낸다.

글 : 이영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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