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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즐기는 과학 [제 909 호/2009-05-01]

“태연아, 게임 그만하고 날씨 좋은데 나들이나 갈까?”

치. 엄마가 가고 싶으신 거겠지. 사실 난 지금 바쁘다. 이 커다란 몬스터를 잡아야 퀘스트를 마칠 수 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몬스터가 아주 좋은 방어구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아! 몬스터를 잡았지만 아무런 아이템도 주지 않는다. 허탈하다. 방어구를 얻을 때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겠다.

“태연아.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어?”

아빠다. 아빠도 게임을 좋아하신다. 분명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시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발견하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금이 딱 지겹고 짜증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빠랑 미술관에 재미있는 게임 보러 갈래? 과학과 게임을 융합한 작품이 전시되거든.”

아…. 난 흥미가 생겼고 아빠와 미술관으로 향했다. 과학게임 전시관인 ‘앨리스 뮤지엄 2009’가 열리고 있는 소마미술관에 들어가자 아기자기한 게임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크레용 물리학’이란 컴퓨터 게임이었다. 게임방법은 간단하다. 화면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 된다. 화면 안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공을 노란 별이 있는 곳 까지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공은 물리 법칙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또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을 밀어내고 경사를 만들면 물체를 좌우로 보낼 수도 있다.

크레용 물리학 게임. 화면에 표시된 붉은 공을 이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려 공을 굴러가게 만들면 되지만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했다. 급경사를 만들려고 뾰족한 삼각형 같은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 자체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다른 물체로 보완을 하고 빨간 공이 정처 없이 굴러가지 않도록 공보다 큰 장애물도 배치해야 했다.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내가 그린 물체가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자유도가 무척 높았다. 정해진 답이 없는 셈이다. 안내자는 이 게임이 2007, 2008년 독립게임 축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우수 게임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롤플레잉과 아케이드 장르가 섞인 ‘블루베리 정원’이란 게임도 있었다.

이 게임은 스웨덴의 구전동화에 따라 정해진 길을 가는 게임 속 주인공에게 내가 신이 된 듯 장애물을 만들어 방해하거나 때로는 하늘을 날게 해 블루베리 정원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게임에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이 주인공을 돕거나 방해하고, 서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었다. 물론 내 행동도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블루베리 정원 게임.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태연이가 게임 속 생태계의 불청객이 됐구나.”

아빠가 또 어려운 말씀을 시작하신다. 하지만 아빠의 얘기는 듣다보면 재미있다.

“주인공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태연이가 끼어들어서 게임의 내용이 바뀌고 있잖니.”

“하지만 저 때문에 주인공이 하늘도 날고 원래대로라면 갈 수 없었던 공간에도 가잖아요?”

“그렇지. 처음에는 불청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주인공과 배경이 너와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얘기를 만들어냈지. 아빠 생각에 이 게임은 사람과 자연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게임 같구나. 태연이 덕분에 게임의 내용이 다채로워졌으니 주인공은 만족할 것 같은데?”

오호라…. 내 존재가 게임에 그런 영향을 미쳤다니. 그런데 이런저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자꾸 과학책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태연아! 아빠랑 이 게임 해보지 않겠니?”

아빠가 하자는 게임은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격투 게임이다. 그런데 아빠는 올록볼록한 돌기가 튀어나온 방탄조끼처럼 생긴 옷을 입고 계시다. 설마 정말로 때리는 게임은 아니겠지?

“아빠가 엎드릴테니 태연이가 허리에 올라앉아 게임을 시작하렴.”

게임이 시작됐다. 아빠 등에 있는 돌기를 이것저것 누르자 게임 속 캐릭터가 공격과 방어를 한다. 정신없이 누르다보니 게임이 끝났다.

아빠가 일어나셨다. 게임도 하지 않으셨는데 즐거운 표정, 아니 개운한 표정이시다. 맙소사. 설명을 읽어보니 이 게임은 압력 감지 센서와 버튼을 결합한 ‘안마해주세요’라는 게임이었다.

안마해주세요. 대전액션게임과 안마기가 결합된 게임이다.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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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의 변신은 무죄 - 지오데직 돔 [제 908 호/2009-04-29]

늘 게임이나 만화책을 끼고 있던 아들 녀석이 주말인데도 방에서 끙끙거리며 책상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건축씨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무얼 그리 열심이니?”
“환경오염에 관해서 작문해야 해요.”
그때 엄마가 거든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생기는 지구온난화 같은 걸 쓰면 되잖니?”

아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축씨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다. 탄소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란다. 탄소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아빠, 탄소가 아름답다니요?”

“탄소가 아름답다는 건 네가 작년에 아빠한테 한 말인데 기억을 못 하는 모양이구나? 작년 어린이날 우리 가족이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 네가 둥근 건축물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했잖니?”
“에이 아빠는, 그 건축물이랑 탄소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내도 궁금한 모양이다.

어째서 탄소가 아름다운지, 또 탄소와 그 건축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제부터 들려주마. 네가 작년에 놀이동산에서 본 둥근 건축물 같은 것을 지오데직 돔(Geodesic dome)이라고 한단다. 지오데직 돔은 미국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가 디자인했지. 그는 1940년 말 지오데직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지오데직이라는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란다.”



“아! 벅민스터 풀러라는 건축가가 처음으로 그렇게 둥근 건축물을 만들었어요?”
“그건 아니란다. 지오데직 돔처럼 둥글게 건축물을 만든 것은 1923년 독일의 카알짜이스(Carl Zeiss) 회사에서 지은 천문대가 세계최초란다. 이 회사는 독일 박물관장 뮐러(Van Muller)와 천문학자 볼트(Max Wolf), 공학기술자 바우에르스펠트(Walther Bauersfeld)등의 사람들과 협력해서 1912년에 짓기 시작했는데, 세계 1차대전 때 중단되었다가 종전 후 다시 시작하여 1923년에 완성하였지.”

“그럼 풀러라는 건축가는 그 둥근 모양이 예뻐서 그 모양을 흉내 낸 건가요?”
“풀러가 지오데직의 개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가장 안정된 기하학형태인 단일삼각형(omnitriangulated)이 표면을 덮은 구조체라는 점이지. 즉, 다시 말해서 어떤 닫혀진 공간을 만들 때 최소의 외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란다. 그러니까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해. 건축에서 요구하는 3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지.”

대화를 묵묵히 듣던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탄소와 돔이 무슨 상관있다는 말인지는 설명이 안 되는 걸요?”
“자,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1985년 서섹스(Sussex) 대학의 로버트 F. 컬(Robert Curl), 해럴드 W. 크로토(Harold Kroto)와 라이스(Rice)대학의 리처드 E. 스몰리(Richard Smalley)라는 학자는 풀러린(Fullerene)이라는 탄소원소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단다.”

“풀러? 풀러린?”
아들 녀석이 알겠다는 듯 되뇐다.

“그렇지! 눈치 챘구나. 탄소 동소체인 풀러린이 마치 지오데직 돔 구조를 가졌다고 해서 건축가 풀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단다. 그런데 풀러린이 돔형(球形)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타원형, 튜브형, 평면형 구조가 있는데, 속이 빈 구형(돔형)을 버키 볼(buckyballs), 벅민스터풀러린(Buckminsterfullerene) 또는 탄소 원자 60개로 구성된 분자라고 하여 ‘C60’이라 부르고, 튜브형태는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s) 또는 버키 튜브(buckytubes)라고 부르지. 또 평면형 판상구조는 그래핀(Graphene)이라 부른단다. 풀러린의 구조는 마치 6각형의 벌집처럼 연결되어 쌓여 있는 점에서는 흑연(graphite)의 구조와 유사하고, 평면형을 제외한 플러린 구조는 모두 6각형 이외에 5각형 구조를 사용하여 3차원 구조를 가진단다. 여기서 흑연, 즉 그래파이트 한 겹을 그래핀이라고 부르지.”



“조금 더 설명을 해볼까? 컴퓨터의 최고중요부품인 실리콘 CPU를 앞으로는 그래핀으로 대치한다는구나. 또한 탄소 나노 튜브는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수송하는 엘리베이터 박스의 역할을 할 계획이란다.”

“와! 정말 탄소는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네 숙제도 무조건 탄소라는 물질이 나쁘다는 쪽으로 쓰기보다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쪽으로 쓰는 게 어떨까 한다.”
“예, 아빠 저는 이제부터 탄소를 좋아하기로 했어요.”
“그래? 네 엄마는 예전부터 탄소를 제일 좋아했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나?”
“여보, 내가 탄소를 제일 좋아한다니요?”
“하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도 사실 모양 바꾼 탄소에 불과하거든.”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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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에너지를 만든다 [제 907 호/2009-04-27]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 위기와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 위기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에 있어 과도한 화석 에너지의 소비는 막대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불러왔고 이런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지구 온난화 및 각종 생태계의 교란, 인류의 생존 위협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세계는 교토의정서와 같은 협약을 통해 탄소가스의 배출을 규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런 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수입 및 에너지의 소비가 많은 나라는 매우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비전을 통해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녹색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 분야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한국동서발전(주)과 해양연구원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는 녹색 산업의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조류 발전은 바닷물이 흐르는 힘을 통해 전기를 발전해 내는 발전 방식으로 기존 해수를 이용한 파력발전이나 조력발전에 비해 더 진보한 발전 방식이다. 조류발전은 발전을 위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파력발전과 조력발전, 조류발전은 해수의 어떤 성질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며 그 특징은 무엇일까? 파력발전은 파도의 상하, 수평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원통형으로 생긴 발전 장비를 바다에 반쯤 담기도록 설치한 다음 파도가 드나들 때 생기는 공기 압력으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파력발전은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많은 수의 발전 장비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조력발전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만에 댐을 설치해 바닷물을 가뒀다가 물이 빠지는 힘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우리나라에 유리한 발전방식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 중인 시화호 발전소가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바닷물을 막아 댐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지 않다.

조류발전은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 회전하는 수차(水車)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 원리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과 유사하다. 하지만 풍력발전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 발전을 할 수 없는 반면 해수의 경우 계속 바닷물이 흐르기 때문에 1년 365일 내내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조력발전과 달리 댐의 설치나 선박의 통행을 막는 대규모의 구조물 설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친 환경적 청정에너지 시스템이다.

울돌목 시험조류 발전설비는 전라남도 진도와 해남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 밑의 해협인 울돌목에 설치 중이다. 울돌목은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뜻으로 바닷물 소리가 빠른 물살로 인해 바다가 우는 듯한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류발전의 입지적 조건 중 첫 번째는 물론 빠른 유속이지만 빠른 유속의 지속시간,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공간적 조건, 즉 수심과 수로폭 등도 매우 중요하다. 울돌목은 평균수심이 약 20m이고 평균 폭이 약 500m이며 유속은 최대 6.5m/s(13노트)로 보통 바다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유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5번째 안에 드는 빠른 물살이어서 조류발전 건설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울돌목 시험조류 발전설비는 올해 5월 14일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발전용량은 500kw 발전기 2개로 구성되어 총 1,000kw급 규모다. 울돌목 시험조류 발전설비를 위해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20kw급 수차에 대한 실험을 사전 수행하여 울돌목 조류 발전시설에 대한 수차의 효율 및 성능실험 결과를 분석하였으며 이후 이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로 사용할 발전시설구조물(JACKET)을 제작하였다. JACKET은 길이가 36m, 폭이 16m, 높이는 28m의 대형 철골구조물로 약 10층 아파트 한 동 정도의 크기로 총 무게는 약 1,350톤이다. 이렇게 제작된 JACKET은 해저지반 속으로 약 8m를 굴착하여 고정시키는 공정이 진행되었고 데크 위에는 발전기와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

실험조류 발전설비의 운용 및 연구를 통해 한국동서발전(주)은 2013년까지 약 9만kw급 상용조류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연간 1억 2,300만kw의 전기를 생산하여 매년 약 200억 원, 원유 20만 배럴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와 연간 7만 7,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진도 주변의 해역인 장죽수도와 맹골수도에도 각각 10~20만kw와 20~30만kw급 조류 발전소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발전소기 지어진다면 조류발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상용화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칠 전 지구의 날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력, 풍력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우리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여 환경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미래형 성장산업인 것이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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